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원주투데이포털 | 6.4지방선거 맛집캘린더
 
  최종편집 : 2014.9.30 화
   
> 뉴스 > 기획특집 > 소통의 미학 공공예술
     
소통의 미학 공공예술: ② 미술, 공동체와 만나다
'존중의 벽'에서 '희망의 벽'으로
2008년 11월 24일 (월)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 시카고미술대를 올해 졸업한 브렌든 허드슨(사진 앞)은 대학원생인 커스틴 라르슨과 함께 시카고 대표적인 빈민가 메이폴에서 지난해부터 정원을 만들고 벽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미술관 벗어난 예술 일상으로 … 작가와 관람자 간격 좁혀
 빈곤과 범죄로 해체된 공동체 희망공간 만들기로 하나됐다
 조형물 벗어나 주민들과 적극적인 소통…희망의 벽 만든다

공공미술의 모범 '행동하는 문화'

시카고 그랜트파크 외곽에 세워진 '기울어진 호(Tilted Arc)'는 공공예술에 대한 접근방식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1988년 리차드 세라(Richard Serra)가 제작한 이 조형물이 원래 서 있던 곳은 연방정부 건물 앞이었다. '기울어진 호'가 연방정부 건물을 출입하는 사람들의 동선을 길게 만든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이전설치 요구가 제기됐고, 법정까지 가는 논란 끝에 결국 이 조형물은 철거돼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다. 이 사건 이후 공공예술은 대중들에게 좀 더 다가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1991년 시카고에서는 고등학생, 공동주택 거주자, 노동조합원, 에이즈 환자와 자원봉사자, 여성단체, 청소년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와 작가들이 8개의 그룹을 만들어 각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있었다.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반영한 페인트 색상표를 직접 선정해 전국의 건축자재상에 배포했고, 노동자들은 작가와 함께 막대사탕을 만들고 포장지를 디자인했다. 시내 광고판에 광고하는 일도 공동으로 진행됐다. 고등학생 12명은 1년간 도시생태환경 보존을 위한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에이즈 환자들과 함께 환자들이 먹을 채소를 수경재배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도심 빈민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비디오를 제작하고 거리에 모니터를 설치해 발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아파트 단지 내 휴게공간.  
 

오늘날 공공미술의 가장 모범적이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행동하는 문화'(Culture in Action) 프로젝트가 그 것이다. 비영리 공공미술 기관인 '스크럽처 시카고'(Scluptuer Chicago)의 지원을 받아 1991년 시카고 전역에서 시작해 1993년 일반에 공개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였다.

단순한 오브제 설치가 아니라 공동체와의 작업을 통해 공공미술에 접근하고자 한 이 시도는 예술과 삶, 작가와 관람자의 간격을 좁히고, 공적 영역에서 작가의 역할을 새롭게 제시했다.

   
 
  ▲ 흑인미술운동이 활발했던 브론즈빌의 벽화. 재개발로 인해 한 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적도 있었지만 주민들의 애정에 힘입어 현재 공원화가 추진중이다.  
 

흑인미술운동의 상징 '존중의 벽'

흑인 밀집지역인 시카고시 남쪽 브론즈빌은 1970년대 흑인미술운동(Black Art Movement)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흑인 벽화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저스틴 데반의 작품을 비롯해 당시 제작된 작품들이 현재도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며 거리의 벽을 채우고 있다. 당시의 벽화들은 대부분 흑인의 인권과 민주화 등을 주장하는 시위의 성격을 갖고 있다.

흑인미술운동은 이후 남미나 중국 등지에서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다인종미술운동(Multiracial Art Movement)으로 확산된다. 내용도 거창한 정치적 테마보다 공동체의 정체성을 찾고 삶의 환경을 개선해보자는 차원으로 변화한다. 그래서 최근에 제작된 벽화들은 '미국이 평등사회인가?'에 대한 의문부터 지역주민의 일상을 그린 것까지 다양하다.

주민들은 이곳을 '존중의 벽(wall of spirit)'이라 부르며 소중하게 아낀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곳은 재개발로 인해 한 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적도 있었지만 이런 주민들의 애정과 노력에 힘입어 현재 공원화가 추진중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훼손된 벽화를 보수하고 있는 시카고공공미술그룹(CPAG)도 누구보다 이곳 벽화를

 

 

 
 
  ▲ CPAG 멤버인 올리비아 구드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그녀는 최근 브론즈빌 인근 한 아파트에서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 주민들을 미술활동을 통해 하나로 결집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끼는 이들 중 하나이다. CPAG 멤버인 올리비아 구드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브론즈빌 인근에서 'Structure is Spac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근 완료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주민들의 손으로 삶의 공간을 만드는 것.

1960년대 초 흑인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로 지어졌지만 각종 범죄가 들끓자 비워진 채 수십 년간  방치됐던 힐리어드(Hilliad) 아파트가 프로젝트가 진행된 장소. 6년전 리모델링을 통해 사람들이 재입주한 이 아파트에는 건립 초기와는 달리 흑인 외에 중국계 이민자, 무의탁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800여 가구가 함께 거주하고 있다.

구드 교수는 이 곳에서 빈곤과 범죄 때문에 공동체가 해체됐던 과거의 아픔을 상기하며 주민들과 함께 벤치 등 단지 내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과 그 소재 등을 모두 주민이 결정했음은 물론이다. 

구드 교수는 "주어진 공간에 희망을 만들기 위한 2년 가까운 작업 과정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집단으로 구성된 주민들이 미술을 통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희망의 벽 그리는 메이폴

최근 시카고미술대(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학생들이 진행한 '메이폴 정원과 벽화 프로젝트' 역시 조형물을 벗어나 공동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작업이다. 시카고 서쪽에 위치한 메이폴은 흑인거주 비율이 97%가 넘는 시카고의 대표적 빈민가중 하나.

올해 시카고미술대를 졸업한 브렌든 허드슨은 대학원생인 커스틴 라르슨과 함께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정원을 만들고 벽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여름 6주간의 일정으로 이 지역 청소년들과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생태체험, 미술교육 등이 실시됐고 워크숍을 열어 벽화에 무엇을 담을까를 논의했다. 폭력과 가난, 이웃의 의미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으며 마을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을 통해 마을의 역사를 접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제시한 디자인을 마을교회에 전시해 주민들이 최종안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마을 앞 공터에 '정원'을 꾸몄다.

첫 벽화작업을 시작한 지난달 31일 브랜든은 "커뮤니티 아트에서 90%는 과정이고 10%가 결과물"이라며 "커뮤니티 아트를 진행하면서 작품과 공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커스틴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나 스스로가 변했다"고 토로한 그녀는 "작가로서 '이건 내 작품이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내 작품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것이며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철거할 수도 있고 그것은 당연한 주민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마을에서 디디할머니로 통하는 앨드리나 칼슨(55) 씨는 "처음엔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난 뒤 부터는 달라졌다"며 "마을의 역사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길 이 곳을 주민들은 '희망의 벽'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 흑인벽화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저스틴 더반의 'black women emerging.' 흑인 여성을 소재로 했지만 흑인분리정책 등 사회문제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메세지를 담고있다.  
 

 


 

 "공공예술은 결과물 아닌 사람과의 관계"
    메리 앤 제이콥(시카고미술대학 교수·큐레이터)
   
 
   
 

 

국내외 문화활동가들이 '공공예술'을 논할 때 꼭 빠지지 않고 거론하는 인물이 있다. 시카고미술대학(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교수이자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메리 제인 제이콥(Mary Jane Jacob)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1991년부터 2년간 진행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행동하는 문화(Culture in Action)'는 공공예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얻고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그녀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전 미술관에서 진행되던 미술을 일상생활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시카고 설리번갤러리에서 만난 그녀는 "공공예술은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흙으로 빚은 도자기가 차를 끓이기 위한 것이면 공예고, 아름다움을 고민한 것이라면 예술일까요? 말이 안되는 구분입니다. 미술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더 잘 읽고 쓴다고 해서 그것이 예술이 아니고 글읽기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공공예술에서 작품은 사람들과의 관계, 그 자체입니다. 관계에 기반한 행동, 그것이 완전한 커뮤니티 아트입니다. 결과물은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죠."

에이즈 환자를 위한 수경재배, 거리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영상에 담는 것 등 '행동하는 문화(Culture in Action)'를 통해 보여준 것들을 예술로 볼 수 있느냐?는 우문에도 분명한 태도를 취했다.

"관념으로 예술을 이해해선 안됩니다. 공공예술은 불변의 진리처럼 '이것이 공공예술'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없어요. 지금은 사각의 틀(액자)에 넣어진 것만을 예술로 생각했던 시대가 아니지요. 그런 점에서 볼 때 '행동하는 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당시 행해진 '행동(Action)'이 예술이냐 아니냐는 이제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않아요."

그녀는 불교에 심취해 있는 듯 했다. 최근 관심사를 묻자 2000년대 들어 지역 미술관과 미술 관련 교수들과 함께 'AWAKE(Art, Buddhism, And The Dimensions Of Conciousnes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AWAKE'는 불교와 미국 미술의 연관성을 탐색하는 기획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법, 공의 관념, 참선에서 얻어지는 깨침의 의미가 내가 그리는 공공미술의 모습에 부합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최근에는 기대나 바람, 욕심없는 불교의 철학을 공공예술의 영역에 접목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공공예술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으로 지목한 그녀는 "작품의 제작과 완성 후 공동체와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 주민들의 요구와 이해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공동체마다 처한 여건이나 상황이 다른데 어느 한 지역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접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언도 잊지않았다.

"공공미술은 결과에 대한 기대, 특정한 목적, 공동체에 줄 수 있는 뚜렷한 성과 등을 미리 정해두고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각의 공동체마다 성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수학적 공식 같은 방법은 있을 수 없어요.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갈 것인지, 구성원들에겐 어떤 이득이 있을지, 수많은 소통 과정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성공한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니 뜻밖에 자신이 지도한 한 한국인 학생의 사례를 들었다.

"미술대학을 갖 졸업한 한 한국인 학생이 트럭 한대를 끌고 마을로 들어간 일이 있어요. 그 트럭은 소형극장, 식당, 마을 회관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지요. 그녀가 그 프로젝트를 통해 의도한바는 무엇일까요? 그는 트럭을 이용해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를 제공했던 겁니다. 전 이것이 바로 공공예술이라고 봐요."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관련기사
· 소통의 미학 공공예술-④ 지역에서 공공예술은· 소통의 미학 공공예술-③ 미술, 삶의 질을 바꾸다
· 소통의 미학 공공예술 - ① 시카고, 예술과 놀다
김민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원주투데이(http://www.wonju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시카고미술대를 올해 졸업한 브렌든 허드슨(사진 앞)은 대학원생인 커스틴 라르슨과 함께 시카고 대표적인 빈민가 메이폴에서 지난해부터 정원을 만들고 벽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아파트 단지 내 휴게공간.

흑인미술운동이 활발했던 브론즈빌의 벽화. 재개발로 인해 한 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적도 있었지만 주민들의 애정에 힘입어 현재 공원화가 추진중이다.

CPAG 멤버인 올리비아 구드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그녀는 최근 브론즈빌 인근 한 아파트에서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 주민들을 미술활동을 통해 하나로 결집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흑인벽화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저스틴 더반의 'black women emerging.' 흑인 여성을 소재로 했지만 흑인분리정책 등 사회문제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메세지를 담고있다.
시내버스 노선 89개→64개로 축소
네오플램 원주시대 개막
중부내륙관광열차, 1일부터 원주역 정
눈물 바다에 빠졌는데 왜 이렇게 상큼
원주 현안사업 1조1천591억원 편성
이·통장 한마음대회
공동기획취재: 양극화문제와 일자리 창
강원곳간, 10월 1일 개장
산업단지 체험수기집 발간
한라대 '대상'…압도적 기량 발휘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대표이사 오원집  |  Tel : 033)744-7114 / Fax : 033)747-9914
발행인: 심형규  |  편집인: 오원집  |  등록년월일: 2012년 4월 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Copyright 2009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jtoday1@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