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위성도시 할방에 위치한 할방 문화센터. 겉보기에는 세련된 건축물로만 보이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술이 집약돼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유지비용이 제로(0)인 집이다. 한국에서도 간혹 건축비가 더 들더라도 유지비용 절감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해 패시브 하우스 건축법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흉내내기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 사용료가 한국에 비해 비싼 유럽은 에너지 절약을 당연시 하고 있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유출되는 에너지를 막는 유럽의 패시브 하우스 모범 사례를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1.에너지, 지역에서 자립하자
2.'관'에서의 에너지 지원
3.오스트리아 작은 마을, 귀싱
4.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하여
5. 패시브 하우스의 모범

▲ 할방 문화센터를 건축한 해럴드 쿠스타 씨. 유리창 외부에 블라인드를 설치해 내부 온도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는다.

한여름 에어컨 없이 22℃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위성도시 중 하나인 할방(Hallwang)은 잘츠부르크 분지에 위치해 습하고 강수량도 많다. 겨울에는 강추위로 영하 20℃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여름에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한 달에 일주일이 채 안되고, 비가 내리면 하루에 1㎡ 당 300ℓ수준의 강수량을 기록한다. 기본적으로 추운 지역이라고 볼 수 있는 할방. 이러한 환경에 지어진 문화센터는 패시브 하우스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상기온이라고 부를 만큼 오스트리아의 낮 기온이 40℃에 육박한 여름날, 할방 문화센터에 들어서면 에어컨을 튼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낀다. 실내 온도은 22℃이다.

1천538㎡ 면적에 지하1층, 지상2층 규모로 지은 할방 문화센터엔 에어컨이나 히터같은 냉·난방 시설을 찾을 수 없다. 다만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홀 내벽에는 서로 다른 크기의 구멍이 뚫린 벽과 외벽에 설치된 블라인드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할방 문화센터의 비밀

할방 문화센터는 태양과 빗물만으로 냉·난방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되려 우리나라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아이템들이 있다.

먼저 콘크리트다. 우리나라 온돌과 같은 원리로 할방 문화센터 지하에는 1천392톤의 콘크리트가 타설돼 있다. 콘크리트의 에너지 저장 능력을 이용해 태양으로부터 받은 열로 난방을 한다.

또 여름에는 강수량이 많은 기후를 이용해 7만ℓ의 빗물을 저장, 순환펌프를 통해 콘크리트를 식혀서 냉방을 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두 번째는 기와집의 매력이기도 한 처마다. 할방 문화센터에도 처마가 설치돼 있다.

하지와 동지의 태양 고도를 계산해 겨울에는 태양빛이 건물 안쪽 벽까지 닿고, 여름에는 태양빛이 문 앞까지만 내려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그 외에도 유리창 외부에 설치한 블라인드는 태양빛을 차단할 뿐 아니라 태양열까지 차단해 여름철 문화센터 내부가 데워지는 것을 막고 있다. 내벽에 뚫린 구멍 벽의 공조시스템은 0.1㎧의 속도로 공기를 순환시키고 있다.

특히 공조시스템을 통해 에너지를 가진 공기가 외부와 순환하며 갖고 있던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는다.

내부 에너지의 외부 손실을 막기 위해 20㎝ 두께의 단열재와 25㎝의 콘크리트 외벽을 설치했다. 지붕에 설치된 138㎡의 태양열 집열기, 18.6㎾ 태양광 발전 설비도 할방 문화센터를 패시브 하우스의 정석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원리로 할방 문화센터는 연간 유지비용이 0유로다. 오히려 3월부터 10월까지 난방이 필요하지 않은 시기에 만들어진 에너지를 인근 레스토랑과 호텔에 공급하며 연간 1천500유로(한화 2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규모 건축물을 LNG를 통해 냉·난방 했다면 연간 5천500유로(한화 730만원) 수준의 유지관리비용이 소모된다. 물론 할방 문화센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제로(0)다.

"한국엔 물리학자가 없습니까?"

패시브 하우스의 모범을 설계하고 건축한 건축가이자 에너지자립 하우스 플래너 해럴드 쿠스타(Harald Kuster) 씨는 "한국에는 물리학자가 없습니까?"하고 농담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왜 단열에 도움도 안되는 유리창 안에 커튼을 설치하며,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처마를 포기하고 아파트에는 처마를 설치하지 않는지 지적했다.

그는 패시브 하우스와 일반 건축물 간 실질적 비용은 차이가 없다고 강조한다. 건축 당시 패시브 하우스가 비싼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스트리아 정부의 패시브 하우스 지원액이 차이를 상쇄한다는 것.

평소 사용하는 에너지 사용료를 고려하면 패시브 하우스가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2009년 패시브 하우스의 첫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할방 문화센터는 2013년 완공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만 현재 30여곳의 패시브 하우스를 건축했으며, 잘츠부르크 스포츠센터와 다세대주택 등 10곳은 짓고 있다.

그는 "자식들을 생각하면 오스트리아에 단 한기의 원전도 가동되지 않는다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예전에는 건물을 세우고 돈을 버는 것에 혈안이 됐던 오스트리아 산업체들이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햇빛과 바람 조절해서 온도 유지"
아스트리드 마이어 프라이부르크 미래연구소 대표

▲ 아스트리드 마이어 씨가 3중창으로 된 정원문의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는 모습.

프라이부르크 미래연구소 대표인 아스트리드 마이어(Astrid Mayer) 씨는 플러스에너지 주택에 살며, 솔라쉽(Solar ship)이라는 이름의 건물에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스트리드 마이어 씨가 자신의 집과 솔라쉽을 소개했다.

아스트리드 마이어 씨의 플러스에너지 주택은 북쪽은 막고, 남쪽은 전면 유리로 설계된 패시브 하우스다. 겨울철 햇빛이 도달하는 거리를 계산해 주택 이격 거리를 설계했고, 겨울철 실내에 들어오는 햇빛만으로 25℃를 유지하도록 했다. 할방 문화센터와 마찬가지로 처마를 설치해 여름철 직사광선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겨울철에는 최대한 태양광을 받을 수 있는 설계다.

1년 중 폭염으로 기온이 높은 날이 많지는 않지만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냉방기기 없이 집안의 모든 문만 닫으면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는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한 낮에 밀폐된 집 안에는 공조시설을 가동해 공기를 순환하고, 밤에 모든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방식이다.

단열 또한 인상적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2중창의 단열유리를 사용하는 반면 대부분 3중창이 기본이다. 또 천연면을 소재로 한 단열재가 40㎝ 두께로 설치됐다. 단열은 냉·난방 효율도 높여줄 뿐 아니라 이웃 간 소음 문제도 해결해준다.

플러스에너지 주택이 완성된 시기는 2000년. 당시 플러스에너지 주택이나 패시브하우스에 관한 경험이 부족해 만일을 대비한 난방기를 설치했다. 라디에이터가 설치돼 있는데, 이 또한 열병합발전 설비를 통해 전력을 얻는다. 하지만 이 라디에이터를 사용하는 건 1년 중 혹한기 일주일 뿐이다.

솔라쉽은 주변 지형을 적극 활용한 패시브 냉방 건축물이다. 여름철 사무실에서는 퇴근하면서 창문을 닫는다. 밤 시간대 산에서 내려오는 찬 바람이 사무실 내부 온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이후 사무실에 출근하며 창문을 닫으면 냉방이 지속된다. 냉방을 위해 열어놓은 창문은 방범창으로 설치돼 도난 등의 위험에 대비했다. 솔라쉽 역시 할방 문화센터와 마찬가지로 열 저장능력이 뛰어난 콘크리트로 지어졌고, 태양광을 조절하기 위해 외부에 블라인드가 설치돼 있다.

사무실로 사용되는 건물인 만큼 내부 면적을 넓히기 위해 두께 당 단열력이 좋은 진공 단열재와 열 저장매체로 활용할 수 있는 파라핀왁스로 벽의 두께를 8㎝까지 줄였다.

이민성 기자  sung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