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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마을 탐구 2부: (27)신림면 성남리

신림면 성남1리(노송마을)·2리(성황림마을) 임춘희 기자l승인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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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송이 우거진 숲아래 치악산 물이 내려와 보를 이루고 있는 아랫당숲

신이 내린 축복의 땅…나그네 발길 붙잡아

성황림 속에는 야생식물들이 꽃을 피웠고, 치악산 골짜기에는 버들강아지가 봄바람에 몸을 흔든다. 방학을 마친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는 3월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꽃샘추위가 급기야 눈보라를 몰고 왔다. 산세가 수려하고 공기가 맑은 지역일수록 추위가 오래간다는 것을 입증하는 이른 봄 성남리 풍경이다.

원주의 상징인 치악산이 휘감고 있는 마을 성남리는 치악산국립공원이 있는 성남 2리와 아랫마을 성남 1리로 나눠져있다. 신림면소재지에서 황둔 방향으로 좌회전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치면 성남리로 이어진 작은 다리가 왼쪽에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되는 성남 1리는 늙은 소나무가 작은 군락을 이룬 노송마을. 마을입구 오른쪽에 힘겨운 듯 반쯤 드러누운 노송이 세월을 말해주고, 왼쪽 아랫당숲에는 치솟아 서있는 노송 아래로 치악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모여 보를 이루고 있다. 2리는 성황림과 치악산 상원사를 품고 있어 성황림마을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원주에 갈만한 곳과 볼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공휴일 여가를 즐기기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또 타 지역 지인들이 원주에 갈만한 데가 어디냐고 물어오면 치악산 밖에는 생각나는 곳이 없다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탐구를 위해 시골 곳곳을 다니면서 원주에 대해 너무 모른 채 원주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커지고 있다. 원주 시내에서 30~40분만 벗어나면 만나는 시골마을은 신이 빚어 놓은 감격스런 자연의 모습이다. 유적지나 문화자원도 은근히 많다. 실상은 갈 곳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가야 볼 것이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성남리는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을 모두 갖고 있는 축복받은 마을이다. 골짜기 하나를 돌면 맑은 물 위에 떠 있는 낙엽들의 한가로움과 물에 비친 산 그림자가, 차를 멈춰 세워야할 것 같은 소롯길이 아름다운 자연마을이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생태 숲 성황림을 지나 조금 발품을 팔아 상원사까지 올라가도 좋고, 조금 더 힘을 내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까지도 다른 방향 길보다는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1리에 114가구 280명, 2리에는 210가구 484명이 살고 있는 성남리 주민들은 주로 고추, 산채나물, 들깨 등의 농산물을 생산한다. 수확한 농산물은 신림농협이 전량 수매해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한다. 가축을 키우는 농가가 거의 없다보니 이번 구제역도 이 마을은 피해갔다. 4대째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이수근 (70) 전 노인 회장은 "5대째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며 "이 마을엔 대를 이어 살아가는 가정이 꽤 많다"고 말했다.

엄병석(49) 이장 또한 부친 엄재원(83) 옹을 모시고 3대째 대를 이으며 마을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 성남 2리에서는 시골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산골음악회'로 음악회 맥을 이어오다가 요즘은 규모를 줄인 작은 음악회를 매년 가을에 열고 있다. 김명진 전 이장은 "젊은 사람이 줄면서 학생들도 따라서 줄어드는 바람에 음악회가 축소된 것이 아쉽다"며 "작은 음악회이지만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놀이공원이나 현대식 문화시설을 갖춰놓은 곳으로 가족나들이를 떠나는 것도 좋지만 푸근한 자연의 품이나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인근 시골마을을 순회해 보는 것은 어떨까.

   
▲ 꿩 설화를 스토리텔링으로 꾸며놓은 솟대공원이 성황림 근처에 있다.

꿩과 인연 깊은 '상원사'

꿩설화: 옛날 한 젊은이가 무과 시험을 보기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중 적악산(지금의 치악산) 재를 넘게 됐다. 그런데 깊은 골짜기에서 큰 구렁이가 어린 꿩들의 둥지를 향해 집어 삼킬 듯이 덤벼들었고, 어미 꿩이 애타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광경을 보게 된 젊은이는 등에 메고 있던 화살을 꺼내 구렁이를 향해 시위를 당겼다. 다행히 구렁이 몸에 화살이 꽂히면서 어린 꿩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젊은이는 날이 어두워져 산 중 외딴 집에 머물게 됐는데 잠자리에 들었지만 가슴이 답답해 눈을 뜨니 구렁이가 젊은이 몸을 칭칭 감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구렁이 남편이 낮에 젊은이 화살에 맞아 죽었다는 것이다. 원래 이 부부 구렁이는 사람이었는데 탐욕의 벌로 구렁이가 됐고, 부인 구렁이는 남편의 원수를 갚으려고 젊은이를 집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그리고 젊은이에게 "빈 절 종각에서 세 번 종소리가 울리면 살려주겠다"고 제의 했다. 종을 울릴 길이 없어 낙담한 순간 땡, 땡, 땡 세 번 종소리가 들려왔고 종소리가 나자 구렁이는 젊은이를 풀어주고 자취를 감췄다.

날이 밝아 젊은이가 종각에 올라가보니 꿩 세 마리가 머리가 깨진 채 종각 밑에 죽어 있었다. 말 못하는 날짐승이 은혜를 갚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 것에 감동한 젊은이는 죽은 꿩들을 묻어주고 과거시험도 포기한 채 지금의 상원사인 빈 절에서 살았다고 한다. 가을이면 워낙 단풍색이 고와 붉을 적(赤)자를 써 적악산이라 불렀었지만 이때부터 꿩 치(雉) 자를 넣어 치악산(雉岳山)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다.

   
▲ 치악산 남쪽 남태봉 중턱 해발 1천100m 높이에 있는 상원사 종각. 목숨을 바쳐 은혜를 갚았다는 꿩설화로 유명한 사찰이다.

상원사: 치악산 남쪽 남태봉 중턱 해발 1천100m 높이에 있는 상원사는 우리나라에 있는 사찰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지었다는 설과 경순왕의 왕사였던 무착선사가 지었다는 설이 있다. 고려 말 나옹스님에 의해 새롭게 지어졌지만 6.25전쟁 시 소실돼 1968년 재건했고 1988년에 현재 자리로 이전했다.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8호인 대웅전은 높은 자연지형에 맞게 비교적 낮은 기단 위에 조성돼 정면 3칸, 측면 3칸의 규모로 다포계 양식의 겹처마, 팔각지붕형태의 건물이다. 대웅전 앞에는 도선국사가 조성했다고 전하는 삼층석탑 2개가 있고 심우당, 심검당, 범종각, 요사채 등이 있다.

석탑과 광배: 사찰 내 대웅전을 중심으로 동서로 나란히 있는 쌍탑. 이 두 탑은 2층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모습으로, 크기와 형식이 서로 비슷하다. 전체적으로는 통일신라의 전형적인 석탑양식을 따르고 있다. 8각형인 대좌는 한 면 일부가 조금 깨졌다. 불상은 남아있지 않아 그 모습을 알 수 없으나, 광배와 대좌의 조각양식이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전기 사이인 900년 전후의 우수한 불상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상원사는 절터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으나 물을 구할 수 없는 흠이 있었다. 무착대사는 절을 다 짓고 나름대로의 불심과 신념으로 석장으로 바위틈을 찔렀는데 그곳에서 물이 솟아올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 우물이 용천이며 지금도 그 자리에서 나오는 물로 충분하다고 한다.

솟대공원과 중수비

지난 2009년 성남2리 성황림 옆에는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일환으로 2억 원을 투입해 작은 공원을 조성했다. 야생화 주변에 솟대를 세우고 공원 중앙에는 꿩 설화 조형물을 설치했다. 나란히 세운 4개의 조형물에는 조각가 박광필 씨 작품으로 상원사 꿩 설화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표현해 놓았다.

중수비는 현재 무실동 대성학원 향토관에 보관돼 있으나 원래는 상원사에 있었다. 상원사 중수비는 나무로 만든 보기 드문 사적비이다. 윗부분에는 '상원사적'이라고 해서체로 써 있고 우측에는 '치악산상원사중수비'라고 써 있다. 이 목비의 글은 이인상이 지었고 이태회가 각자해 1932년 건립됐다.

   
▲ 활엽수와 희귀 식물로 가득한 성황림

성황림과 자연생태우수마을

신림(神林)이라는 지명은 성황림(城隍林)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짐작된다. '신이 깃든 숲'이란 뜻의 신림은 이미 대동여지도에 '신림(神林)'이란 지명으로 표기돼 있고 전나무 수령이 300년이 넘는 만큼 성황림의 역사도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성황림 앞 목재 출입문은 굳게 빗장이 질러져 있다. 개방을 놓고 마을 주민들과 원주시가 고민한 끝에 작년에 나무로 만든 출입문을 세웠다. 1930년대 31만2천993㎡ 규모로 조선보물 고적명승천연기념 보존령이 공포되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현재는 천연기념물 제93호로 5만6천213㎡만 남아있어 잘못하다간 더 많은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로를 중심으로 평지림과 사면림으로 나뉘어졌으며 평지림은 탐방객 답사, 사진촬영, 버섯채취, 제례활동 등으로 상당부분 훼손됐다.

그나마 마을주민들은 성황림을 훼손시키면서 관광수입을 올리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지난 89년 보호 울타리를 둘러 사람의 접근을 막은 덕분에 보존을 가능케 했다. 성황림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는 날은 마을주민들이 성황제를 지내는 음력 4월 7일과 9월 9일로, 1년 중 상·하반기 각 하루씩이다.

이곳에는 온대 활엽수림인 전나무, 소나무, 복자기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말채나무 등 50여 종의 수목이 숲을 이뤄 국내에서 보기드문 활엽수 박물관이다. 요즘같은 초봄 오전11시부터 오후2시 사이에만 핀다는 복수초를 비롯해 야생식물도 운집해 있어 다양한 초본식물의 보고이다. '신기전'이란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던 영화인들이 우리나라에 이런 숲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오래전 치악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화전민들은 치악산 서낭신이 이 숲에 산다는 것을 믿어 성황당을 짓고 그곳에서 제를 지냈다. 숲 한 복판에 있는 성황당 옆으로 쭉 뻗은 전나무가, 또 다른 편에는 급격히 휘어진 엄나무가 서 있다.

지금은 숲 속 나무들이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헐벗고 있지만 이제 곧 새순이 돋고 물이 오르면 금방 푸른 잎으로 옷을 입는다. 그래서 사계절 어느 계절이나 그 멋을 풍긴다. 한 여름엔 햇살 한 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빼곡한 숲으로 변하고 가을이면 알록달록 단풍 옷으로 갈아입었다가 수북하게 낙엽으로 쌓이지만 쓸쓸함 보다는 푸근함에 가까운 정서를 풍긴다.

지난달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성황림을 '베스트 경관자원 100선'에 선정했다. 엄정한 심사를 거친 베스트 경관은 원주에서는 성황림이 유일하다. 올해 중 100선의 위치, 조망지점, 조망시점 등을 소개하는 안내서와 사진자료집을 배포할 계획이다.학술적 가치로도 크게 평가받고 있는 성황림의 마을 성남 2리는 지난 2009년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됐다. 성황림 인근 논을 매입해 자연습지를 조성할 계획이며 새농촌건설운동 우수마을에도 선정되면서 농기구박물관, 장승, 돌화단 등을 조성했고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노들다리

'높은다리마을'이라고도 하는 노들다리는 소롯길 마을이다. 옛날에는 다리를 사이에 두고 주막집이 있었고 봇짐장수나 사냥꾼, 과객들이 쉬어가는 장소 였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 길을 가려면 치악산 산세가 험해 밤에는 재를 넘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주막에 들러 밤새 놀기도 하며 쉬었다가 다시 산을 넘었다고 해서 '놀던다리', '놀다가던 자리'라고 하다가 노들다리가 되었고 현재는 높은다리가 되었다고 전한다.

   
▲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소바우둥지

 
소바우둥지

성남 1리 성남교가 있는 개울에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한 바위가 있어 이를 소바우둥지라고 했다. 소만큼 큰 바위가 개울에 누워있는 것은 분명하나 다리를 세우면서 바위를 훼손시켜 소 모양인지는 분간하기 어려워 아쉽다. 위쪽에는 큰소바우둥지가 있고 다리 바로 아래에는 작은 소바우둥지가 있으며, 보가 넓어 물이 많은 쪽에서는 남자들이, 작은 소바우둥지 옆 작은 보에서는 여자들이 목욕을 했다고 전한다.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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