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는 지리적으로 내륙 산간지역이다. 이 때문에 고추, 사과, 마 등은 전국 생산량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고추는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정도이다. 안동시 농축산유통과 권수준 담당은 "안동시 면적은 서울면적의 2.3배에 달해 농산물 생산량이 많다"며 "품목마다 브랜드명은 다르지만 안동을 대표하는 농산물로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안동시는 농산물 생산량이 많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산물이 있다. 지역명품으로 취급받는 '간고디이'(안동 속어, 간 고등어)가 그것이다. 내륙이지만 젓갈로 유명한 전북 강경시처럼 안동시는 간 고등어가 유명하다.
　100여년의 전통을 이어온 안동 간 고등어가 전국적 명성을 얻기까지 과정을 알아봤다.

부패 막기 위해 염장

　안동간고등어 유래는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냉동시설이 없던 1900년부터 1970년 초까지 안동에서 고등어를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고등어를 먹으려면 먼바다에서 운송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송도중 고등어 생선이 부패하기 때문에 신선한 고등어를 먹는다는 것은 안동주민들에게 꿈같은 일이었다.
　부패를 막기 위해 고등어에 염장했는데 여기서 안동 간 고등어가 유래했다. 49년째 간잽이(간 고등어 제조 기술자)를 하는 이동삼(67·(주)안동간고등어 공장장) 씨는 "내륙지방이어서 먹기 어려웠던 고등어를 어떻게든 안동지역으로 가지고 오면 큰돈을 벌 수 있겠다고 판단해 간잽이를 하기 시작했다"며 "부패 방지를 위해 고등어를 소금에 절인 게 지금의 간 고등어가 됐다"고 말했다.
　안동간고등어는 안동에서 가장 가까운 어촌인 영덕에서 가져온다. 안동과 영덕은 150리 가량 떨어진 지역으로 고등어를 지게와 달구지로 지고 해뜰무렵 걷기 시작해 저녁 무렵 도착하는 지역이 임동의 챗거리 장터이다.
　임동에 도착하면 고등어가 부패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꼭 임동에서 소금 간을 해야만 했다. 소금에 절여진 간 고등어는 챗거리 장터를 지나면서 적당한 햇볕과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이 되고 안동에 도착할 때는 가장 맛있는 간 고등어가 됐다는 것.
　결국, 지리적 어려움을 염장기법을 이용해 상품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안동시 김태호 씨는 "안동 간 고등어 맛의 비결은 자연, 지리적인 조건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에서 전국구로 확산

　아는 사람만 먹었던 간고등어가 전국적인 상품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99년 (주)안동간고등어(대표:류영동)를 설립하면서부터이다.
　그 이전 국내 간고등어 시장은 단순히 재래시장과 백화점, 할인점의 수산코너에서 고등어를 할복해 소금을 뿌린 것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원시적인 형태였다. 비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구매 후 보관에서 냄새 등의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비닐 압축포장은 물론, 세련된 디자인으로 간 고등어 상품화가 시작된 것.
　(주)안동간고등어 관계자는 "99년 추석을 앞두고 비닐 팩으로 포장한 간고등어 2천마리를 백화점 바이어들에게 보냈는데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후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등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2000년 7월 홈쇼핑 판매를 시작했고 11월 철도청 열차판매 특산품 1호로 지정되면서 열차 안에서 판매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간 고등어가 유명해지자 안동에만 후발업체 10여개가 속속 등장했다.

역발상과 스토리텔링

　안동간고등어의 성공 비결은 열세를 만회한 역발상과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가공·포장하여 광고와 판촉 등에 활용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말한다.
　조병태 상무는 "과거 두메산골이던 안동까지 고등어를 가져가려다 보니 썩지 않게 하려고 염장을 해서 가져간 것인데 냉동기술과 교통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인기를 끄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 비결은 간잽이로 불리는 염장 기술자들의 적정 염도 조절 능력과 단순히 짠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고등어가 상하기 직전에 발생하는 효소가 소금의 짠맛과 어우러져 특별한 맛을 낸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륙이라는 열세를 오히려 기회로 만든 역발상이다.
　거기다 호기심과 감성을 자극하는 '산에서 나는 고등어'라는 컨셉을 고수해 소비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것.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는 "어려서부터 간 고등어에 입맛을 길들인 안동사람들은 간 고등어가 없으면 서운해하고 안동에만 틀어박혀 산 아이들은 생선은 간고등어밖에 없는 줄 알고 자란다"고 묘사돼 있다. 아무리 진수성찬을 먹더라도 간고등어가 없는 식단은 안동사람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특별한 맛과 마케팅 덕분에 안동간고등어는 이미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조 상무는 "안동 간 고등어를 택배로 발송할 때 원이 엄마의 남편에 대한 사랑을 담은 편지를 동봉하고 있는데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적 요소와 결합, 지역경제 효과

　간고등어가 뜨면서 지역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만만찮다. 간고등어를 취급하는 음식점만 안동에  10여 곳이 생겨났고, 전문 판매점도 하회마을 등   6곳에 들어섰다. 또 프랜차이즈를 통해 전국 100여 곳에서 안동간고등어를 취급하고 있다. 안동시는 간고등어로 말미암은 직접적 지역유입액만 연간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용인력은 200여 명에 달하고 박스포장 업체를 비롯해 인쇄업체 등 중소기업 유치 등 기업경기를 호황으로 바꾼 것. 간고등어 식당을 하고 운영하는 안동시 일미식당 관계자는 "안동시에 오면 간고등어는 먹어봐야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외지인 매출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며 "가맹점마다 간고등어 판매도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안동간고등어는 전통문화 발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엄동설한에 석빙고에 얼음을 채우는 행사인 장빙제를 발굴해 재현했다. 또 바지게꾼과 등짐장수가 간고등어를 운송하던 모습도 향토학자들의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직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안동 석빙고보존회와 안동간고등어보존회란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주)안동간고등어 조병태 상무는 "간고등어라는 상품이 안동의 문화에서 나온 만큼 지역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지키는 일은 우리의 또 다른 의무"라고 말했다.
　안동시는 올해 간고등어 매출 목표를 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99년 4억원에 그쳤던 매출액이 2000년 24억원, 2002년 100억원, 2004년 228억원, 2006년 450억원을 기록하는 등 급상승하고 있다.

단일화된 제품생산, 관리필요

　간고등어를 생산하는 업체 중 안동시 지정특산품으로 등록된 업체는 8개업체. 업체마다 간고등어 생산시설을 갖추고 회사 이름으로 안동간고등어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마다 맛도 다를 뿐만 아니라 제품 하자에 대한 보증도 달라 브랜드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간고등어 생산업체들은 이른 시일내에 협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제품에 대한 단일화된 관리와 생산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간 고등어가 안동 전체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안동시 입장에서는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고 업체입장에서는 공동판매에 따른 홍보비 절약, 판매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주)안동간고등어 조 상무는 "회사이익보다 지역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하나가 되는데 협의가 이뤄졌다"며 "지역문화와 연계해 체계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해서라도 협회가 이뤄져 공동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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