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문학공원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연일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김시동 기자

　박경리 선생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지난 5일 지역 문화계 인사는 물론 시민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은 비록 원주가 선생의 고향은 아니지만 1980년부터 30여년간 거주하며 소설 '토지'를 완간했고, 한국문학의 대문호라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 지역의 큰 어른으로써 당신의 삶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일깨워 주셨다며 안타까워 했다.
　어린이 날 행사가 열린 따뚜공연장 인근에서 가족들과 단란한 한 때를 보내던 사람들도 이날 오후 날아든 비보에 하나 둘 토지문학공원에 모여 선생의 명복을 빌었다.
　특히 선생의 위중 소식이 전해진 뒤 지난달 26일부터 토지문학공원 옛집 마당에서 매일 밤 촛불기도 모임을 개최해 온 토지사랑회와 원주문협 회원들의 슬픔은 컸다. 회원들은 9일간 진행한 쾌유기원 모임 대신 즉석에서 추도식을 갖고, 선생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오후7시 토지문학공원을 찾아 밤 늦은 시간까지 분향소 설치와 8일 원주에서 진행될 추모식 일정 등을 직접 챙긴 김기열 시장은 "근대 한국문학의 큰 별이 떨어졌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같은 심정이겠지만 30만 원주시민과 함께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애통해 했다. "추진중인 토지사료관 건립이 완료되면 8월 15일 토지의 날에 선생을 모시고 개관식을 가질 계획이었다"고 소개한 김 시장은 "비록 선생께선 고향으로 가시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생의 집필 흔적이 남아있는 곳은 원주밖에 없다"면서 "토지문학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선생의 문학혼과 생명사상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념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김성훈 상지대 총장은 "살아생전 보여주신 것처럼 하늘나라에 가서도 민생을 위한 생명사상과 민족의 자주를 고민하시리라 생각된다"며 안타까워 했다. "개인적으로 유기농의 가능성을 선생의 실천을 통해 배웠고, 문학이 민주화와 동떨어지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주신 분"이라며 선생과의 인연을 소개한 김 총장은 "선생이 끝까지 의학치료를 거부하신 것은 끝까지 집필에 대한 열정을 잇고자 하는 의지"라며 "비록 선생은 가셨지만 그 큰 뜻은 항상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박호빈 부의장은 "아직 하실 일이 많으신데… 이리 가시게 되니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안타깝다"며 "좀 더 빨리 선생의 뜻을 헤아렸으면 원주를 전국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문학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태연 원주문화원장도 "새삼 토지의 정신을 되새기게 된다"면서 "선생의 삶과 문학세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뜻과 의미를 잊지않고 원주를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남은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권순형 원주문협 회장은 "선생을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원주에 토지학교와 토지아카데미를 비롯해 다양한 문학행사가 열리고 문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지역 내 많은 문학 지망생들의 꿈이 현실화 될 수 있었던 것도 선생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소개한 권 회장은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시고 자연과 더불어 산 당신의 삶 또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성갑 토지사랑회 회장은 "선생님은 가셨지만 소설 토지와 공원을 우리에게 남기셨다"며 "토지의 산실이자 원주의 자랑인 공원을 빛내고 소설 토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자고 회원들과 다짐했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선생을 모신 고창영 토지문학공원 소장은 "병상에서 털고 일어나셔서 돌아 오시기를 그토록 간절히 기원했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면서 "선생님을 가까이서 모셨던 시간과 모든 추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늘 아침 까닭없이 울고 싶었는데 오후에 소식을 듣고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밝힌 이승원 시인도 "9일간 공원에서 진행된 쾌유 기원 촛불모임 때마다 공원에 활짝 핀 마로니에가 지기전에 원주로 돌아오시길 기원했는데…"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최우연 시인도 "지금까지 이렇게 많이 울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선생을 뵐 때 마다 늘 어머님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듯 허망하고 애통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