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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마을탐구 2부: (28)호저면 용곡리

"마을주민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임춘희 기자l승인201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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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매 처럼 다정하게 웃으며 모종을 돌보는 마을 주민들.
봄바람에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길가에 꽃잔디를 심고 있는 마을주민들의 표정은 봄 햇살만큼이나 따스하다. 30여 가구 남짓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호저면 용곡리 주민들은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7대째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최기순(75) 전 노인회장을 비롯해, 40년 넘게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복영(75) 노인회장, 연로하신 어머니(이정임·89)를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임완수(52) 이장은 청년시절부터 23년 동안 이장을 맡아 마을을 돌보다가 4년 정도 쉬고 작년부터 다시 이장 일을 하고 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날은 며칠째 마을길을 가꾸느라 주민들이 모두 마을회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임 이장은 꽃잔디 나눠주랴 길 정리하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새가 없다. 이 마을 주민들은 유난히 웃음이 많다. 호미를 들고 일을 하면서, 비닐하우스에서 고추 모종을 돌보면서도 이웃사람과 마주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들어 있어 보는 사람마저 절로 웃음이 나온다.

마을회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잠시 서성대자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들어오라고 손짓 하신다. 이 마을을 닮은 아담한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자 어르신이 손수 커피를 타 주며 정겹게 웃는다.

   
▲ 칠봉유원지 상류, 봉바위 밑에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용의 기운이 흐르는 자연마을

호저면 북서쪽, 횡성군 서원면과 맞닿아 있는 아담한 마을 용곡리. 마을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횡성 방향으로 길이 멈춰있는 이 마을은 특별하지 않은 수수한 멋이 무척 매력적이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물줄기 모양새가 용과 같이 꿈틀거리고 있어 용(龍)을 뜻하는 용곡리가 되었다는 설이 있고, 용의 머리인 용골을 한자로 표기하다보니 용곡이 됐다는 등 이 마을이 용과 관련된 마을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일제시대에는 힘이 좋은 장수들이 많이 태어난 이곳의 정기를 막기 위해 말뚝을 박아놓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용곡리는 원래 횡성군 서원면 압곡1리였다. 그런데 지난 1983년 2월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호저면에 편입됐다. 윗마을 상용곡과 아랫마을 하용곡으로 이뤄진 자연마을인 이곳은 예전에는 70가구 정도의 주민 대부분이 벼농사를 지으며 백석부자가 3~4집이 있었을 정도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었다. 지금은 절반이 넘는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고,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힘에 부치는 농사를 다 할 수가 없어 놀고 있는 농지가 많다. 임진왜란과 6.25사변에도 피해가 없었을 정도로 깊은 산골이며 옛날에는 이씨촌이었다고 전한다.
 

 

 

 

용운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과 삼층석탑

용운사지는 이 마을을 대표할 만큼 큰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상용곡 마을 앞에는 용운사지 절터가 있다. 널찍한 경작지 일대가 옛 절터인데 삼층석탑과 함께 비로자나불좌상이 있던 곳에 용운사(龍雲寺)라고 적혀 있는 기와조각이 출토되었고 주위에 촉대와 같은 사찰 흔적이 남아 있다. 용운사터 불상은 지금 위치에 있었고 탑은 그 앞에 있었던 것을 마을을 정리하면서 옮겨 지금은 탑과 불상이 나란히 앉아 있다.

이 불상은 고려시대 전기인 11세기경에 제작된 비로자나불좌상이다. 몸에서 나오는 빛을 표현한 광배(光背)가 최근에 발견돼 형태를 제대로 갖췄다. 손은 가슴에 모아 오른손을 위로, 왼손을 아래로 하여 왼손의 둘째 손가락을 오른손이 감싸 쥐고 있다. 이런 손 모양은 진리를 상징하는 비로자나불상 특유의 모습이다.

부처가 앉은 자리인 대좌(臺座)는 큼직한 연꽃을 위·아래로 조각해 놓았다. 하지만 광대뼈가 두드러지고 입꼬리가 쳐져 있으며 입이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또 머리가 크고 목이 짧으며 자연스럽지 않은 옷 상태 등 전체적인 신체 비율이 맞지 않고 조각 기법도 세련되지 못한 것이 이 불상의 특징이다.

고려 말 큰 수해로 용운사라는 절은 없어졌고 탑과 석불이 토사에 묻힌 뒤 각종 괴질과 재앙이 일어났는데 마을 주민의 꿈에 용운사 부처가 나타나 "내 떨어진 머리를 찾아서 붙여주면 은혜를 갚겠다"고 해 마을 사람들이 그 부처 머리를 찾다보니 용운사지 석탑 밑에 부처머리가 있었다고 한다. 석불을 흙 속에서 꺼내 제 자리에 붙여주면서부터 전염병과 재앙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일 년에 한번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를 지내고 있다.

삼층석탑 또한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4.8m이며 1973년 7월 유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됐다. 마을 밭 가운데 석탑과 석불이 남향으로 일선상에 남아있었다고 한다. 기반이 불균형해 훼손될 염려가 있어 지난 1997년 7월 원주시에서 복원했다. 원래 받침 부분인 기단이 2층으로 돼 있었는데 옮기는 과정에서 1층만 남게 되었다.

몸체는 3층으로 다시 쌓았고 2·3층 몸돌은 1층 몸돌 높이에 비해 크게 줄어있다. 지붕돌은 물매가 급하고 아래 받침돌은 4단으로 새겨 놓았다. 추녀 네 귀퉁이는 약간 치켜 올라갔으며 풍경을 달았던 구검이 나 있다. 기단부와 탑 몸체가 만나는 곳에 연꽃무뉘를 새긴 돌을 끼워 넣은 것이 특이하다. 이처럼 석불상과 석탑은 신라말기 섬세하고 단아한 불교의 이상적 미를 계승하여 자연주의적이고 화려한 고려 불교미를 완성한 작품이다. 최기순 옹은 "예전에는 용운사와 관련된 유적이 많았었는데 제대로 관리 되지도 않았고 토벌군들이 유적들을 가져가 지금은 불상과 석탑만 남은 상태"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마을길 끝에 웅장하게 서 있는 느티나무는 500년 수령.
수령 500년 느티나무

상용곡 좌불상과 석탑 바로 옆에는 500년 세월을 버텨온 느티나무가 웅장한 자태로 서 있는데, 이 느티나무도 용운사 사찰 내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길을 따라 끝까기 가면 길이 끝나는 지점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 보는 듯한 자태를 하고 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두꺼비 등 같이 투박한 표피와 밑둥 여기저기 닳아있는 혹 같은 돌기가 지난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높이가 20m에 이르고 둘레는 620㎝인 이 느티나무는 옆가지가 사방으로 둥글게 뻗어 괴이한 느낌이 들 정도로 웅장하다. 잎이 돋기 시작해 푸른 옷을 입는 여름엔 마을 주민들에게 그늘을 내려줄 것이다. 지난 1984년 보호수로 지정됐으며 느티나무 옆으로는 횡성 쪽에서 내려오는 줄기에 맑은 물이 흐른다.
 
중순나다리

칠봉유원지 상류, 원주의 끝에 앉아 있는 이마을은 휘감고 흐르는 계곡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가축을 키우는 농가가 없는데다 마을주민들이 워낙 부지런해 계곡물은 맑고 마을 구석구석이 잘 정돈돼 있다. 계곡물이 구비쳐 내려오는 마을에는 다리가 여러 개 놓여 있다. 그 다리 중 하나인 중순나다리는 중간에 있는 다리이고 옛날에 중이 앉은 채 수행을 하다가 빠져 죽었다고 해서 중순나다리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나중에 승수교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나다리'라는 말은 너덜에서 온 말이다.
 
봉바위와 줄바우골

산현리 칠봉으로 이어진 물줄기 옆엔 깎아지른 듯 서있는 또 하나의 봉우리가 있다. 강 이쪽편은 봄기운이 외투를 벗기는 날씨지만 그곳 벼랑은 하얗게 얼음으로 덮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인공빙벽장으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지난 겨울 빙벽을 즐기는 사람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 했다.

그 빙벽 가장 높은 곳이 살짝 솟아 있다. 이곳을 봉바위라고 하는데 봉긋 솟아 있어 봉 바위가 된 것 같다는 것이 마을주민의 설명이다. 뒷산 큰고개를 넘으면 오른쪽에 바위가 줄을지어 서 있어 이를 줄바우라고 한다.

임춘희 기자
hee@wonjutod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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