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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미학 공공예술-④ 지역에서 공공예술은

"거리에 지역의 색과 테마를 담는다" 김민호 기자l승인200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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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일 시민들의 손으로 원인동 KBS 원주방송국 담장에 그려진 벽화. 원주시민연대가 '비타민 거리 프로젝트' 1단계 사업으로 인근 추월대에 맞춰 '가을 달'을 컨셉으로 작업했다. 사진은 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사진: 김시동 기자  
 

 끊임없는 소통 구석구석 구도심에 문화 입혔다
 주민·작가 합작 생기 잃은 거리에서 '희망 찾기'

 국내 공공예술은 지금

 공공예술의 원조격인 안양시의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 사업인 '아트 인 시티'. 서울의 도심재창조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갤러리' 등 최근 국내에서도 공공예술에 기반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추진됐거나 현재 추진중이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안양유원지를 대상으로 국내외 예술인들이 참여해 건축, 조경, 미술 등이 결합한 예술공원으로 꾸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면 아트인시티는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사업으로 주민들이 도시를 꾸미는 작업에 동참하는 과정을 통해 그 자체로서 의미를 찾는 작업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갤러리 사업은 도시 자체가 작품이 된다는 구상 아래 20여개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해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 이 밖에도 전국의 많은 도시들이 다양한 방식의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프로젝트가 단발적이고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주민의 의사, 지역의 색깔과 테마에 관계없이 특정 작가나 행정가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만들고 보자'고 덤벼든 후 사후관리를 등한시 해 기껏 완성된 조형물의 훼손으로 오히려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이에대해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한국의 공공예술은 정책이 선도하는 구조다. 자생적인 움직임이 먼저 일어나고 정책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구조가 아니다. 한국의 공공예술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책과 예산에 따라 추진되고 작가들도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임정희 연세대 겸임교수는 "공공예술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사회적 소통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예술가들을 올바른 매개자로 교육시킬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그 원인을 들었다.


 그렇다고 모든 사업들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이게 정답이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전주 '동문거리 프로젝트'와 최근 원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비타민거리 프로젝트'는 지역에서 공공예술이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

 구도심 되살린다 '동문거리 프로젝트'
 

   
 
  ▲ 전주 동문거리 외벽에 등장한 대형 모나리자.  
 
 대형 옷핀이 시멘트 담을 뚫고 건물 옥상에 걸려있다. 인쇄소 3층 건물 곳곳에는 다양한 동작의 사람모형들이 붙어 있다. 편의점 2층 창문에도 고풍스런 그림이 자리잡았고, 콩나물 국밥집 주차장과 인접한 벽면에는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꽃들이 그려져 있다. 고개를 돌리면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은 모나리자도 눈에 들어 온다. 전북 전주시 동문거리의 현재 표정이다.


 동문거리는 전주한옥마을 경계지역에 자리 잡은 상업지역이다. 244곳의 점포 가운데 빈 점포가 60여곳에 이른다. 일제때 은행, 농협, 신협 등 각종 금융기관이 자리잡았던 이 곳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주를 대표하는 번화가였다. 하지만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인근에 있던 전북도청이 이전하면서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구도심으로 불릴 뿐이다. 이곳 주민들에게 옛 화려했던 시절은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이 거리가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양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공공작업소 심심(대표: 김병수)'이 '거리 디자인'사업을 펼친 결과다.


   
 
  ▲ 작가들과 주민들의 소통끝에 주차장과 인접한 콩나물국밥집 벽면에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꽃들이 피어났다.  
 
 '심심'은 2006년부터 동문거리 600m에 옷을 입혔다. 문화관광부의 '생활공간 문화개선사업'에 선정된 것이 계기가 됐다. 동문거리 가로 디자인 사업에는 문화관광부와 전주시가 50%씩 부담한 2억4천만원의 예산과 참여를 희망한 상인들의 자부담 수십만원이 투입됐다. 벽화 그리기, 간판 정비, 설치 작업 등 세부 프로젝트별로 작가들이 투입돼 작업을 펼쳤다.


 심심이 동문거리 가로 디자인 사업을 펼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주민들의 참여 유도와 작가 훈련. 거리 디자인 사업을 추진하기 앞서 심심이 2002년부터 이 거리에 둥지를 틀고 동문거리 축제를 먼저 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문거리의 역사와 문화, 상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내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심심측은 "이때 주민들과의 소통으로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는 상인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작가의 의도와 주민들의 요구가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참여작가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받은 뒤 작가, 건축가, 지역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작품의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토론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쳤다. 그 결과물을 들고 주민들과 수차례의 공청회도 가졌다. 심심 김병수 대표는 "그럼에도 사업추진 중 직원들의 하루일과는 주민들의 항의전화를 받는 일에서 시작됐다"고 어려웠던 당시 상황을 귀뜸했다.


   
 
  ▲ 전주 동문거리 입구에서 방문객을 반기는 설치조형물 '동문게이트'.  
 
 '심심'의 거리 디자인 사업은 생기를 잃어가는 도심을 재생시키자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동문거리 입구에 상징적 조형물을 설치한 데 이어 상가 담벼락에 벽화나 설치 작업을 했다. 낡은 창문을 바꾸고 간판도 새로 고쳐 달았다. 드럼통을 화분으로 재활용한 거리설치물이나 골목마다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한 '사이 갤러리', 빈 점포를 활용한 '빈 점포전' 등 신선한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켰다. 


 심심측에 따르면 사업추진에 반대하던 주민들도 사업후에는 대부분 찬성으로 돌아섰다. 공동화에 신음하는 구도심을 재생하자는 측면에선 아직 두드러진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로 디자인 사업 후 빈 점포 임대가 조금씩 활기를 띄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심심측은 건물주나 주민들 주도로 이 작업이 지속되길 기대하고 있다.


 김병수 '심심' 대표는 "25%에 이르던 빈 점포 비율이 사업 이후 10~15% 정도로 낮아졌다"며 "특히 문화와 관련된 업종이 하나둘 빈 점포로 들어오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거리에 생기를…'비타민거리'


 중앙동 지하상가에서 원인동 KBS원주방송국까지 0.9㎞ 거리에 공공예술을 매개로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4일 원인동 KBS 원주방송국 앞. 일련의 사람들이 벽에 나란히 붙어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27m 길이의 벽에 둥근 달과 시화인 장미가 그려졌고 한지로 만든 10여점의 시화가 자리를 잡았다. 시민들이 직접 타일을 붙여 완성한 초승달, 반달, 보름달 등 달이 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도 길가던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인근에는 달 모양의 항아리 화분이 놓였다. 달을 디자인 한 벤치와 설치됐고 버스정류장 지붕은 가을 달과 은행나무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바꼈다.


 '비타민 거리 프로젝트 0.9'로 이름 붙여진 이 사업은 원주시민연대(대표: 김진희)가 한국토지공사 초록사회만들기후원회의 후원으로 시민과 함께 꾸미는 '비타민거리 프로젝트'. 단계·구곡·단관·무실택지가 조성되면서 신도시가 형성되고 시청사가 이전한 후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사업이다. KBS원주방송국 담장에 벽화를 그리는 1단계 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모두 3단계로 나눠 추진될 예정이다. 원주시가 중앙로에 추진하는 '차 없는 거리'와도 연계할 생각이다. 원주시민연대 김진희 대표는 "1단계 사업을 고민하다 인근에 있는 '추월대'에 맞춰 '가을 달'을 컨셉으로 삼았다"며 "사후관리까지 고려해 벽화 보수는 물론, 화분들도 자원봉사자들이 꽃과 나무를 바꿔가며 가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전 지역 내에서 진행된 일련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주민들의 의사나 지역의 문화, 역사와는 상관없이 작가, 행정가 등 추진 주체들의 일방적인 관점에서 진행됐고 그로인한 문제들이 지적됐다면 이 사업은 여러모로 모범답안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주시민연대는 지난 4월부터 비타민거리조성 TF팀을 별도로 구성, 4차례에 걸쳐 시민들이 참여하는 도시디자인학교를 운영했다. 인근 상가와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공공예술에서 결과보다 과정이, 심미성보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년에는 강원감영과 농협중앙회 원주시지부, 중앙시장에 이르기까지 거리에 비타민거리를 조성하고, 2010년에는 지하상가에도 더 많은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지혜를 모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비타민 거리가 신도시 개발로 활기를 잃고 있는 구도심의 문화와 경기 활성화는 물론 도시디자인에 대한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추진되는 2·3단계 사업에도 지역의 색깔과 테마를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단발성 이벤트 성과위주 지원 경계"

 전주 공공작업소 심심 김병수 대표


   
 
  ▲ 김병수 대표  
 
 전북 전주의 공공작업소 '심심'. 2006년부터 2년간 전주시 동문거리 가로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올해는 재래시장인 전주 남부시장에서 '아트 남부시장 리폼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교류 방식에 있다. 동문거리 사업에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사업이 완료된 후에도 해마다 11월이면 거리 축제 등을 열어 작가와 상인간의 교류가 가능케 했다.


 심심을 이끌고 있는 김병수(40) 소장은 "심심의 모토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일상의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단발적인 이벤트나 성과 위주의 지원책은 성격에 맞질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공공예술에 있어선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현재 전국의 각 지자체들이 도시디자인이나, 문화의 거리란 이름으로 앞다퉈 추진하는 사업들이 대부분 수십억을 쏟아부어 단순히 치장만 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토로한 그는 "사업을 통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따르는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소성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가로디자인사업이든 벽화사업이든 그 장소의 조건과 환경에 맞는 것인지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 특히, 공공예술사업을 특정 단체나 업체에 맡겨버리면 그 지역의 색깔과 문화가 죽어버린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그 지역에 살면서 그 지역의 생태와 정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도시를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분위기에 편승해 막연한 기대감으로 공공예술에 접근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많은 도시들이 아름다운 도시, 창조도시를 내세우며 외국의 사례를 여과없이 지역에 접목하고 있어요. 각 지자체들이 모범답안으로 생각하는 일본 구마모토현의 아트폴리스(artpolis·예술도시) 운동을 예로 들수 있겠는데, 후손이 볼 만한 건축을 남기자며 시작된 구마모토의 아트폴리스 운동은 꽤 오랜 기간 소위 거장들과 밀착돼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지방 도시들이 그런 거장들을 끌어들일 만한 큰 돈이 있을까요? 예술도시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갖고는 안됩니다."


 구성원의 다양한 면면이 섞여 있는 도시를 단기간에 한꺼번에 바꾸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그는 끝으로 여유를 찾을 것을 주문했다. "우리는 2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가로정비를 할 때, 대부분 몇 달 안에 결과를 내려고 합니다. 그보다 1년에 1억씩 20년간 집행토록 한다면 도시가 세월에 따라 변해 가는 모습을 반영할 수 있을겁니다. 도심 재창조 사업도 지속가능한 것이야 합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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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시민들의 손으로 원인동 KBS 원주방송국 담장에 그려진 벽화. 원주시민연대가 '비타민 거리 프로젝트' 1단계 사업으로 인근 추월대에 맞춰 '가을 달'을 컨셉으로 작업했다. 사진은 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사진: 김시동 기자


전주 동문거리 외벽에 등장한 대형 모나리자.

작가들과 주민들의 소통끝에 주차장과 인접한 콩나물국밥집 벽면에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꽃들이 피어났다.

전주 동문거리 입구에서 방문객을 반기는 설치조형물 '동문게이트'.

김병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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