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곡3리 마을쉼터는 인근 주민들이 한데 모여 정담을 나누는 곳이다. 아이들에겐 놀이터로, 청춘남녀에게는 해질녁 데이트 장소로 활용돼 왔다.

수령 500년 이상 느티나무 6그루 군집 장관

부론면 손곡3리에 있는 마을쉼터는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자랑거리이다. 수령 5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 6개가 한데 모여 장관을 이루는 이곳은 예로부터 주민들의 아지트가 돼 왔다. 면내 리별 주민들이 한데 모여 정담을 나누기도 했고, 아이들에겐 놀이터로, 청춘남녀에게는 해질녁 데이트 장소로 활용돼 왔다.

60~70대 노인들은 "수대에 걸쳐 느티나무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마을의 보물이었다"고 전했다. 주민뿐 아니라 새들에게도 안식처가 돼 왔다. 2~3월 모내기철이면 원앙새와 올빼미 등이 떼로 몰려와 둥지를 치고 새끼가 성장한 5월이 돼서야 이동한다. 새끼 칠 무렵이면 엄청난 양의 새알을 노린 구렁이들의 집합소가 되기도 한다. 동시에 구렁이의 천적(?)인 마을 아이들이 구렁이 잡이에 나서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곳은 마을 서당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아직도 이곳 바위에는 아이들이 새긴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한 때는 이곳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일도 있었다. 일본의 침입이 있던 1900년대 마을 느티나무 2그루가 잘린 일이 그것. 한 주민은 "왜놈들에 의해 팔릴 뻔한 걸 마을주민들이 온몸으로 저지해 느티나무를 살릴 수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예로부터 주민들은 느티나무를 마을을 지키는 신목으로 여겨왔다"고 말했다.

마을 어른들은 이른 봄 느티나무의 새순을 보고 1년 농사를 점치기도 했다. 이른 봄 일제히 싹이 트면 풍년이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 또 나무 위쪽이 먼저 트면 풍년, 아래쪽이 먼저면 흉년이 든다는 것.

마을주민들은 작년 3월 원주시로부터 4천만원을 지원받아 이곳을 후대에까지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파고라와 나무벤치 등을 설치해 마을쉼터로 만들었다.

김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