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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마을탐구 2부: (8)문막읍 건등리

자연마을을 찾아서-등안마을과 메나골 고민교 시민기자l승인200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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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등산 밑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등안마을. 집들 뒤로 보이는산이 건등산이다.  
 

문막은 왕건과 견훤이 쟁패를 다툰 역사의 현장이고, 효의 대표적 인물인 충효공 황무진이 일생을 보낸 고장이다. 지형적으로는 섬강이 있어 과거로부터 영서에서 동해안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최대의 곡창지대다.

철도의 개통으로 침체기에 빠졌던 문막이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요건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자연마을탐구는 문막의 과거와 현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건등리를 집중 조명해보고자 한다. 제1부는 건등리의 역사를 중심으로(9월 7일자 보도), 제2부는 조상들의 혼을 이어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등안마을과 메나골을 찾아가 본다.

경주 김씨 상촌공파 집성촌 등안마을

문막IC를 지나 문막성당을 뒤로 하고 오른쪽 길로 꺾어든다. 길 양쪽에서는 잘 자란 벼들이 살랑살랑 오후 한때를 즐기고 있다. 왕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음식점 간판이 눈에 띈다. 김두한 가옥이라는 이정표를 따라간다.

이 집은 강원도유형문화재 제86호로 원주 판관을 지냈던 인연으로 원주에 묘를 썼던  김탄행 부부묘를 관리하기 위해 지은 묘막이다. 무려 240여년이 넘은 집인데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묘막이라기 보다는 저택에 가깝다. 가끔 김좌진 장군의 아들 김두한이 살았던 집으로 오인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가옥 바로 옆에 집을 짓고 살았던 김두한(90) 할아버지가 불과 20여일 전에 고인이 되었다고 한다.

시내버스 51번을 타고 종점에 내리면 등안마을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하다. 산이 높지 않아 답답하지 않고 터도 제법 넓다. 40여 호 정도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전형적인 농촌. 등안마을은 경주김씨 상촌공파의 후손들이 오백여년동안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는 곳이다. 경주김씨가 들어오기 전에는 신씨네가 먼저 자리를 잡았던 곳이라고 해서 '신구등안'이라는 말이 있다.

입향조는 사한(四寒) 김창일(金昌一). 김창일은 상촌공 김자수의 6세손이다. 1627년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원주로 내려와 의병장에 추대된 인물로, 공로를 인정받아 지중추(知中樞)에 오르고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가는 특전을 받았다. 그 사은의 뜻으로 천추오감록을 지어 왕에게 바쳤다고 전해진다.

김창일은 섬강 옆 취병산이 건너다보이는 곳에 취병정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취병산은 김창일의 별호인 취병을 따라 지은 이름이다. 취병산 아래로 흐르면서 소를 이루는 취병소가 있다. 강바닥에서 많은 샘물이 솟아올라 항상 깊고 푸른 연못처럼 유지하고 있어 낚시하기에 최적이다. 명나라 사신으로 조선에 온 '진좌요'와의 일화가 조선환여승람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김창일이 시문과 덕망이 매우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창일이 죽은 뒤 후학과 후손들이 취병정 터에 취병서원을 세워 봉향했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흔적이 없다.

"옛날에는 취병소까지 배가 드나들었는데, 지금은 버스도 하루에 두 번 밖에 안 들어오는 곳이야. 워낙 외진 곳이라 손님이 있어야 버스가 다니지. 6.25때 피난 나갔다 온 것 말고는 이 마을을 떠난 적이 없어. 일가친척 대부분이 여기에 살고 있어 불편한 것도 없고…평생 일만하고 살아서 못 배운 게 한이라면 한이지." 김우열(88) 할아버지의 얘기다. 1950년 당시 문막에 학교라고는 문막초등학교 하나뿐이었는데, 전쟁 중에 화재로 소실돼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다고 한다.

상당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걷는 것이 조금 불편해 보일뿐 매우 건강해 보인다. 알고 보니 등안마을은 장수마을이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79세여서 80대 노인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등안마을은 나이에 비해 건강한 노인들이 많은 것으로 소문이 나있다. 왕건유치원(본보 9월 7일자 14면 보도)을 설립한 김기정 씨(74)는 등안마을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이유는 물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예로부터 건등산은 물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방가물, 지샘물, 받음물, 토물, 가자물, 돌담물, 잔대물, 황가물 등 8대 정(井)이 있다. 등안마을 사람들이 먹는 물은 이 샘물들과 근원이 같다.

"우리 마을사람들은 지하 180m 암반수를 뚫고 나온 물을 먹어요. 저 뒷산에 있는 바위에서 물을 끌어 오는데 그야말로 청정자연수라고 할 수 있지요. 물을 끓여 먹는 집이 거의 없어요." 김기정(74) 씨는 심지어 정원수 묘목도 방가물을 끌어들여 가꾸고 있다고 자랑한다.

평산 신씨네로 시집온 지 70년이나 되었다는 김연희(86) 할머니는 장수비결로 인심을 꼽는다. "인심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경로당에 모이면 항상 잔칫집 같다니까. 모두들 반찬이고 과일이고 가져와 나눠먹지요. 외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도 고향에 오면 너나할 것 없이 경로당에 들러 인사하는 것은 물론 먹을 것을 사다 놓고 가니까…"

등안마을은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온 마을 중 하나다. 김 할머니에 따르면 6.25때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이 피난 나갔다 돌아와 보니까 떠날 때 그 모양 그대로 있더라고. 저 집이 우리 시댁인데 4대째 살고 있어요. 지은 지 100년도 넘었는데 멀쩡해. 지붕만 초가집에서 기와로 개량했지." 실제로 마을을 돌아보면 오래된 집들이 많다.

자연적인 환경이 좋아서일까. 옛날 이 마을은 부자마을로 통했다. 사람들도 근면성실해 굶고 사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도로가 생겨 문막에서 자동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지만 옛날에는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간신히 가마 한 대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다보니 한번 들어오면 좀처럼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오지였다.

 

   
 
  ▲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86호인 김두한 가옥. 원주 판관을 지낸 인연으로 이곳에 묘를 쓰게 된 김탄행  부부묘를 관리하기 위해 지은 묘막. 묘를 관리하던 김두한 씨는 지난달 별세했다.  
 

건등저수지가 있는 목화마을 메나골

문막에서 제일 높은 명봉산과 메나산을 동쪽과 남쪽으로 끼고 있는 메나골. 마을이름부터 정겹다. 이정표가 따로 없어 명봉산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명봉산은 봉황이 깃든 산이라 해서 명봉산이다. 건등저수지 윗동네가 메나골이고 아랫동네가 동경마을. 예나 지금이나 동경마을보다는 메나골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산다. 메나골에는 35가구 정도가 여전히 터를 일구고 있다. 동경마을에서는 문막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탁 트여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다. 건등저수지를 끼고 돌면 저수지 끝자락에 메나골이 있다.

"내가 시집올 때만 해도 길 하나 제대로 없었어. 열일곱 살에 가마타고 시집을 오는데, 그때가 건등저수지를 만들려고 막 땅을 파고 있던 때였지. 울퉁불퉁한 저수지 바닥을 걸어서 이 마을로 시집왔으니까.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던지…마을에서는 한사람 겨우 다닐만한 고갯길이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길이었다우. 애는 업었지 머리에는 보따리 한 짐이지…휴~ 그렇게들 문막장에 다니곤 했었어. 남자들은 지게지고 다니면서 물건 사다 날랐지" 원주이씨 종부인 유옥분(81) 할머니의 말이다. 

건등저수지는 문막에 있는 5개 저수지 중 하나로 1952년에 준공. 지금까지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인공저수지로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다. 수심은 6m정도. 1965년에 잉어 치어 1만 마리를 방류한데다 풍부한 어종을 갖고 있어 낚시꾼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작년까지 십여 년 동안 유료낚시터였어. 가끔씩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거의 없어." 최배영(74) 노인회장의 말이다. "유료낚시터를 하면서 외래종인 배스를 집어넣는 바람에 토종물고기가 다 없어져 버렸어.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됐어"

"안타깝지요.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서 그냥 방치하고 있습니다." 김석재(58) 마을총무가 거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건등저수지가 준공되면서 부자마을이 되었다고들 입을 모았어요. 명봉산이 600고지 정도 되는데, 우리 마을이 한 150고지 정도 되거든요. 꽤 높은 지대잖아요. 그렇다보니까 물이 많이 모자라는 형국이었는데, 마을 앞에다 떡하니 저수지를 만들었으니 물샐 틈이 없게 된 거죠. 돈이 흩어지지 않고 모아진다고 하니 저수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 밖에요."

메나골은 면화를 많이 재배해서 면화골이라 부르던 것이 메나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메나는 면화의 영서방언. 간현에 터를 잡고 살던 원주이씨가 400여 년 전 분가해 왔다. 200년 쯤 전에 수원백씨, 청송심씨가 이주해 자릴 잡았고 지금은 외지인들도 많이 산다. 목화테마마을로 지정되어 몇 년째 면화를 심었으나 올해는 재배하지 못했다고 한다. "점점 마을사람들 일손 모으기가 어려워요. 젊은 사람들은 시골로 들어오려 하지 않지, 나이는 들지, 힘에 부칩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이 의논해서 올해는 심지 않기로 했어요." 최배영(74) 노인회장의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곳곳에 목화마을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그전에는 목화를 많이 심었어. 그래도 우리가 젊었을 때니까 모두들 일손을 보탰지. 목화솜이불 많이 팔았어. 한 7년 정도 그렇게 했나…마을회관 2층이 목화전시장인데, 물레도 있고 재봉틀도 있고…그런데 일은 힘들지, 일하려는 사람은 갈수록 줄지, 그렇더라구요. 목화일이라는 것이 손이 많이 가는 일이잖아요" 한순덕(71) 할머니가 거들었다.

   
 
  ▲ 사진 앞쪽 물이 있는 곳은 건등저수지. 윗쪽에 보이는 마을이 메나골이다.  
 

이곳은 아직도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다. 올해 '메나교'가 개통되면서 교통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자가용이 없는 주민들은 문막읍내를 나가려면 1시간가량을 걸어야 한다. 그 덕분에 주민들간 유대관계는 더 돈독해졌다고. "서로서로 태워주고, 누구든 걸어오는 사람이 보이면 태워주고요. 자가용이 없을 때는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녔어요. 버스가 들어 올 수 없을 만큼 길이 좁았으니까요. 2차선 도로를 낼 계획이 있다고 하는데 언제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가용이 없는 사람들은 버스노선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정이다.

메나골은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다. 지대가 높아서다. 메나골 사람들은 모두들 지하수를 먹는다. "옛날에는 어디를 파도 물이 잘 나왔는데, 지금은 물이 잘 나오지 않아요. 공장이 들어서면서 지하수가 고갈되었다고 할 수 있죠. 옛날에 삼양식품에서 지하수를 파는 바람에 물이 나오지 않아서, 집집마다 수도를 설치해 준 적이 있었지요. 고지대이긴 하지만 물 마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물이 모자랍니다." 최 노인회장의 설명이다.

산 중턱에 있는 마을이다보니 짐승들에 의해 농작물 피해가 많다. "우리 밭 두마지기를 옴팡 다 망쳐놨어. 고라니나 노루는 잎만 뜯어 먹는데 이 멧돼지란 놈은 주둥이로 땅을 모조리 파 놓거든." 올해로 86세인 심승의 할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옥수수를 나르며 하는 말이다. 평생을 지게를 벗어 본적이 없다는 할아버지는 짐승들이 농작물을 다 헤쳐 놓았는데도 별 걱정이 없는 눈치다. 사진 한 장 찍겠다는 말에 세상에 둘도 없이 환한 웃음을 웃으시는 할아버지. 소박한 아름다움이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 준다.

고민교 객원기자


고민교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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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등산 밑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등안마을. 집들 뒤로 보이는산이 건등산이다.

사진 앞쪽 물이 있는 곳은 건등저수지. 윗쪽에 보이는 마을이 메나골이다.

김탄행 강원감영 관찰사 부부묘.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86호인 김두한 생가. 이 집은 강원감영 관찰사를 지낸 김탄행 관찰사의 부부묘를 관리하기 위해 지은 묘막으로 묘를 관리하던 김두한 씨는 지난달 별세했다

김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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