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는 태사랑 회원들.

태장1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태사랑(회장: 김천지)'의 시작은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 보다는 한 동네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생계를 도와야겠다는 절실함에서 비롯됐다. 태장1동은 최근 몇 년 사이 새로 지은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젊은 사람들이 증가했으나 예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높았다.

원주천 둑에 집을 짓고 살던 사람들이 '새동네'라 불리는 태장1동 2, 3, 5통 일대로 이주했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주민들과 집이 함께 늙어 새동네 400여 가구는 7~8평 남짓한 공간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이 대부분인 마을이 됐다.

8년 전인 지난 2004년 이기우 초대회장을 비롯한 태장1동 주민 몇몇이 뜻을 모아 새동네 주민 돕기에 나섰다. 허물어져가는 집을 수리하기 위해 주민들은 각자 가진 기술을 동원했으며, 연탄을 사서 지원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매월 한가구 정도를 수리했고, 새동네 주민들의 생계를 도왔다.

김천지(50) 회장은 "우리 손발이 닿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찾아가서 봉사했던 사람들의 모임이 태사랑"이라고 소개했다. 회원은 48명이며, 대부분 태장1동 주민들로 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편이라 형편이 넉넉하진 않다. 그래서 기금으로 할 수 있는 일 보다는 기술과 재능으로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집수리 봉사는 힘과 기술이 필요한 활동이라 몇 안 되는 여성회원은 회비로 동참하거나 잔잔한 일을 거든다. 오래 된 집들은 손 봐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봉사를 갔다가 갑자기 담장이 무너져 사고가 발생할 뻔 한 적도 있었고, 지붕에 비가 샌다고 해서 찾아가보면 장판도 들썩이고 보일러도 고장이 나 있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늘 일어난다. 그래서 태사랑의 일은 지붕보수, 보일러 교체, 도배·장판 교체, 담장 정비, 장애인 화장실 만들기 등 다양하고, 회원들 역시 만능 일꾼이다.

초창기 회원인 최근식(58) 사무국장은 2통 통장이다. 회원들은 최 사무국장을 "하루를 봉사로 시작해 봉사로 끝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동네 입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면서 동네사람들의 사정을 전부 파악하고 있고,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준다. 동네사람들은 문제만 일어나면 최 사무국장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덕분에 최 사무국장을 통해 태사랑의 도움이 시급한 가정을 모니터 할 수도 있다.

한명호(56) 봉사부장도 초창기부터 꾸준히 태사랑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자재상을 하고 있어 집수리 봉사에 필요한 자재를 싸게 공급한다. 활동인원 관리, 보일러 수리, 미장 등 맡은 일도 많다. 무상으로 자재를 지원하기도 하며, 어려운 형편의 동네사람들에게 급한 자재를 갖다 주고 값을 못 받는 일도 있지만 묵묵히 봉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 번은 집수리를 하고나서 할머니께서 너무 고맙다며 점심을 사주겠다고 나오는데 손에 5천원 짜리 한 장을 쥐고 있었다"며 "그냥 나왔더니 다음날 주민센터에 태사랑 회원들 점심을 사주라며 5천원을 맡기고 갔다고 연락이 와 다시 돌려드린 일이 있었다"고 마음 찡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처음 몇 해는 마을연탄은행을 운영하거나 연탄을 사서 배달하는 일도 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아 회원들의 회비 부담이 커져 중단하게 됐다. 집수리 봉사에 필요한 자재들도 가격대가 높은 것들이 많아 자력으로 봉사하는 게 어려웠다. 다행히 태사랑의 꾸준한 봉사가 알려져 원주시자원봉사센터의 도움으로 공구 구입비를 3차례 지원받았으며, 원주시로부터 자재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김 회장은 "꾸준히 봉사하는 회원들이 있어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가며 부자 동네는 아니지만 행복한 동네를 만들고자 노력한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봉사할 계획이며, 젊은 주민들이 부담 없이 동참해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