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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체 581건)
[시의향기] 가을 나무
깨를 볶을 듯 따가운 햇살에도 온 몸에 넘치는 윤기,비단 같은 세월만 지나온 것은 아니다 뿌리를 덮어주던 땅 제 살결 트는 메마른 세월도 있었고 땅 속 몽땅 헤집고 파고드는 회오리바람이 상흔을 남기며 지나갔어도 대지 속에서는 새살이 돋는다
김순선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2-11-05
[시의향기] 오래된 편지
서랍을 정리하다 하도롱빛 봉투보니가슴이 통게통게 그리운 어버지에미야, 바다(받아) 보아라 두 눈을 적시네넘실넘실 일렁이는 물결에 순응하며바다 위를 감실감실 떠가는 돛단배갑자기 파도의 전율에 온몸이 휘감긴
이향수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2-10-29
[시의향기] 밭 1
누군가에 밭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내어주어 생명을 키워 내는 것 땅을 밀고 나온 생명이 저 스스로 꽃이 되어 열매를 맺게 하는 것
지순양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2-10-22
[시의향기] 그리울 때는 완행열차를 타라
그리움이 밤을 두려워하거든, 차라리 졸다가 그냥 지나칠지도 모를 완행열차를 타라 초라한 역(驛)을 버리고 헐떡거리면서 아침까지 달려가 꺼지지 않을 밤 지켜줄
김용기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2-10-15
[시의향기] 가능했던 건
피가 끓었다 무슨 풀무질로 일군 불길이었을까 끓는 빗물 부어 주조하면 어떤 문양과 빛깔이 될까
서지영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2-10-08
[시의향기] 죄 짓고 산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에 세상이 금세 나긋나긋해진다 새벽, 촉촉하게 젖은 잔디를 깎는다 서두를 일 없어 느긋한 가위질에 누렇게 말라 죽은 잎들과 촘촘하게 씨앗 달고 있던 대궁들속절없이 허리가 잘려 나간다
김종호 원주문협, 강원문협 이사  2012-09-24
[시의향기] 풀꽃 이야기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는 이들이 있다.집안에 들어서면 진동하는 도라지향이 먼저 반기고 그들은 도란도란 앉아서 도라지 껍질을 까느라 열심이다. 한 쪽 귀퉁이에 의자를 놓고 바리깡을 코드에 꽂으면 이내 미용실이 된다. 머리 손질을 받은 그들이 말끔해질 ...
박숙자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2-09-17
[시의향기] 그이에게 보내는 연서
세월에 등 떠밀려 살아온 세월 그 세월이 날 밀어내지 않았더라면 당신을 좀 더 많이 사랑했을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아 좀 더 세상을 빨리 알았더라면 첫닭이 우는 새벽 발걸음 맞추어 고랑 긴 밭을 거닐고 흔들리는 비닐 잡아주며 풀이랑 꽃망울 돌보며 한세상...
허금숙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2-09-10
[시의향기] 박대순 원주문인협회 회원
석양에 밝고 고운 금빛 노을 반짝일 때 잔잔한 수면위로 송사리들 춤을 추고 날개 밑 고개 숨기고 꿈을 꾸는 물오리. 시민들 활보하는 도로변엔 꽃이 활짝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가볍구나 살갑게 미소지으며 고개 숙여 눈인사.
원주투데이  2012-09-03
[시의향기] 파리통
선반 위 파리통은 옛것이 분명한데 자식들 궁상맞다 버리자고 야단이나 내게는 추억이 담긴 잊지 못할 골동품
최금복 원주문협 회원  2012-08-27
[시의향기] 어떤 산행
겨우살이도, 물푸레나무도, 황장금도 하나라고 외치며 가지를 뻗어 어깨동무하지만 기댈 곳 없는 누런 얼굴의 세입자 도와 달라 머리를 조아리고 애원해도임대료를 못 내니 나가라는 종이 한 장
이광민 도서관친구들 원주평생교육정보관 대표  2012-08-20
[시의향기] 어머니
어머니 목숨 맡긴 하늘에도 이승의 그 가을처럼 처연한 국화 꽃 만발합니까. 꽃 속에 살 때는 당신을 잊다가 세상가시 따가우면 왜 그리 그리운지요.
이명신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2-08-13
[시의향기] 국형사의 밤
늦은 밤 국형사에 올라 돗자리 펴고 누워 올려다 본 하늘에는 별과 구름이 소곤거리며 얘기하고 눈을 감고 소리에 귀 기울여 보니 범버꾸범버꾸 짝 찾는 새들의 노래조그맣게 졸졸거리는 계곡물 소리
오선민 원주여성문학인회 회원  2012-08-03
[시의향기] 나전칠기 소품(명함꽂이)
노송에 다닥다닥 다박솔 들게 하고 지나간 세월들을보곳 마다 새긴 뒤에 영롱한 조개빛으로 길을 여는 장인 손학들의 힘찬 날개
박순자 월하시조백일장 장원  2012-07-23
[시의향기] 들꽃요양원·6
그녀는 손닿는 곳의 벽지를 모조리 뜯어낸다. 그녀가 뜯어낸 벽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핀다. 장미꽃이 피고, 별이 뜨고, 고양이가 잠자고, 하트와 가로등이 서 있기도 한다.가끔 병원이 떠나도록 괴성을 지르기도 하지만,서른다섯의 그녀는 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산 토지사랑회 운영위원  2012-07-16
[시의향기] 부부
을 밀어주지 않는 아내에게 새벽 잠꼬대로"여보 등 좀 밀어줘"했더니 난데없이 척추가 아파 엎드려 웅크려 자고 있는 내 등을 벅벅 긁는 것이었다살짝 실눈을 뜨고 덕석을 어미 소에게 씌워주는 주인 눈치를 보듯살피는데 분명 아내는 눈을 감았으렷다그러면서 시...
서봉교 원주문인협회 사무국장  2012-07-09
[시의향기] 텃세
텃세를 부리며 커가는 사람이 있고 텃세 때문에 적어지는 사람이 있지만 바람을 맞으며 커가는 느티나무를 보면, 문득
원주투데이  2012-07-02
[시의향기] 그 옛집 뜨락에서
수련 꽃 이슬 젖는 옛님의 토지 정원 청개구리 작은 몸짓 돌담 벽에 젖어 들고 가녀린 담쟁이 넝쿨 하늘 뻗는 여름밤 숱한 밤 지새우며 혼신을 불살랐던 원고지 가득담은 만년필 잠가버린고운님 그윽한 눈 빛 별이 되어 빛나고
원주투데이  2012-06-25
[시의향기] 장맛비
하루 종일어머니는 밖에서 지짐질이신가냄새도 없이 전 부치는 소리밖을 내다보니마당은 온통 물보라 일고
홍연희 시인  2012-06-18
[시의향기] 엄마 생각
니 초등학교 때 쪼르르 세 놈이 소풍이 가는데 머시마 둘은 사이다를 넣어 주고 니는 물만 담아 보낸 게아직 걸리는 거라 지천명에 발을 디민 딸 앞에 기어이 눈물샘을 터치는 엄마 노인들 모여 사는 사랑의 종이접기 봉사 날 할머니 한 분 공업용 풀 한 통...
이숙인 시인  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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