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사이트 30면 설치…자연물놀이장 조성
한국관광공사와 인연, 불씨 당겨

"4대째 이마을에 터전을 일구고 60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자식들, 5남매가 구학분교를 다녔습니다. 오랜 추억이 있는 곳이지요.

학교는 교육공간을 넘어서 농사짓고 소박한 삶을 사는 우리 마을 주민들의 쉼터이자 문화공간이었으며,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만으로도 미소 짓게 만들며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이었지요. 또 법조인이나 여러 지역인재를 배출할 정도로 긍지를 가진 학교였지요. 그런데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더니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마을은 의지할 곳을 잃은 채 힘이 빠져버렸어요." 구학리 김동화(64) 이장은 이와같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신림면 구학리에 위치한 구학분교는 1953년 신림초등학교 구학분교장으로 설립 인가를 받은 뒤 학생 수 증가로 1964년 구학초등학교로 승격됐다가 1988년 구학분교장으로 다시 격하됐다. 그리고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 운영이 불가피해진 1996년 구학분교는 폐교됐다.

거미줄 널려있던 학교 희망캠핑장으로 거듭나다

구학분교는 십수년 방향을 잃어버린 채 낡은 학교건물과 빈 운동장만 덩그러니 남기고 방치돼 주민들의 마음은 매우 무거웠다. 폐교 이후 어떤 용도로도 활용되지 못하다가 7~8년 전 한 사업자가 곤충체험 및 자연체험 목적으로 학교를 사용했으나, 운영의 어려움으로 1~2년 사용한 뒤 문을 닫았다.

그런데 건물에 거미줄이 쳐지고, 풀만 무성하게 자라던 구학분교가 최근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구학분교가 번듯한 오토캠핑장으로 새단장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한국관광공사의 도움이 컸다. 지난 5월 구학리는 한국관광공사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그리고 한국관광공사는 구학리 발전에 밑거름이 될 '구학리산채관광마을 마스터플랜'에 착수, 마을주민들과 관광공사 전문가 및 교수 등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문화관광인프라 구축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이 마스터플랜 가운데 구심점으로 떠오른 것이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소규모 희망캠핑장 조성사업으로, 구학분교는 '구학산채관광마을 희망캠핑장(이하 구학리 희망캠핑장)'이란 타이틀로 제1호 캠핑장이 됐다.

한국관광공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오토캠핑 수요를 진작하고 캠핑문화 개선을 목적으로 녹색캠핑릴레이 및 초보오토캠핑사업을 시행해오는 등 캠핑문화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농어촌지역 마을단위 소규모 캠핑장 조성에 역점을 둬 마을이 자립적인 관광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지역주민들의 소득창출, 다양한 캠핑 문화를 발굴·확산시키기 위해 희망캠핑장 조성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주민들 땀방울 결실, 애정 각별

구학리 희망캠핑장은 마을주민들이 직접 일궈낸 결실이라 애정이 각별하다. 사실 구학분교는 지난해부터 오토캠핑장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작년 중반기부터 학교를 임대받아 주민들이 시설 정비에 참여하고, 오토캠핑장 운영에 필요한 시설을 갖춰 손님을 맞았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주민들 의지는 대단했지만 캠핑장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었고, 손님을 끌어 모을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한국관광공사를 만나면서 다시 불씨를 지피게 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전문적인 컨설팅 및 지원, 온라인 쇼핑업체 연결을 통한 캠핑장 예약 업무 지원과 아웃도어업체 등 민간업체 유치에 힘을 쏟았으며, 마을 주민들은 직접 캠핑장 공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노인회, 청장년회, 부녀회 등 마을주민들이 농사일을 제쳐두고 구학분교로 나와 정비작업에 뛰어들었다.

학교 건물과 운동장 주변에 칠이 벗겨진 콘크리트 벽면은 주민들의 손을 거쳐 고운 색을 뽐내게 됐고, 전기 이용이 가능한 30면의 캠핑사이트 개설, 화장실 및 샤워장 공사, 조경수 정비, 제초작업 등 모든 작업에 참여했다. 30도를 넘는 폭염에 땀으로 범벅이 되고, 온몸에 페인트 칠을 하고, 흙먼지가 목을 타고 넘어왔지만 주민들은 희망을 가지고 웃으며 일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7월 28일 구학리 희망캠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주민과 한국관광공사 임직원, 전국에서 모인 캠퍼 및 캠핑서포터즈 120여명, 원주시 관계자, 지역인사 등 250여명이 참여한 오픈행사가 열린 것.

28~29일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오픈식에는 캠핑서포터즈 발대식, 가족명랑운동회, 기념 콘서트, 풍등 날리기, 기념식수 행사 및 28일 중복을 맞아 지역 어르신을 초청해 마련된 점심식사 제공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 구학리 마을이 모처럼 만에 들썩거렸다.

희망캠핑장 이용 시 알아둘 점

캠핑장 바로 앞 맑은 물이 흐르는 구학천에서는 자연물놀이장이 조성돼 있으며,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춘 구학산과 제천 덕동계곡과도 가까워 캠핑의 묘미를 더할 수 있다.

신림면 관광명소인 용암2리 용소막 성당을 비롯해 성남리 성황림 및 상원사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으며, 신림IC에서 10분, 원주시내에서 20~30분 거리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용이한 편이다.

총 30면(임대텐트 6동 포함)의 캠핑사이트는 1박2일 기준으로 1사이트 당 2만원에 사용할 수 있고, 각 사이트 별로 전기시설이 연결돼 있으며 이용 시 5천원 정도 부담하면 된다. 또한 유명 아웃도어브렌드사가 지원해준 임대텐트 6동이 있기 때문에 텐트 없이 찾아와도 즐겁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사용료는 전기료 포함 5만5천원. ▷문의: 010-3814-1939(구학리산채관광마을 추진위 안영식 사무국장)

▲ 김동화

김동화(64) 추진위원장
"마을 발전 밑거름 될 것"

캠핑장은 우리마을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아직 운영 초기단계이기 에 미숙한 점이 많지만 조금씩 보완해 나가고 마을주민들의 의지가 더해지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캠핑장을 운영하면서 버는 수익금은 향후 마을주민들과 함께 회의를 통해 마을공동 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또한 앞으로 구학산 자락에서 생산되는 산채와 건강한 먹거리를 방문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농산물 집하장 및 판매장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 시설은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이상원

이상원(72) 노인회 사무장
"노인 중심 복지서비스 창출"

마을 이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65세 이상 노인이 구학리 인구 가운데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들을 중심으로 주민복지서비스 창출에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더욱이 현재 마을회관이 상당히 열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구학 희망캠핑장을 마을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동문모임, 대보름 행사, 어버이날 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활성화시키고, 평생 농사지으며 힘들게 살아온 노인들이 보다 행복한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 최웅노

최웅노(71) 기획팀장
"낙후된 마을에 활력 불어넣어"

캠핑장으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주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게 가장 기뻤습니다. 농작물 수확이 한창이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주민들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페인트붓이며 삽과 괭이를 들고 뛰어들었으며, 마을 부녀자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나누는 등 고락을 함께 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주민 단합이 곧 마을발전에 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주민들이 뜻을 모으고 힘을 합친다면 낙후된 구학리 마을에 활력이 생길 것입니다. 지역주민들께서 따뜻한 관심과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동식 기자
pparong21@hanmail.net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