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분쟁조정위 결정 무엇이 문제인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상지대 정이사 배분비율을 정이사 전체인원 9명중 5명을 구재단측 인사로 구성하기로 결정해 상지대 구성원과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발칵 뒤집혔다. 이는 사실상 사학비리로 물러났던 구재단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이에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싣는다.

 "사분위와 교과부는 상지대 구성원뿐 아니라 원주의 양심과 싸울 각오해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지난 4월 29일 상지대 정이사 9명 중 5명을 김문기 전 이사장 측 인사로 임명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부정입학과 횡령 등 김문기 전 이사장 체제는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손꼽히고 있는데, 또 다시 복귀의 길을 터 준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월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주경복 당시 사분위 위원 해촉 관련 보도 자료를 통해 "위원회 결정이 대외적인 신뢰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원 각자의 높은 준법의식과 판단의 균형성이 요청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분위 위원은 높은 준법의식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인데, 사학비리의 대명사인 김문기 전 이사장 측에 학교운영권을 넘기는 결정이 높은 준법의식에 근거한 것인지 묻고 싶다. 또한, 이번 사분위 판단이 균형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묻고 싶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비리 전과자의 경영권 복귀에 손을 들어준 것은 균형을 잃은 판단이다. 정이사 체제나 다름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학교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사분위에 반드시 재의를 요청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분위 위원의 준법의식이 높지 않고 균형 있는 판단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면 사분위 위원을 교체하고 상지대 정이사 선임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전과자라고 해서 운영권 참여를 제약받고 학교를 지금보다 더 발전시킬 수 없다는 논리는 단순한 흑백논리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얼핏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각은 상지대가 물품을 생산해 이윤을 남기는 기업과 같은 사적영역임을 전제했을 때만이 가능한 이야기이다. 교육은 공공의 영역이다. 공공의 영역에서도 특히나 공공성이 담보돼야 할 교육 분야이다. 이 때문에 '자격'이 가장 중요하다. 사분위 위원 중 일부가 "옛 재단 쪽의 자격요건 등에 대해 좀 더 깊게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판단한다. 김문기 전 이사장 측 인사가 학교에 복귀하는 것은 비리로 파면됐던 공무원이 복직해 예전에 했던 똑같은 공무를 집행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반상식과 법으로는 용인되지 않는 것이다.

　원주지역 21개 시민사회단체와 6개 정당은 3일 상지대 정문에서 옛 비리재단 복귀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이는 단순히 상지대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오명을 씻고 민주대학으로 거듭난 현재의 상지대 모습이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원주의 정체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지역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상지대 역사가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옛 재단이 복귀하면 상지대가 지금까지 지역사회와 유지해 왔던 상생은 깨질 수밖에 없다. 민주화를 위해 땀 흘린 원주의 양심이 옛 재단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가 있게 하는 근본은 학생이다. 따라서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 것이다. 사분위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인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하거나 이를 방조한다면, 이들은 상지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원주의 양심과 싸워야 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