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공공성보다 사유재산권 더 중시

　구재단의 상지대 복귀를 반대하는 상지대 구성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사분위의 이번 결정이 지난 2월 2기 사분위 출범당시 이미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2기 사분위가 구재단을 옹호하는 보수성향 인사들로 구성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분위는 분쟁 사학의 정상화 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 12월 27일 출범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각각 추천한 3인, 대법원장이 추천한 5인으로 구성됐다. 1기 사분위는 7개 대학과 초·중등 법인 10개 등을 정상화하고 29개 법인의 임시이사를 뽑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상지대를 비롯해 조선대와 세종대 등 대표적인 분규 사학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일부 사분위 위원에 대해 구재단 인사들이 기피신청을 하고 사분위가 요구한 정이사 추천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등 의도적인 시간끌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12월로 1기 사분위원들의 임기 2년이 끝나면서부터. 교과부는 2월 1일 지난해 임기가 만료된 사분위원 8명에 대해 6명을 신규 위촉하고 2명을 재위촉했다. 김동찬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 김성영 성결대 교수, 민경찬 연세대 대학원장, 배경율 상명대 부총장, 이미현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정재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등이 2기 사분위에 새롭게 합류했으며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와 김영석 연세대 교수가 재위촉됐다. 여기에 1기 사분위에서 임기가 남은 고영주 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등으로 2기 사분위원 명단이 발표되자 상지대를 비롯한 분규사학은 물론, 사회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사학의 공공성보다 사유재산권을 더 중시하는 보수 성향 위원들이 대거 포진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분쟁 사학의 정상화 방안을 심의하는 법적 기구인 사분위가 사학을 공적 자산보다 개인소유 재산으로 인정하는 보수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과거 사학재단 비리에 대한 개혁 의지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이들 중 김성영 교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초대 본부장을 지냈으며 사분위의 존립근거인 사학법을 공공연히 반대해 온 인사로 분류된다. 정재량 위원은 뉴라이트학부모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임기가 남은 고영주 법무법인 KCL 대표는 공안검사 출신이다. 이 밖에 중임된 이장희 외국어대 교수 등 1~2명을 제외하곤 2기 사분위는 보수성향 인사 일색이라는 게 중론.

　우영균 상지대 교수협의회 전 대표도 2기 사분위 명단이 발표된 지난 2월 "구재단들이 정이사 추천 명단을 내지 않고 계속 시간을 끌며 버틴 것은 2기 사분위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며 "사분위가 비리를 저지른 옛 재단의 손을 들어준다면, 대학은 다시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사분위의 정이사 비율배분 결정에 재심을 요구한 상지대 비대위가 한발 더 나아가 일부 문제 사분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배경도 이에 기인한다. 교과부가 재심을 요구하더라도 사분위가 또 다시 같은 결정을 내릴 경우 뚜렷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박병섭 상지대 비대위 위원장은 "정부에서 임명한 사분위 위원들이 사학비리 전과자의 복귀를 결정했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천명한 교육 부패 척결 의지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며 "교과부는 조속히 재심을 요청하고 문제가 있는 일부 사분위 위원들에 대한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