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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체 581건)
[시의향기] 다산
텃밭머리에 수줍다고 배배꼬는 나무를 세시놀이 정월 대보름날 굵고 실한 돌멩이 골라 시집보냈다네요즘 젊은이들 시키지도 않은 연애만 하는데 한가위 지나 대추나무 밑에 가보면가지가 휘도록 투실투실 익어 가는 후손들을 볼 수 있다네
윤종희 원주문인협회 사무차장  2013-10-21
[시의향기] 아내의 거울
거울이 웃는다 터럭 하나 없이 맑다 엊저녁 부아가 남아 있는데 민머리 해 내밀기 전 매듭은 풀려 있다낯익은 웃음소리
김용기 한국문협·원주문협·문학저널 회원  2013-10-14
[시의향기] 당신
여린 살 하나 안고 내 생(生)에 닿았구려 숙명의 베갯머리 마주하며 살아 온 아득한 은회색 추억 밀물지는 노래여
김성덕 시인  2013-10-07
[시의향기] 어머니의 고희
시간의 초침 소리로 더하기만 할 줄 아는 나이테를 온몸에 두르시고 세월의 통증을 밀어내며 날마다 맞이하는 아침이 올해로 고희이신 어머니뜨거운 햇살을 끌어안으며 석양을 등에 업고 흙냄새와 땀 냄새로세월의 층계마다 쌓인 주름살
박미순 토지 시낭송회 회원  2013-09-30
[시의향기] 장날
지친 삶 헹궈 놓고 단아한 맵시내며 꽁쳐둔 지폐 한 장 속주머니 간직하고 마음에 꽃 풍선 단 듯 시장가는 엄마 발길
김순자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3-09-02
[시의향기] 기로에서
지난밤 야음을 틈탄 모기의 무차별 공격 딸아이 몸엔 체리만한 붉은 반점 여러 개 가려움을 참은 나에겐 깨알보다 작은 점 몇 개 오늘은 모처럼 일찍 잠을 청하는데 위층에서 아이 쿵쿵거림과 왁자지껄한 소리난 위층 문 앞을 서성이고 있다.이걸긁어? 말아?
원주투데이  2013-08-26
[시의향기] 심지
기대지 마라 누워서 자라는 꽃은 없어라 실오라기 같은 작은 촉이 검은 흙을 밀고 올라와 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바라만 볼 뿐
고창영 시인  2013-08-19
[시의향기] 신림역에서
침목은 어제 떠난 길손을 기다렸고 열차는 손님 없이 햇빛만 싣고 떠났다 버려진 그 온기 속엔 유년이 가득하다 까치가 울어대던 그 옛날 플랫포옴소녀는 보퉁이를 안고 울고 있었다. 깎여진 말간 레일의 들켜버린 속살들
최승관 원주문인협회 사무차장  2013-08-12
[시의향기] 여름 밤
밤하늘에 별들이 떼 지어 떠 있다 무리를 짓는 것은살아 있는 것들의 오랜 습성, 오늘도 사람들은 밤늦도록 이 거리 저 골목을 몰려다닌다. 무턱대고 세(勢)를 불리려는 그들의 욕망은 무정형(無定型)의 고무풍선과 닮았다
양승준 시인  2013-08-05
[시의향기] 추억 1-봉천내
무더운 여름밤별들은 총총 쌍다리 아래 흐르는 물소리에 더위를 식히던 그 밤 철푸덕 철푸덕 동네 아낙들 빨래하는 소리
김남연 원주문인협회 부지부장  2013-07-15
[시의향기] 원주천 둔치 새벽장
정증수 원주문협·한국문협 회원  2013-07-08
[시의향기] 마음의 창
그립다 말을 할까 보고프다 적어 볼까 잘 울던 벨소리가 왜 오늘 먹통이냐 마음을 추스리려고 지난 추억 꺼내 본다 어디서 무엇하며 이 마음 모르실까 님 향한 끊는 가슴 갈 곳 몰라 서성이고텅비인 님의 자리엔 수심만이 출렁인다
박용식 현 관설초등학교 교장  2013-07-01
[시의향기] 이주
기름진 문전옥답 두고 오던 날 나는 울었네 고갯마루 서서 봉화산
최금복 한국문협·원주문협 회원  2013-06-24
[시의향기] 숲의 목욕
지난밤 천둥번개 요란하게 치더니만 치악 골 작은 돌 까지도 새하얗게 씻어놓고구룡 골 굽이굽이 하이 얀 물보라로
최우연 원주문인협회원  2013-06-17
[시의향기] 치악산
동해의 빛난 해를 건져 올린다.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도 한다.수 천 년 변하지 않는 씩씩한 산의 기상그 넓은 품속에 나를 던지며정겹게 안아주는 푸른 손길이여어느새 네 몸 안에도신록이 돋아난다.단풍이 고와서 적악이라 부르던 산산 꿩이 은혜 갚은 보은의 전...
박대순  2013-06-10
[시의향기] 호미
오래 오래 사용 했나보다 무뎌진 모습 보니 평생을 써도 달치 않을 것처럼 강인했던 그 모습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 어느 날 갑자기 무뎌가는 모습 발견 한다그때는 힘들지도 않게 땅도 잘 팠는데말없는 시간 속에 호미는 변모해 무뎌가고 있었다.
박순남 한국편지가족 강원지회장  2013-05-27
[시의향기] 감자의 눈물
산비탈 밭고랑에 호미자루 던져놓고 허기진 아버지가 내 뿜던 풍년초 잿빛 연기에저물어 가던 여름 날 하루해
이경우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3-05-20
[시의향기] 젖 몽울꽃
살얼음 비껴 오신 양지바른 진달래 곱다운 춘삼월에산에 들에 맺혔네. 때 아닌 우박에 가슴이 패이곤그리움 못 잊어 피멍으로 온 진달래
이경행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3-05-13
[시의향기] 치악산에 가면
하늬바람 성화에 마음이 흔들릴 때 나도 몰래 찾아 가는 치악산 구룡 계곡 청량한 물소리만 들어도 옹골찬 힘 솟는다.
이금자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3-05-06
[시의향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 한다는 단어가 훨씬 부드럽고 빠르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한다라는 네 단어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닌 것은 역시 짧아서 인가보다 긴 단어보다 짧은 단어가 말하기 어려운 것인가 ?사랑한다는 것이 꼭 이성 간의 사랑만 있는 ...
허금숙 원주문인협회 회원  201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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