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흐린 세상 곧은 소리 묻힐까 싶어

밤에도 직립으로 서서 떨어지는 폭포

아니, 한밤중에도 우레소리로 퍼붓는 폭포

아직도 이 폭포 밑에선 물비늘 뒤집어쓴

반딧불 저희끼리 숨어 사는 동네가 있나 보다



맞은 편 절벽 밑 풀숲을 높게 낮게 선회하며

현호색 밝은 선을 긋는 개똥벌레들,

개똥벌레야 개똥벌레야 자지 마라

이 곧은 소리 속에 묻혀 더 싱싱해진 네 몸의 빛

내 또한 이 물범벅 속에 묻혀 온 삭신이 저리는 밤



그래, 잠들지 마라 잠들지 마라

그래그래, 우리 잠들지 말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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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마치 여름날 아침, 초록 물방울들이 초록잎새에서 돌돌 구르듯이 맑고 상쾌한 시다. “반딧불 저희들끼리 숨어사는 동네”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흐린 세상에 곧은 소리 묻힐까” 저어하여 “개똥벌레야, 개똥벌레야, 잠들지 마라” 라고 외치지 않아도 되는, 더 이상 오염되지 않는 생태환경이었으면 좋겠다. 하나 더 욕심을 낸다면 이런 시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었으면 진정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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