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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마을탐구 2부: (1)흥업면 매지3리 더덕골 마을

자연마을을 찾아서 김선기 기자l승인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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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랫 더덕골 마을 전경. 저녁 때면 밥 짓는 굴뚝 연기가 마을을 휘감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의 역사와 그 속에서 함께 해 온 마을사람들의 삷과 애환을 담아내기 위해 시작한 특별기획 원주마을 탐구가 1부사라져 가는 집성촌에 이어 자연마을을 찾아서를 시작합니다. 자연마을을 찾아서는 오랜 역사를 간직하며 존재해 온 자연마을을 통해 원주와 원주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게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기대합니다.

초봄, 더덕골을 찾아가는 길 양옆으로는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더덕골 행정구역은 흥업면 매지3리로, 매지3리는 회촌마을과 개건너 마을, 더덕골로 이뤄져 있다. 이중 더덕골은 개건너 마을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를 지나 귀래 쪽으로 가다보면 양안치 고개로 올라가는 초입에 미촌교가 있는데, 미촌교를 건너 왼쪽으로 들어서면 개건너 마을이다. 개건너 마을에서 걸어서 10여분 올라가면 아랫 더덕골이 나오고 아랫 더덕골에서 다시 30여분 걸어 올라가면 윗 더덕골이 나온다. 개건너 마을과 더덕골은 두 마을을 잇는 작은 다리로 구분된다.

더덕골은 말 그대로 더덕이 많이 나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원주시가 99년 발행한 '원주의 지명유래'에는 '더덕골은 고사리골(개건너 마을 인근) 남쪽 골짜기에 있는 마을로 더덕이 많이 있었기에 더덕골이라고 한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이름만 듣고 더덕을 캐러 마을을 찾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더덕골을 지켜온 주민들의 이야기.
 

   
▲ 아랫 더덕골 박흥진 할아버지 지게.
땅도 그대로, 사람도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원주의 모습과는 다르게 더더골은 땅도, 사람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무리 골짜기라도 외지인이 지은 전원주택 하나쯤은 다 있게 마련인데 더덕골은 모든 게 세월을 빗겨가고 있다. 외지인이 많이 들어와 사는 회촌마을과 대조를 이룬다.

귀래면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다 해방되던 해 할아버지를 따라 아랫 더덕골로 와 한평생 농사를 짓는 박흥신(75) 할아버지는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큰 홍수가 마을을 덮치고 나서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은 것과 농사짓기 좋게 논을 개량한 것을 제외하면 마을이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 지은 건물이라곤 창고가 전부고 집도 오래전에 지었고 담배농사가 한창이던 시절, 흙벽돌로 지은 담배건조실도 그대로 남아 있다. 저녁때가 되면 굴뚝에서 연기가 흘러나와 마을을 휘감고, 강아지만이 농사를 짓는 주인을 따라다니며 마을을 배회하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계단식 논은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 귀래면에 살다 해방 이후 더덕골로 이사온 박흥진(75) 할아버지.

윗 더덕골 역시 마을로 올라가는 진입로가 아스팔트로 포장되고 주택을 개량한 것을 빼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게 있다. 윗 더덕골로 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깊다. 길 초잎에서는 숲에 가려 마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처음 가 보는 사람이라면 길 끝에 마을이 있으리라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길을 따라 윗 더덕골로 올라가다 보면 구도(求道)를 위해 산사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숨을 고르며 가파르고 굽이진 길을 따라 10여분을 올라가면 산 중턱에 자리잡은 마을이 나온다. 오래된 버드나무와 나무 꼭대기에 있는 까치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보이는 것은 파도처럼 넘실대는 백두대간의 잔 줄기뿐이다.
 
더덕골에서 만난 사람들

아랫 더덕골은 네 가구가 살고 윗 더덕골은 세 가구가 전부이다. 아랫 더덕골에 사는 노인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홀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박흥신 할아버지와 신태복(84) 할머니를 비롯한 할머니 세 분. 자녀를 모두 외지에 보내고 쓸쓸히 고향을 지키고 있다. 박 할아버지는 "아랫 더덕골은 6대조부터 살아온 곳"이라며 "젊었을 때 외지로 나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조상이 땅을 물려준 터라 군대를 갔다 온 세월을 빼고는 더덕골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덕골을 방문한 날. 신태복 할머니는 윗 더덕골로 가는 길 옆에서 쑥을 뜯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살았는데, 얼마 전 아들이 농사를 짓다 다리를 다쳐 서울로 올라가고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고. 신 할머니는 "요즘 쑥값이 괜찮더라"며 "장날 갖고 나가 팔아야 먹고 살지"라고 말했다. 힘들지 않으냐는 말에 할머니는 "아들도 다치고 혼자 있으니 안 할 수가 없어"라고 말했다. 말 속에서 삶이 고단함이 묻어나왔지만, 외지인에 대한 할머니의 정겨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윗 더덕골은 세 가구 11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두 가구는 삼촌과 조카 사이이다. 얼마 전 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건강을 회복했다는 장윤관(73) 씨는 회촌이 고향으로 삼척 출신의 아내와 결혼을 하면서부터 윗 더덕골에 살았다고 한다. 철원이 고향이고 6·25때 원주로 온 71세 한 할머니는 90세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윗 더덕골에서 살고 있다. 예전에 살던 집을 그대로 놓아둔 채 옆에 현대식으로 말끔히 집을 짓고 시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이렇게 더덕골에 사는 일곱 가구 주민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갖고 외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마을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 윗 더덕골 마을 한가운데 있는 버드나무.
봄꽃 핀 더덕골에 가보시라

윗 더덕골로 가는 길은 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특히 굽이진 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늘어서 있다. 산천에 벚꽃과 진달래가 만발한 더덕골에 한번 가 보시라. 핸드폰 안테나가 가끔 자취를 감추지만 핸드폰 벨이 울리면 오히려 어색해 지는 곳.

윗 더더골 끝 산밑 양지바른 곳은 몇 해 전 외지인들이 땅을 사들였는데 한눈에 보아도 사람의 인공적인 손길이 닿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방이라도 전원주택을 지을 태세이다. 원주에 몇 남지 않은 완전한 자연마을. 땅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기 전에 푸근한 정취를 마음에, 사진에 담아 놓아도 좋을 듯싶다.

김선기 기자skkim@wonjutoday.co.kr

 

 


김선기 기자  skkim@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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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 더덕골 마을 전경. 저녁 때면 밥 짓는 굴뚝 연기가 마을을 휘감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양안치 고개를 넘기 전 마을 표지판이 나온다

개건너에서 더덕골로 가는 다리.

아랫 더덕골 사는 신태복(84)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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