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자전거고속도로를 이용해 보다 빠르게 도심지로 이동한다.

유럽에서 만난 에너지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탈핵과 더불어 화석연료의 종말을 예고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다. 이들은 여러 신재생에너지 가운데에서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태양광을 1순위로 꼽았다. 

다만 에너지 절약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은 에너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재생 에너지를 선호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글 싣는 순서

1. 에너지, 지역에서 자립하자
2. '관'에서의 에너지 지원
3.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 귀싱
4.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하여
5. 패시브 하우스의 모범

 

독일 재생가능에너지 정책 EEG

독일 전체 에너지 중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은 2000년 3.7%에서  2012년 12.1%까지 상승했다. 관련 일자리도 2004년 16만개에서 2012년 40만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듬해 재생가능에너지는 12%로 하락했고, 일자리도 37만개로 소폭 감소했다. 독일 정부에서 책정하는 에너지 수매가격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중국의 저가 태양광 발전 설비가 어느정도 품질을 확보해 추격했기 때문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재생에너지를 판매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의 급격한 증가는 EEG(재생가능에너지법) 제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EG의 가장 큰 역할은 재생가능에너지에 우선권을 준다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우선 사용하고, 그 후 화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

결국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자는 전력회사가 가지고 있는 잔여 전력 여부를 막론하고 우선적으로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큰 역할은 설비를 설치한 당시의 기준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판매하는 가격을 20년간 법으로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산과 판매, 소비를 시장논리가 아닌 법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생산자 입장에서 큰 메리트가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20년간 수익이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안전장치로, 일반 개인에게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설치를 위한 대출 지원에 부담없다.

개인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판매하고자 한다면 큰 기술력이 필요한 바이오매스나 수력, 소수력이 아닌 풍력과 태양광을 선택해 발전 설비를 설치하게 된다.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대중화

징엔(Singen) 졸라컴플렉스(Solar complex)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서 생산되는 재생가능에너지 5만3천㎿ 중 민간 생산량이 51%를 차지한다. 원전을 가진 대형전력회사 4곳은 6.5% 뿐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전체 설비소유주의 40%는 일반 개인이고,   11%는 농부라는 점이다.

별도의 농부 카테고리가 필요할 만큼 농부들이 넓은 농토에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를 설치해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농부를 포함한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에 난입하는 것을 막기위해 독일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 판매 이윤을 2~8% 수준으로 제한했다. 보통 독일의 기업들은 20% 이상 이익이 나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은행 이자가 1~2%인 것을 감안하면 개인에겐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 개인이 에너지협동조합이나 유한회사 형태를 만들고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 자전거고속도로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는 자동차 중심의 사회에서 대중교통 중심의 사회로 전환하며 화석에너지 소비를 적극적으로 막았다.

프라이부르크는 192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도시로 인구가 집중된 상황에서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주요도로 주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이를 중심으로 교통 인프라가 조성됐다.

프라이부르크는 1980년대부터 대형마트의 교통 집중을 막고 주거단지 내  작은 규모 상점을 장려했다.

22만명의 소도시인 프라이부르크에는 지하철은 없지만 트램(Tram, 노면전차)이 다니고 있다. 트램 노선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했고, 주거 단지에는 트램 대신 버스를 투입해 생활 불편이 없도록 했다.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레기오카르테(Regio karte, 정기권, 연간 530유로(한화 70만원))를 통해 인근 지역의 대중교통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간 300만유로(한화 4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지만,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으로 프라이부르크의 교통분담률은 자동차가 20%인 반면, 대중교통이 45%를 차지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교통분담률의 나머지인 35%는 자전거가 책임지고 있다. 정책적으로 자동차만큼 빠른 자전거를 컨셉으로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자전거고속도로. 자전거고속도로는 일반 자동차고속도로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만 통행이 가능하며, 신호등이나 교차로가 없다. 프라이부르크에는 자전거 전용도로 중간에 자전거 운전자들을 위한 교회가 있을 정도로 인프라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올해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연간 자전거 통행량을 측정하기 위해 계측기를 설치했는데, 7월 초 150만대를 돌파했으며, 하루 중 오전 출근시간대가 지나면 3천대 이상 자전거가 통행하는 것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30년 안에 재생가능에너지 체제 전환"
징엔 졸라컴플렉스…에너지 자체수급률 100% 달성 목표

▲ 졸라컴플렉스의 나대지 태양광 발전사업을 설명하는 쥬타 가우커 교육담당.

태양광 발전 모듈 중에는 일반 실리콘 모듈보다 효율이 높은 카드뮴방막 모듈이 있다.

카드뮴방막 모듈은 태양광이 없는 흐린 날에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직경 1㎜의 쇠구슬을 시속 100㎞의 속력으로 부딪혀도 부서지지 않아 우박 등 악천우에도 파손되지 않는다.

이러한 카드뮴방막 모듈은 당연히 실리콘 모듈보다 비싼데, 이 모듈이 독일 남부, 스위스 국경과 인접한 징엔(Singen)의 쓰레기 매립장 나대지에 3만2천장이 설치돼 있다. 버려진 땅을 이용해 3.6㎿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하고 이를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일을 하는 곳이 바로 징엔의 졸라컴플렉스(Solar complex)다.

2000년 5월 31일. 독일 징엔에서는 역사적인 워크숍이 열렸다. 무려 4박5일간 릴레이로 열린 워크숍인데, 주된 내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다른 나라와 다음 세대에 비용 부담을 주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는가?'였다.

저명한 전문가들이 4박5일간의 열띤 토론을 펼치면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고, 바로 그 자리에서 졸라컴플렉스라는 회사가 탄생했다.

졸라컴플렉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징엔에 필요한 에너지를 30년 안에 100%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바꾸자는 것.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의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20년만에 지금의 위치까지 다시 올라섰다.

그렇다면, 외부 에너지 공룡 기업으로부터 마을과 지역이 재생가능에너지로만 독립하는데는 30년이면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동체 방식으로 운영하고, 지역에서만 구체적으로 명시된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같은 원칙에 설립 당시 20명의 시민 주주들이 참여했고, 징엔과 주변 보덴제(Bodensee) 호수 인근에 태양광과 태양열, 소수력 등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졸라컴플렉스는 창립 3년째부터 수익이 발생해 이듬해부터 배당이 이뤄졌다. 앞서 말한 나대지 태양광 발전 설비 외에도 뷔싱엔(Busingen)이라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독일 영토지만 스위스 영토에 둘러쌓여 섬처럼 존재하는 지역이다.

때문에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에 따라 전기를 생산해도 독일 정부가 구매할 수 없다. 그래서 이곳은 태양열을 이용하고 있다. 태양열 온수기와 바이오가스, 우드칩을 이용한 열병합발전 설비를 이용해 일반 가정과 학교에 전기와 열을 공급해주고 있다.

졸라컴플렉스는 현재 1천여명의 주주가 있으며, 창립 10년째 300배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본금은 약 700만유로(한화 88억원), 현재까지 투자규모는 1억유로(한화 1천200억원)를 돌파했다.
 

이민성 기자  sung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