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형평성(social equity)은 사회적으로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대의 혜택을 부여하는 행위를 상징하는 이념적 가치다. 미국에서 70년대에 빈부격차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 때문에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규정되었던 새로운 가치였다. 사회적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새롭게 되새겨야할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된다. 이 개념은 진리나 정의조차도 시간적 공간적 변화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서울과 지방, 도시와 농촌, 남성과 여성, 남과 북, 대기업과 중소기업, 재벌과 복지대상자… 정말 극과 극의 사회환경 속에서 서로 상반되는 가치들이 우리 일상생활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사회가 급변하면서 나타난 우리들의 자화상이라 생각한다. 한동네에서 자랐던 죽마고우, 학교친구, 직장동료들 조차도 서로 논쟁이 되는 정치, 사회현상에 대해 대화를 통한 소통이 어렵다. 생각과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공공부분의 정책결정과 집행은 그렇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더 많아지고 서로의 입장차이로 인한 불신의 골이 깊어가는 것은 아닐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국가발전위원회로 바뀐다고 해서 균형이라는 의미가 퇴색되어서는 안된다. 균형발전이 아니라 발전이라고 하면 누구, 어느 곳을 위한 발전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역간 불균형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삼각테크노벨리 전략의 결실이 원주 의료융복합단지결정으로 강원도의 발전에 견인차가 되길 기대해 본다.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동등한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지역에 적절한 산업발전에 대한 기대가 희망으로 남아 있을 때 가능하다. 경부(서울-대전-대구-부산)축으로 우리 경제가 발전된 뒤 그 반대 축인 강원도에 대한 고려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 불공정한 지역발전의 출발을 조금이라도 시정하려면 정치적으로 경부축에 있는 부산-대구-대전보다는 강원도를 고려해야 사회적 형평성이 생길 수 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국가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면 이러한 지역간 불공정 경쟁의 문제를 특히 산업측면에서 어느 정도 조정해 그 격차를 없애야만 가능하다.

사회적 형평성은 미국에서 70년대 새로운 가치로서 행정학자들을 중심으로 논쟁이 되었던 문제이다. 진리는 하나지만 사람들은 많은 다양한 의견들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진리는 영원하지만 사람들 마음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우리 현실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수시로 의견을 바꾸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이상이 아닌 현실세계에서 존재의 정당성은 이성이 아니라 의지에 의존하게 된다. 더 많은 정보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군림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나눔의 철학,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고려 없이는 존재의 정당성이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권력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게 되면 리더십은 무너지게 된다. 결국 의지만 가지고 현실세계의 사람들을 설득하게 되면 설득력을 잃게 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신뢰를 잃게 된다.

사회적 형평성은 신축성을 특징으로 하는 윤리적 개념이다. 형평성은 제몫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제몫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할 수 있는데 형평성은 동일한 경우는 동일하게 혹은 다른 경우는 다르게 기준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가치다. 즉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 동일성과 차이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제몫을 갖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형평성의 본질이다. 강원도라는 지역이 제몫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으로 소외되어 왔으면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된 원주의료기기산업이 정부 융복합단지조성사업 선정으로 날개를 달 때 강원도 몫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나눔은 여유가 있는 지역들만의 몫으로 되어서는 안된다. 강원도 불균형 성장으로 인한 불공정경쟁은 이제 체념하고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나눔은 중독이고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지역간 무한 경쟁시대에 지역균형발전문제와 사회적 형평성 가치를 기반으로 한 공정한 평가를 이번 의료융복합단지 평가단과 최종결정자님들께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