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박경리 선생이 지난해 8월 15일 열린 토지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토지문학공원 분향소 시민 발길 이어져

　이미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선생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원주는 큰 슬픔속에 빠졌다. 지난달 선생의 위중 소식이 전해진 뒤 매일 밤 촛불을 밝히며 쾌유를 기원해 온 문인들과 시민들은 휴일 오후 날아든 비보에 일순 허망한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평소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싫어하던 선생의 성품은 마지막 가는 길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급하지도, 그렇다고 늦지도 않을만큼 여유를 두고, 남은 사람들에게 당신과의 인연을 정리할 시간을 남겼다.
　특히 투병중에도 치료를 뒤로하고 집필에 대한 열정을 불사른 선생의 마지막 모습은 후배 문인들과 선생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    
　한국이 낳은 대문호 박경리 선생이 지난 5일 오후3시 타계했다. 향년 82세.
　선생은 지난달 4일 뇌졸중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뒤 중환자실에서 약 한 달간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해 폐암 판정을 받았지만 고령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한 채 요양해 오다 병세가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과 투병중인 가운데서도 최근 현대문학 4월호에 신작시 3편을 발표하는 등 문학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보여 왔다.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선생은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비롯해 '시장과 전장' '파시' 등 문제작들을 잇따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6년에 걸쳐 5부로 집필한 장편 대하소설 '토지'는 한국 현대문학을 빛낸 역작으로 꼽힌다.
　이중 마지막 4부와 5부는 1980년 원주로 터전을 옮긴 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금의 토지문학공원 자리인 단구동 옛집에서 완간했다. 1998년부터는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후배 작가들에게 집필공간을 제공하며 한국문단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유족은 외동딸인 김영주(62) 토지문화관 관장과 사위 김지하(67) 시인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경남 통영. 
　선생이 토지를 완간한 역사적인 장소인 단구동 토지문학공원 옛집 마당에도 분향소가 마련돼 선생의 타계를 안타까워 하는 지역 문화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한편 지난 6일 선생의 빈소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고인이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문화예술인에게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으며 강원도는 8일 원주 추모식에서 공로기장을 봉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