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억원이 투입돼 건립된 조엄기념관.

지정면 간현리 작동마을에 건립된 조엄기념관이 문을 연지 2년 넘도록 ‘개점휴업’ 상태이다.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원주시는 얼 선양사업 일환으로 38억원을 투입, 간현리 작동마을에 있는 조엄 선생 묘역 인근에 조엄기념관을 건립했다. 4천622㎡에 기념관 및 사당을 짓고, 부속시설로 주차장과 2천㎡ 규모의 고구마 텃밭을 설치했다. 1763년 조선통신사 정사로 일본에 파견됐다 고구마 종자를 들여와 백성들의 기근을 해결한 조엄 선생의 업적을 선양하는 한편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 2004년 사업이 시작돼 2014년 11월 준공했으니 10년가량 걸렸다. 그러나 개관 이후 줄곧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묘역 인근에 건립하다보니 시내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조엄기념관 보다 1년 늦게 준공한 임윤지당 선양관의 경우 단구동 여성가족공원 내에 있어 공원을 찾은 방문객이 간간이 들르고 있다. 반면 조엄기념관은 마음먹고 찾아가야 한다.

게다가 기념관과 묘역을 둘러보고 나면 할 게 없다. 일회성 방문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더라도 관리비는 꾸준히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원주시가 올해 본예산에 편성한 조엄기념관 관리비는 기간제근로자 인건비 3천200여만원, 일반 운영비 2천300여만원 등 모두 6천400여만원이다. 올해 1년만 관리비가 필요한 게 아니라 매년 이 정도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예산 대비 활용도가 극히 저조해 세금 낭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건 10년가량 건립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작 중요한 활용방안은 도외시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원주시는 작년 7월 조엄기념관 관리 부서를 문화예술과에서 역사박물관으로 변경하고, 활용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다. 이에 역사박물관은 오는 5월과 10월 각각 5회에 걸쳐 유치원·어린이집 원생들을 초청, 고구마 텃밭가꾸기, 고구마 음식만들기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10월 중 조엄기념관과 주변 관광지를 걷는 ‘조엄 사행길 체험행사’를 계획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책은 미봉책에 그칠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접근하긴 어렵다는 어두운 관측이 나온다. 추가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교육관 등을 건립, 조엄 선생의 애민정신을 널리 알리고, 체험활동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조엄 선생 선양 및 식문화 등에 관한 인문학 강의와 음악회 등을 계획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면서 “교육관 건립은 시급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