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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마을탐구 2부: (20)귀래면 운계1리(유현마을)

자연마을을 찾아서-'신비의 물' 아홉사리 약수터로 유명세 임춘희 기자l승인201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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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계 3리와 주포리에서 귀래면소재지로 가려면 유현삼거리를 지나야 한다. 예전에는 이곳에 주막이 있었다.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나란히 서서 반겨주는 마을. 유현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느티나무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 서서 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과 함께해 왔기에 이 느티나무는 이 마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주간엔 날마다 비가 내리다시피 했다. 귀래면 서쪽에 위치한 운계1리 유현마을 탐구에 나선 날도 역시 잠깐씩 멈추긴 했지만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비가 퍼부었다. 그래서 온 몸으로 비를 맞고 서 있는 느티나무를 카메라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

유현마을은 충청북도 충주와 경계지점으로 19번 국도변에 자리하고 있다. 지대가 높아 자동차전용도로가 놓이기 전엔 구비 구비 몇 구비를 돌아야만 만날 수 있는 마을. 지금도 시내버스를 타면 옛길을 따라 한 참 힘을 내 올라가야 한다. 시내버스가 서는 승강장 앞이 바로 유현마을이다.

승강장 뒤쪽에 의료기기 몇 점을 들여놓은 건강관리실이 있는데 이곳이 마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건강관리실 뒤로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단장한 집 몇 채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2009년 원주시가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 일환으로 슬레이트 지붕을 칼라강판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면서 우중충한 벽에 그림을 그려 넣었던 집들"이라는 것이 김재옥(58) 이장의 설명이다. 이곳에 집이 가장 많이 모여 있고 길을 따라 오르면서 드문드문 57가구가 살고 있다.

여덟 살에 이 마을에 들어와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조덕준(73) 옹은 "60년대엔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북적북적할 정도로 마을사람이 많았다"며 지난날을 그리워했다.

일정시대까지는 이 마을이 면소재지였으며 느릅재(마을)라 불렀었는데 지난 1961년 행정리동 조정 때 유현마을로 바뀌었다가 다시 1973년에 3개리로 나누면서 운계3리가 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유현고추마을

   
 
  ▲ 태양고추가 주 농산물이고 옥수수, 감자를 소작해 친지와 나눠 먹는다.  
 

이 마을의 주 소득원은 고추. 그래서 마을 입구엔 '고품질 태양고추 생산지 유현고추마을'이라고 단장한 푯말이 서 있다. 첨단고추재배기술을 도입해 농사지은 고추는 세척을 한 뒤 태양건조 과정을 거쳐 고품질의 청결고추를 생산한다. 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나 지인, 도매업자들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대부분 한 번 거래를 튼 사람들이 해 마다 가져간다.

버덩이 넓은 평야가 아니라 대농을 하기엔 무리가 있어 대부분 농가는 고추와 함께 옥수수, 감자, 콩 등을 심어 집안이나 지인들과 나눠먹는 소농을 한다. 옥수수는 생산량이 많지 않아 수확과 동시에 소비가 되고, 콩은 삶아서 메주를 빚어 비닐하우스에서 잘 띠운 다음 장을 담그는 업체나 개인에게 판매한다. 그나마 콩으로 파는 것 보다 낫기 때문에 손이 좀 가더라도 재미가 있다고 한다.

다른 지역 농촌과 마찬가지로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70대가 훌쩍 넘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농사는 그저 소일거리다. "비가 내려 밭에 나갈 수 없다"며 종일 마을을 안내해준 정영화(69) 옹은 "젊은 사람들이 시골에서 어떻게 살겠냐"며 "농사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 떠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나이 들어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만 남아서 심심하니까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는다"고 말했다.

   
 
  ▲ 유현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그림처럼 서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 모여 제를 지내고 마을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유현삼거리와 느티나무

귀래면을 가로지른 큰 길과 유현마을 도로 입구 지점이 유현 삼거리다. 이 삼거리에는 사라지고 없지만 주막이 한 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두 그루 느티나무가 머리를 맞대고 정답게 서 있다. 느티나무를 보면서 이름과 생김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사람 중에 이 느티나무 나이를 알고있는 사람은 없다. 어름잡아 300년 이상은 된 것으로 짐작한다. 정영화 옹은 "60, 70년대까지는 마을사람들이 느티나무를 모셨다"며 "음식을 해서 제를 지내고 농악을 울리기도 했다"고 전한다.

서쪽에 있는 주포리나 운계3리쪽 사람들이 귀래면소재지에서 장이 열리면 농산물을 짊어지고 팔러가기 위해 유현 삼거리를 꼭 거쳐야 했다. "그 때 짓궂은 유현마을 청년들이 느티나무 앞에 지키고 섰다가 지나는 사람마다 불러 세워 노래 한 가락 불러야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장에 짊어지고 갔던 농산물을 다 판 사람들은 다시 이 삼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주머니가 두둑해진 이들이 삼거리 주막에서 막걸리를 들이키다가 돈을 날리곤 했다고 정영화 옹은 지난날을 회상한다.

느티나무가 암나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제를 지내지 않았다는 설만 남아 있을 뿐. 지금은 뜨거운 태양빛을 피할 수 있도록 큰 그늘만 드리우고 있다. 느티나무 옆으론 줄기는 작지만 졸졸 냇물이 흐른다. 가까이에 있으면 그냥 시원한 그늘이지만 길 건너에서 바라보면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책화 같은 풍경이다.

아홉사리약수터와 온물

   
 
  ▲ 물을 마시면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아홉사리 약수터.  
 

안쪽으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언덕을 오르기 전 오른쪽에 비나 눈이 내리는 것과 상관없이 일년 내내 졸졸 흐르는 아홉사리약수터가 있다. 아홉 가족이 살면서 사용했던 약수터라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구비가 아홉 개라서 구사동(九沙洞)이나 아홉사리로 불렀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이 물을 마시면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인이 잉태를 한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원주시 환경보호과로부터 정기적인 수질검사를 통해 수질을 인정받고 있어 식수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차가운 온도 때문에 물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약간의 쌉싸래한 물맛이 시원함을 더했다는 느낌이다. 주포리로 넘어가는 언덕 바로 아래에 있어 고개를 오르기 전에 잠시 차를 세우고 한 모금 들이키면 갈증이 싹 가신다.

아홉사리약수터 맞은편 골짜기 쪽엔 숲에 가려져 길이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살피면 작은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습지에서 내뿜는 기운으로 축축하다. 폭이 좁은 물줄기를 건너 고개를 돌면 '온물'이 있다. 처음엔 우물이라고 알아들어서 땅 속에서 솟아오른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우물을 만들어 놓은 줄로 생각했지만 막상 물줄기를 찾고 보니 높은 산속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었다. 아무런 시설은 없고 마을 사람 누군가가 물이 모아져서 나오도록 좁은 플라스틱 관을 연결해 놓았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위생상 좋아 보이지는 않아 마셔보지는 않았다.

마을사람들은 이 온물에 질병이 있는 신체부위 즉 눈이나 피부를 씻으면 그 부분이 말끔히 낫는다는 말이 있어 알레르기와 같은 피부병이 있는 자녀를 데리고 와 씻어주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손이라도 씻고 와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손을 씻었는데 알칼리 수인지 뻑뻑하지 않고 부드럽게 씻겼다.

   
 
  ▲ 지난 2009년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 일환으로 우중충했던 건물들을 예쁘게 단장했다.  
 

 마을회관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대부분 농촌은 마을회관이 구심점 역할을 한다. 물론 매일 회관에 마을주민들이 다 모일 이유는 없다. 하지만 비가 내려 들에 나갈 수 없는 날이나 농한기엔 삼삼오오 모여 앉아 짚으로 새끼도 꼬고 칼국수나 수제비로 점심도 같이 해 먹으면서 가족처럼 지낸다. 또 마을 대소사에도 마을회관을 이용하고 노인정으로 활용하면서 동네 어르신들의 놀이터로 제공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현마을 건강관리실은 마을회관으로 사용하기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의료기기로 채워져 있어 이를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주민들은 이곳을 찾지 않는다. 별도의 공간이 있다면 한 쪽에서는 기기를 사용해 건강관리를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생산해 내지 않아도 사람은 함께할 때 힘이 모아진다. 그래서 주민들이 힘든 일은  나누고 즐거움은 함께 하면서 서로 힘을 보태는 것이다. 적어도 농촌의 마을회관은 주민들이 하나가 되는 소중한 사랑방인 것 같다.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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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그림처럼 서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 모여 제를 지내고 마을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물을 마시면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아홉사리 약수터.

운계 3리와 주포리에서 귀래면소재지로 가려면 유현삼거리를 지나야 한다. 예전에는 이곳에 주막이 있었다.

눈이나 피부를 씻으면 깨끗하게 낫는 다는 온물. 아홉사리약수터 아래 우거진 숲속에 있다.

지난 2009년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 일환으로 우중충했던 건물들을 예쁘게 단장했다.

태양고추가 주 농산물이고 옥수수, 감자를 소작해 친지와 나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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