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뮌헨 건축센터 1층에 전시된 건축자재.

유럽 국가들은 핵연료를 사용한 발전에서 벗어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 자신과 자녀 뿐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 중 독일 뮌헨의 건축센터(Bauzentrum)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에너지협의회(Energie Beratung)를 통해 신재생 에너지 선진국들의 공공영역 에너지 정책을 살펴봤다.

오래된 건축물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자 노력하는 모습과 시민들에게 에너지 보존을 위한 기초 정보를 제공하는 정책은 하루빨리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

글 싣는 순서
1. 에너지, 지역에서 자립하자
2. '관'에서의 에너지 지원
3.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귀싱
4.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하여
5. 패시브 하우스의 모범

독일 뮌헨의 에너지정책과 건축센터

뮌헨 인구는 약 150만명이며, 뮌헨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쓰는 예산은 연간 1천만유로(120억원)이다. 건축가 나탈리 노이하우젠(Natalie Neuhausen) 씨는 "뮌헨 물가가 높고, 에너지 절약에 고비용이 드는 걸 고려하면 많은 예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1천만유로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시민들은 신축 주택의 경우 패시브 하우스(에너지 절약 주택)로 짓기도 한다. 일반 건축비보다 10~20% 비싸지만 뮌헨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한다.

또 노후된 주택을 개선하거나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할 때도 예산이 지원된다. 뮌헨의 지원금과 별개로 KFW(국가재건은행)에서도 신축과 리모델링 시 국가 차원의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

뮌헨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에너지 제도 중 'CO₂보너스'라는 제도가 있다. 주택을 지을 때 건축 자재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자재를 사용하면 지원금을 늘려주는 제도다. 이 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환경친화적이며,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나탈리 노이하우젠 씨는 "단열재로 스티로폼 대신 나무와 같은 자재를 사용하면 건축비가 올라가는 대신 지원금을 늘려주는 것"이라며 "타 지역에서도 뮌헨의 CO₂보너스제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건축가 나탈리 노이하우젠 씨.

건축자재, 무료 컨설팅

뮌헨 건축센터는 뮌헨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전담하는 환경보건부 소속 공공기관이다. 5층짜리 건물로 이뤄진 이 공간은 건축자재 상설전시장이다. 시민들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이곳을 방문해 에너지절약과 관련된 건축자재를 둘러본다.

세입자와 건물주뿐 아니라 에너지절약 기술 관계자, 건축가, 설비엔지니어, 도시계획가 등 건축 및 에너지와 관계된 전문가들이 설비를 살펴본다. 이런 활동들은 기후보호 정책 전반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다.

뮌헨 건축센터에는 60여명의 민간 컨설턴트가 시민들에게 시설과 관련된 컨설팅을 해준다. 건축가 나탈리 노이하우젠 씨도 민간 컨설턴트 중 한명이다. 나탈리 노이하우젠 씨는 평소엔 건축사무실에서 건축가 본연의 업무를 하지만, 매주 목요일 건축센터에서 사전에 약속된 시민들에게 전화로 컨설팅을 한다.

나탈리 노이하우젠 씨는 "각 가정에서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컨설턴트로부터 30분간 무료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며 "민간 컨설턴트 입장에서는 잠재적 고객 확보 및 시민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 컨설턴트는 업그레이드 되는 최신 기술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하게 된다.

민간 컨설턴트들은 각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유기적인 협조로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하게 된다. 나탈리 노이하우젠 씨는 "독일의 건축 관련법은 수시로 바뀌는데 시민들은 전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증명서 부착 의무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에너지협의회

▲ 게오르그 토로 잘츠부르크 에너지협의회 사무국장이 에너지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에너지협의회는 지난 2011년 지금의 지방공기업 형태로 조직돼 운영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992년부터 지역별로 에너지협의회를 만들어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특히 잘츠부르크 에너지협의회는 개인 건물주나 신규 건축업자 등에게 에너지 컨설팅 전반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무상 컨설팅 및 무상 지원 등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잘츠부르크는 에너지협의회 주도하에 10년 단위로 2050년까지 장기 에너지계획을 수립·운영하고 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 및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률 50%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게오르그 토르(Georg THOR) 잘츠부르크 에너지협의회 사무국장은 "목표를 이루고자 잘츠부르크 내 모든 관공서는 재생가능에너지 혹은 지역난방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장기 에너지계획 수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잘츠부르크 전반에 재생가능에너지 공급 및 에너지 소비 절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건축물 에너지소비를 한눈에…에너지증명서

에너지협의회와 더불어 유럽연합에서 단연 눈에 띄는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증명서이다.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에서는 집이나 사무실 등 건축물에 대한 에너지증명서를 발급받아 부착해야 한다.

게오르그 토르 사무국장은 "에너지증명서 발급은 유럽연합에서 결정된 사항이라 강제력은 없다"면서도 "소속 국가들은 자국법을 개정하며 이를 법제화 시켰다"고 말했다.

건축물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이나 임대 의사가 있는 사람 등을 위해 표시하는 것으로 매매·임대 업자는 에너지증명서를 건물 입구에 부착하도록 했다.

건축물에 부착된 에너지증명서는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량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만든 표와 같다. 염광희 베를린자유대학교 환경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 전자제품에 붙어있는 전력효율량 스티커나 차량에 부착된 연비 표시 스티커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증명서에는 건축물에 쓰이는 난방과 냉방, 전기사용량을 표기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건축물 내 에너지 보존을 위해 필요한 1차 에너지, 1㎡당 필요한 에너지 등이 표기돼 있다.

제우스 시스템

에너지증명서가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제우스 시스템 덕분이다.

에너지협의회 직원이 건물을 방문해 건물에 사용된 창호나 단열제 등으로 EPC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증명서를 발급하며, 각각의 에너지 손실 정보와 개선 권장사항을 안내한다. 에너지증명서는 온라인 플랫폼인 제우스 시스템에 자동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제우스 시스템은 누구나 접속이 가능하고 확인 가능하다.

특히 에너지증명서 내용을 게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이나 국가 단위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존 정책 지원사업 중 에너지증명서에 의거한 필요 권장사업을 안내한다.

게오르그 토르 사무국장은 "무조건 권장 사업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권장 사업을 신청한다"면서 "1차 에너지 사용료가 비싸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에너지 소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개선 사업 비용보다 많다"고 말했다.

잘츠부르크 에너지협의회는 제우스 시스템을 통해 각종 보일러나 건축자재, 단열재 등의 정보를 비교 공개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체에서 제출한 수치가 아닌 검증된 기관을 통해서 측정한 수치를 제공하고, 평균 수치도 비교 공개한다.

게오르그 토르 사무국장은 "건축자재 중 어떤 제품이 환경친화적인지, 해당 자재를 사용한 후 폐기물은 재활용이 가능한지, 보일러 가격 및 성능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다"면서 "제조업체에서 구형 모델을 올려 평균 하향을 노리는 편법을 쓰기도 하지만 그 조차 업체에서 제품의 기술적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제우스 시스템은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뿐 결정은 이용자의 몫이라는 것. 다만 선택 과정에서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민성 기자  sung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