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금마을 주민들은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에너지와 관련된 방과후수업을 진행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석 에너지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고 환경보호를 위해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가운데 원주에서는 열병합발전소 건립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전북 임실과 오스트리아, 독일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역의 선진 사례를 소개한다. 

글 싣는 순서
1. 에너지, 지역에서 자립하자
2. '관'에서의 에너지 지원
3.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귀싱
4.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하여
5. 패시브 하우스의 모범

에너지 정책은 하다 만 정책에 가깝다. 원주시도 정부 예산이 있을 때만 신재생에너지 주택지원사업 내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 예산으로 추진하기엔 한계가 있고,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연구가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농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셀 수 없이 많다. 정부는 각종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마을이나 권역별로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 여기저기 유사한 형태의 마을만 양산했다. 

전북 임실 중금마을은 에너지와 농촌 마을만들기 사업의 해답을 보여준다. 완성형 해답은 아니지만 에너지자립을 목표로 모범답안을 써내려가고 있다.

시작은 미미하게…

치즈로 유명한 임실에 있는 중금마을은 31가구에 89명이 모여산다. 이 마을의 목표는 에너지 자립이다. 단순히 마을에서 발전소를 운영하며 외부에서 들여오는 에너지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미래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중금마을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생활부문에서는 공동체문화를 지향하며 쓰레기 없는 마을을 만들고자 했고, 재생에너지는 준비된 사람부터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농촌마을답게 농업부문에서는 순환농업, 친환경농업으로 저탄소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했으며, 지역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문화 및 복지 실현, 도농교류, 소득증대를 목표로 잡았다. 실상 목표와 발전방향을 세웠지만 에너지 자립의 시작은 단순하게 재활용 분리수거부터였다.

에너지자립 마을만들기

본격적으로 에너지자립을 목표로 시작한 것은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마을만들기 사업이었다. 2010년 정부에서 시행하는 '그린 빌리지 사업'에 참여, 보조금을 받아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 것이 하드웨어적인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시작이었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가구와 자부담을 수용할 만큼 경제적 여건이 가능한 가구에 3㎾ 태양광 설비가 설치됐다.

이후 주민들은 개별적으로 그린홈사업을 신청했고, 지금은 31가구 중 11가구가 집과 창고 지붕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현재 11가구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은 마을 내 전력 소비량의 70%에 달한다.

사업 혜택에서 벗어난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지 못하거나 전력 사용량이 적은 독거노인들이었다. 이들을 위해 마을회관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또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마을 공동 방앗간을 운영한다.

방앗간은 태양광 발전으로 운영되는 만큼 유지비용이 필요없다. 농업을 주수입으로 하는 중금마을은 농산물 탄소배출량이 현재 벼 17㎏, 고추 85㎏, 배추 3.8㎏으로 기후변화대응 저탄소배출마크를 달고 있다. 중금마을의 목표는 이를 각각 10㎏, 9.2㎏, 2.8㎏로 줄이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중금마을은 전 주민 탄소포인트 100% 가입, 멀티탭 등 고효율 제품 보급 등이 이뤄졌다. 마을 일부 가로등은 태양광 가로등으로 교체했으며, 저탄소 농축산물 시범생산 사업을 시작해 3년차에 접어들었다. 또 마을공동농장에서 고사리를 재배해 마을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및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 최초 에너지자립마을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와 관계된 기관이나 단체는 중금마을을 한번쯤 들렸다. 마을 자체가 신재생 에너지 홍보처가 됐다.

또한 작은도서관을 짓고 전국 최초로 지역학교와 연계해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근 초등학교 전교생이 방문해 방과후 수업을 듣는다.

학생들은 이론 수업을 비롯해 바이오 연료 경운기, 태양열 조리기, 자전거 발전기를 체험한다. 중금마을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전기 생산과 소비, 신재생에너지와 지구 환경 등의 관계를 익힌다. 습관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 만큼, 어릴 적부터 에너지에 관해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면 습관을 바꿀 필요 없이 에너지와 환경을 생각할 수 있다는 취지다.

▲ 중금마을 주민들에게 일상화 된 분리수거. / 태양광 발전 설비로 운영 중인 공동방앗간.

중금마을의 미래

중금마을은 쓰레기 제로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마을에서 이룩한 에너지자립을 인근 마을로 확산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4개 마을이 시범사업에 참여했고, 올해는 대상이 10곳으로 늘었다. 특히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유랑극단을 조직, 에너지자립을 위해 노력했던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어 여러 마을에서 순회 공연할 계획이다.

마을 수목원 조성도 눈길을 끈다. '깨끗한 우리집, 아늑한 우리동네'를 슬로건으로 주민들이 집 앞 마당을 정원으로 꾸미고 있다.

현재 9가구가 정원 꾸미기에 참여해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수목원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유치하고, 농가소득 증대 및 방문객의 에너지 체험을 위한 체험프로그램 개발도 중금마을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돈 보다 환경을 위한 에너지

중금마을 주민들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와 쓰레기 배출을 줄여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생명을 지키고 건강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지금보다 나은 농업환경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중금마을 주민 대다수는 농민이다. 농업녹색성장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는 정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에너지자립을 진행하고 있다. 지원 예산이 끊기면 추진 사업도 중단되는 다른 마을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느리더라도 에너지 자립을 이뤄내겠다는 중금마을의 의지이다.
 

"분리수거 정착 4년  
김정흠 임실중금마을 위원장

김정흠 임실중금마을 위원장은 "신재생에너지라고 해서 특별한 시설은 없다"며 "단지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천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 마을에 온 것은 지난  2007년이었다. 마을에 적응할 때 쯤 기후변화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그것을 계기로 마을에 도입할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09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분리수거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마을 분리수거대 설치를 읍사무소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결국 김 위원장이 직접 가서 받아와야 했다. 설치하고나니 안내판 글씨가 작아 어르신들이 알아보기 어려웠고, 사비를 털어 큼지막하게 새로 만들어야 했다.

어렵게 설치했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음식이나 비누 같은 물질적 보상이 있어야 설명회에 참석한다"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고 김 위원장은 회상했다.

분리수거장을 만들고 나서 수개월이 지나서야 첫 분리수거가 있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돌아온 마을 할머니였다. 그 일을 계기로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참여했고, 지금은 공터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투기하는 것이 되려 불편해졌다.

김 위원장은 "예전에는 주민들이 쓰레기를 태우거나 종량제 봉투 없이 대충 버리는 것이 가장 편한 쓰레기 처리방법이었지만, 지금은 분리수거가 편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수준까지 오는데 4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분리수거를 통해 부수입도 생겼다. 폐품을 판 수입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정부의 신재생 관련 사업은 시설 보급에만 급급할 뿐 이용자의 마인드 함양이 없다"는 김 위원장은 "반드시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을 바꿔야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성공한다"며 "교육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쓰레기를 줄이고, 전기를 아끼는 문화를 정착시킨다면 100% 에너지 자립마을이 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성 기자  sung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