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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미학 공공예술 - ① 시카고, 예술과 놀다

거리의 장식에서 거리의 동반자로 김민호 기자l승인200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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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The Bean)'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지름길이만 20m인 이 초대형 조형물 앞에서 관람객들은 단체로 발을 뻗거나 두드리기도 하고,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며 즐거워 한다.  
 

 예술은 특정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대중이 함께 만들고 즐겨야 한다. '공공예술'의 출발점이자 너무나 당연한 이 이야기가 현실에서 적용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전국의 지자체들이 최근 하나의 '트렌드'처럼 공공예술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관심을 보이지만, 일부 예술가와 관료들의 취향을 표현해 내는 데 그치고 있을 뿐 정작 주민들 속에 자리 잡은 '공공예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공예술이 거리의 장식이 아닌 거리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선 도시의 역사와 미래를 함축한 도시재생이 필요하지만, 자본과 개발논리에 밀려 최소한의 과정조차 생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기획한 공동기획취재에 참가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의 공공예술 현장을 돌아봤다. 전세계 문화운동가들이 공공예술의 선진사례로 주목하는 그 곳에서 시카고 공공예술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4회에 걸쳐 시카고를 비롯한 국내외 사례를 통해 지역 공공예술의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스페인 출신 조각가 호메 플렌사의 작품 '크라운 파운틴'(The Crown Fountain).  
 

시내 곳곳 조형물 700여점…도시 이미지 변화

시민들에게 100% 개방 관상용이 아닌 놀이터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축제 '할로윈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수많은 시카고 시민들이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리처드 덜레이 시빅센터 플라자' 앞 광장에 모여 들었다. 화려한 공중곡예와 불꽃쇼,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는 모습은 우리의 축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축제 '할로윈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수많은 시카고 시민들이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리처드 덜레이 시빅센터 플라자' 앞 광장에 모여 들었다. 화려한 공중곡예와 불꽃쇼,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는 모습은 우리의 축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자리가 정리될 무렵,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구경하던 어린이들이 광장 한편에 위치한 거대한 철 조형물에 뛰어올라 미끄럼을 타며 놀기 시작했다. 지켜보는 이방인은 당혹스럽기만한데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잡아주거나 무릎위에 앉히고 함께 미끄럼을 즐기는 부모들까지 눈에 띄었다.
 
공간과 도시이미지를 바꾼 피카소
'리처드 덜레이 시빅센터 플라자' 앞 광장은 지금은 시민축제가 열리는 대표적인 명소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각종 시위가 빈번했던 곳이다. 시위와 축제가 일견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지만 공간과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시민들을 변화시킨 힘은 이 자리에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언타이틀(Untitled: 무제)'이 들어서면서 부터다.

시카고 시민들에겐 '더 피카소(The Picasso)'라는 애칭으로 더 사랑받는 이 조형물은 높이만 16m에 이르는 거대한 철 구조물이다. 1967년 제작 당시에는 아무런 이름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피카소'는 이 조형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이름이 됐다.

시카고 시민들이 처음부터 이 조형물을 좋아한 것은 아니다. 피카소의 작품은 난해한 추상으로 시카고 시민들로 곤혹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는 곧 미술에 대한 공공의 담론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더 피카소를 가장 성공적인 시카고 공공미술 작품 중 하나로 꼽은 시카고시 문화국 큐레이터 나단 메이슨 씨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조형물에 비난이 거세지자 이 조형물에 호기심을 가진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한다.
 
시카고의 아이콘 밀레니엄파크
'콩(The Bean)'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와 '크라운 파운틴'(The Crown Fountain)'으로 대표되는 밀레니엄파크는 시카고의 아이콘이자 시민들이 가장 자랑하는 공간 중 하나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 오바마가 첫 당선소감 연설을 하면서 우리에게도 기억되는 그랜트 파크가 바로 지척이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물방울 모양의 지름 20m 크기 초대형 조형물 앞에서 단체로 발을 뻗거나 두드리기도 하고,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며 즐거워 한다. 인도 출신의 세계적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가 2004년 제작한 '클라우드 게이트'는 거울처럼 반들거려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그대로 표면에 담아 보여준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쌍둥이 조형물이 마주보고 서있다. 스페인 출신 조각가 호메 플렌사가 만든 '크라운 파운틴'(The Crown Fountain)이 그 것. LED시설을 이용해 시카고 시민 100명의 다양한 표정을 비추는 모습도 재미있지만, 비춰진 얼굴의 입 부위에서 물줄기를 뿜어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언타이틀(Untitled: 무제)'이 있는 '리처드 덜레이 시빅센터 플라자' 앞 광장은 시민축제가 열리는 대표적인 명소다.  
 

시카고는 공공예술 집합소
시카고를 한번이라도 여행한 사람들은 시카고를 일컬어 '공공예술의 집합소'라고 표현한다.공원이나 공공건물 앞에 설치된 700여점에 이르는 공공 조형물들을 보기위해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시카고를 찾는다.

더 피카소나 밀레니엄파크의 조형물 외에도 시카고 시내 곳곳에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체이스타워 광장에는 길이 20여m에 이르는 대형 타일벽화 마르크 샤갈의 '사계절(The Four Seasons)'이 있다.  이 뿐이 아니다. 현대 물질문명을 비판하는 작품으로 유명한 장 드뷔페가 1984년 제임스톰슨센터 광장에 세운 '스탠딩 비스트(Monument with Standing Beast)'를 비롯해 페더럴센터 광장에 있는 알렉산더 칼더의 '플라밍고', 그랜트공원 한편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아고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작품들이 한 도시의 이미지를 바꿨을 뿐 아니라 시민들을 365일 예술적 향취에 젖어들게 끔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거리의 장식품으로만 여겨지던 공공예술이 거리의 동반자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 길이 20여m에 이르는 대형 타일벽화 마르크 샤갈의 '사계절(The Four Seasons)'.  
 

 
즐김과 훼손…새로운 예술의 탄생
시민들에게 온전히 개방된 이 조형물들은 시민들에게 하나의 놀이터이자 즐김의 대상이다. 관람객인 시민들은 각각의 작품의 의미와 미적가치를 논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이 조형물을 통해 즐기고 그 과정에서 작품을 느낀다.

때문에 시카고시로선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유지 보수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게이트는 새 배설물이나 손때로 얼룩지기 일쑤다. 거울처럼 반짝거려야 하는 작품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시카고시는 청소를 하는데만 상당한 액수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곳곳이 움푹패인 데이비드 나쉬(David Nash)의 작품 '세 가지 형태의 시카고(Three Forms For Chicago)'나 아이들이 기어 오르고, 곳곳에 연인들의 낙서가 남겨지기 다반사인 '스탠딩 비스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카고시 문화국 큐레이터 나단 메이슨 씨는 "처음에는 유지 보수 개념이 없었지만 필요성이 있어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 추가됐다"며 "연간 15만불을 유지 보수에 사용하지만 작은 브론즈 작품을 청소하는데만 3만불 정도가 들어 늘 예산이 모자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훼손 자체가 또 하나의 예술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아나키즘의 대표작으로 인식되고 있는 '헤이마켓 메모리얼(The Haymarket Memorial)'은 시민들이 조각 작품에 옷을 입히고 시와 시장의 상징을 지운 후 아나키스트를 상징하는 ⓐ문양을 페인팅하기도 한다.  


 

   
 
   
 

 "75%, 지역작가 선정"
 시카고 컬쳐센터 큐레이터 나단 메이슨

시카고시 문화국(Department of Cultural Affairs)은 1984년 공식 부서로 출발해 현재 시각예술과, 문화와 협업 프로그래밍, 문화지원과 기획, 공공예술 등 10개 담당 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공공예술팀에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기여토록 법으로 규정된 공공건물 건축비의 1.33%를 가지고 건축조형물을 관리하고 있다.

시카고 시내에 산재한 공공미술 작품을 관리하는 시카고시 문화국 퍼블릭 아트 프로그램 큐레이터 나단 메이슨(Nathan Mason) 씨를 만나 시카고시의 공공예술 정책을 들어봤다.
 
시카고시의 공공예술 예산 규모는.
공공건물 건축비의 1.33%를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기여토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건축물이 아닌 경우에는 개인이나 기업체로부터 기부를 받고 있다. 기부 사업에는 각종 세금혜택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프로젝트별로 별도의 모금행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시카고시가 관리하는 공공미술품은 700여점으로 유지보수 예산은 연간 15만 달러에 불과해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예산 집행은?
퍼블릭 빌딩 커미션이라는 개별 활동 기관이 있다. 누가 지을 것인지, 어느 회사가 지을 것인지 결정한다. 건물을 짓기 전에 예산이 나오면 건축비에서 수학적으로 계산해 1.33%를 미리 떼어 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예산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작가 선정은.
결정권은 시카고 문화국 내 8명으로 이뤄지는 공공미술 팀에서 갖고 있다. 먼저 50개로 나뉜 시카고 각 지역의 대표단과 프로젝트 성격 및 작품 내용을 고려해 작가 선정을 논의한다. 하지만 일반 갤러리 등 상업적인 목적을 갖는 곳의 추천 의뢰는 단호히 배제한다. 커뮤니티 내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만약 커뮤니티 내에 작가가 있으면 어떤 작가를 선정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눈다. 일반적으로는 50명에서 100명 정도의 작가를 리뷰한 뒤, 5명에서 10명으로 압축, 선정된 작가들로부터 제안서를 받는다. 다시 커뮤니티에 돌아가 이런 작가들의 의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뒤 그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나 큐레이터, 교수 등을 초빙해서 의견을 청취하기도 하지만 견해를 듣는 정도에 그칠 뿐 최종 결정은 내부에서 한다.
 
지역 작가 선정비율은?
50%를 지역 작가로 선정토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75% 정도가 지역 작가로 채워지고 있다. 지역민들이 아무래도 자기 지역과 역사·문화적으로 관련 있는 작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퍼블릭 작품을 보기위해 시카고를 찾는 관광객 수는.
퍼블릭 작품만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수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방식으로 대답을 하자면 9년전 작은 프로젝트들이 많이 있었을 때 관광회사에서 조사한 결과, 프로젝트로 인해 여행 왔다 더 머무르는 등 200만불 이상의 비용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약 하루에 2만명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미술의 영역이 거리 조형물에서 커뮤니티 아트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문화진흥기금 등을 통한 간접 지원프로그램은 있지만 시에서 예산 등을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가끔 선정된 작가가 커뮤니티 아트 작품을 하고 싶다는 경우가 있는데, 시에서는 개인 작가의 조각·설치 작품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커뮤니티 아트와 관련해 직접적인 금전 지원은 아니지만 대상 건물의 소유주를 알아봐 주거나 자문이나 허가 과정에서 편의를 봐 주는 등 도움을 준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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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The Bean)'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지름길이만 20m인 이 초대형 조형물 앞에서 관람객들은 단체로 발을 뻗거나 두드리기도 하고,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며 즐거워 한다.

스페인 출신 조각가 호메 플렌사의 작품 '크라운 파운틴'(The Crown Fountain).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언타이틀(Untitled: 무제)'이 있는 '리처드 덜레이 시빅센터 플라자' 앞 광장은 시민축제가 열리는 대표적인 명소다.

길이 20여m에 이르는 대형 타일벽화 마르크 샤갈의 '사계절(The Four S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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