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52㎝, 작지만 다부진 몸에 단발머리. 늘 웃음이 그치질 않는 눈. 상지여고 신사흰은 육상 꿈나무를 소재로한 인기 만화영화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 '하니'를 닮았다. 이번 전국체전에 참가한 육상선수 중 가장 키가 작지만 이틀간 여고 3천m 장애물과 10㎞ 마라톤에서 당당히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차세대 육상스타다.

　특히 신사흰의 역주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신사흰은 지난달 22일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고 3천m 장애물에서 10분27초93의 대회신기록으로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하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레이스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신사흰은 레이스 초반 선수들과 뒤엉키며 물구덩이에 넘어졌고 트랙을 두 바퀴째 돌았을 땐 뒤 따르던 선수에게 밟힌 오른쪽 운동화가 벗겨져 남은 다섯바퀴를 맨발로 질주해야 했다. 선두권과는 이미 큰 거리차가 있었지만 '원주의 하니'는 포기를 몰랐다. 거침없는 질주로 80m 이상 뒤진 거리를 따라잡은 신사흰이 가장 먼저 결승라인을 통과하자 운동장은 환호성으로 메아리쳤다. 10분27초93. 대회신기록이자 부별 한국신기록에 불과 3초 뒤지는 호성적. 만약 신사흰이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쳤다면 부별 한국신기록도 10초 이상 경신했을 것이라는 게 이날 경기를 지켜 본 육상 관계자들의 평가다.

　정만화 상지여고 감독조차 "넘어지고 신발까지 벗겨졌을 때는 2등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 "사흰이가 막판 역주를 통해 우승을 차지하자 관중들은 물론 함께 경기를 치른 상대 선수들까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말했다.

　신사흰은 다음날 열린 여고 10㎞ 마라톤에서도 33분38초로 2위 그룹을 10초차 이상 따돌리며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태백이 고향으로 한 학년 위인 신예슬과 함께 마라톤 명문 상지여고를 이끄는 실질적인 에이스. 올해 태백산배 전국 중고 육상경기선수권대회와 춘계 중고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한국육상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신사흰은 "내년 전국체전 3연패와 대구육상선수권대회 입상을 목표로 더욱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