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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미학 공공예술-③ 미술, 삶의 질을 바꾸다
"작은 시작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2008년 12월 01일 (월)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 '온워드 프로젝트(Project Onward)'에 참가하고 있는 한 작가가 작품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19세에서 67세까지 35명의 지적장애를 지닌 작가가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그리고 있다.  
 

장애인 프로작가로 거듭나다

시카고문화센터 1층.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 긴 복도를 따라 걷다보면 작은 갤러리가 나온다.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여느 갤러리와 다를바 없어 보인다. 캔버스 앞에서 열심히 손을 놀리는 10여명의 사람이 보이고, 유리벽으로 분리된 한 쪽 공간에는 이들의 작품인 듯 벽면가득 다양한 그림이 진열돼 있다. 반대쪽 유리 케이스를 채운 공예품과 각종 소품도 눈길을 끈다.

'갤러리 37'이라 이름붙은 이 곳은 시카고시가 20년째 만 18세까지 지적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미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미술분야 취업 교육과 미술치료 개념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2004년 '온워드 프로젝트(Project Onward)'가 운영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온워드 프로젝트는 19세 이상 장애인 작가를 선발해 제작, 판매, 전시 등 일체의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고교졸업 후 '갤러리 37'을 떠나야 하지만 자립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및 작가 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시작된 것으로 단순히 작업공간과 재료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롭 렌츠 같은 작가나 랜디 빅 교수같은 미술치료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프로작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다.

초기 '갤러리 37' 졸업생 8명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19세에서 67세까지 35명의 장애인 작가가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그리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주로 '갤러리 37' 프로그램을 졸업한 학생이거나, 다른 장애인 시설에서 예술적 재능이 발견돼 추천된 인물이다. 간혹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선발되는 경우도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작품은 '갤러리 37' 내 전시관은 물론, 뉴욕, 파리 등 세계 곳곳의 갤러리에 전시된다.

프로그램 디렉터인 롭 렌츠는 "장애인 작가에게 작품 제작 기회를 주고 이들의 목소리가 예술세계까지 들리게 한다는 점에서 이 작업도 공공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장애인이어서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작가마다 경력을 쌓으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미술을 매개로 펼치는 커뮤니티아트(Community Art)라는 점에서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 장애 등으로 인해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펼쳐 내는 비주류의 미술)'까지 끌어안는 시카고 공공미술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 옷과 가방, 스카프를 이용한 자신의 디자인 작업을 소개하는 자민 자두아 씨. 그는 2년째 온워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온워드 프로젝트, 장애인 작가 선발 제작·판매·전시 등 일체 지원
 어린이 환경교육, 생태적 마인드 키우고 미래협조자 확보하는 일

생태교육으로 지속가능한 삶 모색

건축가 카르멘 비달 할렛(Carmen Vidal Hallet)은 최근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인 '인터 아메리칸 마그넷 스쿨'에서 생태교육을 진행 중이다. 전교생 50%가 저소득층이고 대부분이 남미계 학생들로 구성된 이 학교에서 할렛은 5학년 학생들과 함께 '빗물 정원'을 만들었다.

사실 그녀는 에반스톤 호수 주변 마스터 플랜 등 시카고시가 주도한 도시계획 프로젝트에 참여, 12년간 생태도시를 만드는 작업을 해온, 이 분야에선 꽤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가 어린이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심한 것은 세계적인 생태도시 브라질 꾸리찌바에서 지속가능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난 뒤였다.

"꾸리찌바에서 공부하면서 어릴 때 환경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어른이 돼서 생태적인 마인드를 갖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리더적인 역할을 하게된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경험을 통해 어른들을 설득하는 것은 힘들지만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스폰지처럼 자유롭게 흡수하는 능력이 있고, 또 어렸을 때 환경을 생각하는 교육을 받으면 커서도 이해도가 높아 이런 문제에 대해 훨씬 더 협조적일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다.

할렛은 빗물 정원을 만들려면 크기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빗물은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아이들이 배우는 과목을 활용해 직접 계산하게 했다고 했다. 인근 공사장에서 나오는 폐자재로 정원을 만들고 어떤 식물을 심을지도 아이들과 함께 결정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남미계가 대다수인 이 학교의 특징을 활용, 아즈텍 문화와 관련한 수업을 하고, 아이들 스스로 아즈텍 문화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곡물, 옥수수, 호박, 콩 등을 심도록 유도했다.

봄철 파종부터 겨울철 종자 보관법까지 전 과정을 거치는동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연과 인간, 사회와의 관계성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란 게 그녀의 의도였다.

시카고의 공공예술은 더 이상 거리의 거대한 조형물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온워드 프로젝트나 빗물정원, 앞서 거론한 '행동하는 문화'(Culture in Action)' 프로젝트와 같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진행되며 그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지속가능한 삶의 질 개선을 시도한다.

   
 
  ▲ 카르멘이 '인터 아메리칸 마그넷 스쿨' 5학년 어린이들과 함께 조성한 '빗물 정원'  
 

   
 
  ▲ 남미계 어린이들이 대다수인 '인터 아메리칸 마그넷 스쿨' 5학년 어린이들이 '아즈텍' 문화를 주제로 발표수업을 하고 있다.  
 


 "'온워드'는 자선단체? NO! 프로로서 자부심 갖는 곳"

온워드 프로젝트 이끄는 쌍두마차 랜디 빅 컨설턴트·롭 렌츠 디렉터
   
 
  랜디 딕  
 

온워드 프로젝트 컨설턴트를 맡고있는 랜디 빅 시카고미술대학 교수와 프로그램 디랙터인 롭 렌츠는 '온워드 프로젝트'를 자선단체가 아니라 프로작가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온워드 프로젝트에서 두 사람의 역할은 다르다. 작가이자 큐레이터 출신인 롭 렌츠가 장애룰 가진 작가들과 일한 경험을 토대로 그들의 작품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미술치료가 전공인 랜디 빅 교수는 통역자로서 장애를 가진 작가와의 소통을 담당한다.
 
아웃사이드 아트란?

롭 렌츠: 아웃사이드 아트는 미술사 맥락과 상관없이 활동한다. 가난으로 인해, 장애로 인해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미술교육에 상관없이 스스로 배워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내면에서 끌어나오는 내용을 작품에 담아낸다.

랜디 빅:  장애인이나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주류와 관계없는 재료를 쓰고 창작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커뮤니티 아트와 아웃사이드 아트의 차이
   
 
  ▲ 롭 렌츠 프로그램 디렉터  
 

롭 렌츠: 아웃사이드 아트는 커뮤니티 아트와 깊은 관계가 있다. 프로그램 시작 동기가 장애인 작가에게 작품 제작 기회를 주고 이들의 목소리가 예술세계까지 들리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랜디 빅: 이 프로그램이 특별한 점은, 20년전만 해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창작활동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갈 곳도 없고 직장도 없던 장애인들이 이곳에 나와 활발하게 활동하고 영감을 주면서 신나게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커리어를 갖고 시카고 문화중심인 문화센터안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프로젝트의 성과와 어려운점

롭 렌츠: 사람들이 찾기 쉽고, 일반인들과 작가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전시도 할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부분 장애인인 작가들이 집이나 병원에 갇혀있지 않고 비장애인들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점도 성과다. 또, 참여작가들이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들수있다. 장애인이어서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작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적인 욕구가 다른데 균형을 잡아가는 일이 어려운 점이다. 이들은 우리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갤러리안에서는 페인팅이나 연필같은 재료를 언제든 제공할 수 있지만 그들의 삶에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소통하는 것도 쉽지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창작활동이 이들에게 곧 삶이기 때문이다.
 
시카고시 지원 여부

롭 렌츠: 매우 만족한다.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할 정도다. 장애인시설을 보면 지원금이 들어올지 어떨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데 이곳에선 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카고 문화중심지에 위치해 시카고시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고 프로그램을 인정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작품의 질에 집중할 수 있다. 자선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훌륭한 작가를 선정해 프로페셔널한 작가로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랜디 빅: 장애인 시설에서 미술치료사로 일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은데 이곳에선 좋은 재료, 좋은 액자를 쓸 수 있다. 이런 점들은 이곳이 자선단체가 아니라 프로작가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곳임을 인식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 꿔"

 생태건축가 카르멘 비달 할렛
   
 
  ▲ 카르멘 비달 할렛  
 

 생태건축가 카르멘 비달 할렛(Carmen Vidal Hallet)은 12년간 건축가로 일하면서 다양한 '그린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물이다. 최근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인 '인터 아메리칸 마그넷 스쿨'에서 '빗물 정원'이라는 생태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달 1일 시카고시가 주는 '랜드스케이프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생태건축의 역할과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녀의 또 다른 구상을 들어봤다.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정원 프로젝트도 학교 전체를 하려고 했을 때는 잘 되지 않았는데 교실 하나, 선생님 한 명부터 시작했을 때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작년 브라질 꾸리찌바에 가서 지속가능한 도시 계획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학교 운영에 대해 전체적으로 공부를 했다. 시카고에 와서 영감을 받고 시작한 첫 작품이 가든 프로젝트다. 작은 것들부터 시작했을 때 결국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를 통한 변화
 정책적인 면에서는 시카고 시장의 환경정책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학교 내에서는 청소부들의 세제가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뀌고 분리수거가 훨씬 더 잘되고 있다. 앞으로 새로 지어지는 공립학교의 경우는 친환경적인 건물이어야 하고, 이미 지어진 학교도 조금씩 친환경적이거나 에너지 효율적인 변화를 가지고 와야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 절전, 이면지 사용 등 작은 것들이 모여서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 생각한다.
 
 생태 건축의 역할
 시카고에는 기본적인 인프라는 있지만 사람들이 떠나면서 버려진 곳이 있다. 도시가 지속가능하려면 적당한 인구 밀도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을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할 것인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생태건축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
 어른들을 설득하는 것은 힘들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스폰지처럼 자유롭게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 또 어렸을 때 환경교육을 받으면 자라서도 이해가 높고 이런 문제에 대해 훨씬 더 협조적이다. 꾸리찌바의 경우 어릴 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어른이 돼서 생태적인 마인드를 갖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리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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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워드 프로젝트(Project Onward)'에 참가하고 있는 한 작가가 작품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19세에서 67세까지 35명의 지적장애를 지닌 작가가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그리고 있다.

옷과 가방, 스카프를 이용한 자신의 디자인 작업을 소개하는 자민 자두아 씨. 그는 2년째 온워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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