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위당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임 김영주 회장(왼쪽)과 김상범 부회장.

김영주  "늘 자신을 낮추고 봉사해라.

이기심을 버리고 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김상범  "생명의 존엄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신 분입니다"

　▷기념관 건립 동기는.
　김영주: 기념관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겠끔 주위 환경의 압박이 있었다고 할까요? 선생이 생전에 육성 발전시킨 한살림 조합이 지금 전국에 20곳이 있어요. 이곳 조합원이 17만명에 이릅니다. 또 선생이 주창한 생명평화 사상을 따르는 사회운동 단체가 12개가 있으며 서울, 인천, 광주, 대구 등 전국 4개 도시에 생명평화포럼이 만들어져 있어요. 젊은 교수들을 주축으로한 생명평화학회도 있지요. 이들이 이론적 토대를 위해, 또는 정신적 충전을 위해 원주를 찾아옵니다. 하지만 생가와 묘역, 그리고 해월선생 비문을 찾는게 전붑니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지요. 부끄럽지만 무위당이 어떤 인물인지 종합적으로 알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이들의 욕구가 기념관을 만들게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어요. "당신의 이름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유지도 있었지만 사실 그동안 우리는 크고 그럴 듯한 기념관만을 상상했던 게 사실이에요. 욕심내지 않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 차츰 키워가자는 생각에서 작은 공간이나마 마련하게 됐습니다.    
　김상범: 부연하자면 연수, 관광, 세미나를 목적으로 해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무위당을 찾고 있어요. 저희들이 파악하는 것만 올해들어 19개 단체에서 300여명이 원주를 방문했습니다. 직접 우리에게 협조와 안내 등을 요청한 수만 그렇습니다. 다른 지역을 가면서 들리거나 우리에게 연락없이 다녀가는 경우는 이보다 몇배 더 많을 겁니다. 어찌보면 기념관 건립은 우리가 주도한 게 아니라 이들의 요구에 밀려서 한다는 표현이 맞을겁니다.
　
　▷기념관 내부는 어떻게 꾸미실 생각이신지.
　김영주: 4면 벽면을 활용해 첫 면에는 사진과 연보, 간략한 약력을 담고, 한쪽은 먹 벼루 등 생전에 사용하시던 유품을, 또 다른 한 면은 난과 글씨 등 선생의 작품을 전시하게 됩니다. 마지막 한면에는 빔프로젝트를 설치, 그동안 각 방송사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을 상영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건 선생의 작품인데… 우리도 선생의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 전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을 받고 팔거나 하신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찾아와 부탁하면 선뜻 글과 그림을 내어주셨으니까요. 누가 몇 점을 소장하고 있는지 본인이 밝히기 전에는 알 수 없지요. 아마 수백점은 넘을 겁니다. 우선 우리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필요하다면 소장하고 계신 분들의 양해를 얻어 잠시 빌려 전시하는 방법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김상범: 유품은 현재 유가족들과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만 평소 아껴 사용하시던 붓과 먹, 벼루 등이 주를 이루리라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교육자이자 서예가로, 사회운동가이면서 사상가인 선생의 모습을 모두 알릴 수 있도록 전시실 내부를 꾸밀 계획입니다.
　
　▷기념관 운영은?
　김영주: 전시물은 가능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일정기간마다 교체할 생각이에요. 도록을 제작하고 강연 녹취록을 편집해 판매할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몸 담았던 단체와 함께 활동했던 활동가들을 취재해 책을 발행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기념관 건립 후 활용.
　김영주: 선생의 뜻을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정신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힘을 얻고 재창출하는 계기를 만드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겁니다.
　시민들 사이에 아직도 무위당 선생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원주에 인구가 많이 유입되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쉬운 일입니다. 그 분의 정신이나 뜻을 알리는 데 너무 소홀했었다는 반성을 하게됩니다. 그래도 원주투데이가 주최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통해 '좁쌀한알'을 읽은 사람이 늘면서 많은 시민들이 그 분의 정신을 이해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무척 다행스런 일이에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무위당은 이름없이 살다 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만 새로운 사상을 선도하고 많은 사람들을 일깨워 준 원주의 큰 어른입니다. 그런 분이 우리 원주사람이라는 것을 널리 알려 시민들이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기억 속 선생의 모습은?
　김상범: 무위당은 교육자이자 사상가요, 사회운동가이면서 예술가셨어요. 김재옥, 김종호, 이종덕, 장윤, 한영희 선생 등과 함께 대성중고등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이면서 성실하고 재능있는 인재들을 불러 밥을 먹이며 공부를 시킨 사회교육자이기도 하셨지요. 이미 30여년전에 한반도 중립화 평화통일론을 주장하며 확고한 신념을 밝힌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물론 덕분에 곤욕을 치르시기도 하셨지만…. 사회운동가로서 무위당을 보면 유신독재에 항거하면서도 과격한 투쟁이나 분신은 반대했습니다. 수동적 적극성을 내세워 비폭력 무저항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생명의 존엄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 하셨습니다.
　김영주: 선생이 자주 하시던 말씀 두 가지가 기억납니다.
　저희들에게 "기어. 엎드려서 기어"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몸을 낮춰 자신을 드러내지 말고 겸손하라는 가르침이셨지요. 늘 봉사하며 살라고 일깨워 주셨습니다. 또, "계산보지 말라"고 당부하셨던 것도 기억납니다. 무슨 일을 할 때 이 일이 내게 이로운 일인지 해로운 일인지 따지고 일해선 안된다는 것이죠. 이기심을 버리고 살라는 말씀입니다.
　
　▷무위당을 기리는 사람들의 모임은.
　김상범: 아쉽지만 돌아가신 후 4년 정도는 묘소참배 정도에 그쳤습니다. 어느날 선생을 따르고 존경했던 제자와 후배 중 친한 몇몇이 친목회를 조직했어요. 그게 시중에도 알려진 '잡놈회'입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선생이 아끼는 제자와 후배들에게 친근감 있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하시던 단어가 '잡놈'입니다. 한 30여명이 모여 논의를 하다보니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사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중지가 모아졌어요. 그 때부터 해마다 기일이면 묘소참배를 함께하고 연말이면 송년회도 하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는 계간으로 소식지를 발간하고 형편에 따라 유작전과 음악회 등을 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김영주: 사실 이 곳 기념관 규모가 빈약합니다. 선생의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규모에 맞는 기념관을 건립하고 싶어요. 최소한 선생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되지 않겠어요?.
　또, 아직 선생의 모습 전체를 그리는 작업이 없었어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과거 어떤 분이 선생의 평전을 발간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어요. 이 고장 분은 아닌데 열의가 대단했지요. 수시로 원주에 내려와 사람들을 만나고 자료를 정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분이 평전 쓰는걸 포기하겠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으니 "호랑이를 그려야 되는데 자신의 능력으로는 고양이도 못 그릴 것 같아 겁이 난다"는 거예요. 그만큼 선생의 삶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늦었지만 생명평화학회 등 젊은 학자들이 선생의 삶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잘못 그려지지 않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선생의 삶과 사상을 널리 알리는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