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들여다보니

지엽적 문제로 시간 허비 … 지역현안 거론조차 안해
명패 던지고,??지역구 행사도 자리 비우고 구태 여전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원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열렸다.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의회는 ‘선택과 집중’으로 방향을 설정, 알찬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집행부 자료요청 건수도 예년에 비해 대폭 줄였다.
그러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게 대체적 평이었다. 지역 현안인 군부대 이전문제 및 기름유출 논란, 동부권 문제,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에 따른 민원제기와 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공무원 총파업 등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지엽적인 문제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많았다.
또한 감사장에서 의원 명패가 날아갔는가 하면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느라 감사 도중 자리를 뜨는 의원이 많았다.

상황1
6일 오후5시20분 건설과를 대상으로 실시된 행정사무감사에서 산업건설위원회 김기훈 위원장은 주민숙원사업비의 읍면동 안배를 주문했다.
주민숙원사업비는 원주시장이 소규모 사업에 집행할 수 있는 예산으로, 올해 10억원이 책정됐으며, 건설과와 도시과에 5억원씩 배정됐다. 김 위원장 주장은 원주시의 주민숙원사업이 읍면에 치중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정면과 소초면에 각 4건, 호저면과 흥업면 각 3건, 봉산동 2건 등 읍면과 농촌동에 집중 지원했다”며 지역별로 골고루 안배할 것을 주문한 뒤 건설과 행정사무감사를 마쳤다.
그러자 정회 직후 소초면 류화규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읍면과 도시동은 실정이 다른데 어떻게 균등 배분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에 균등 배분을 거듭 주장했고, 격분한 류 의원은 앞에 놓인 명패와 마이크를 김 위원장 쪽으로 던지며 격렬히 항의했다.??
더 이상의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어수선한 상황이 가라앉지 않아 예정됐던 도시과 행정사무감사는 다음날로 미뤄졌다.

상황2
7일 낮12시 행정복지위원회 채병두 의원은 원주시 고위간부의 무단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원주로 전입한지 1년이 넘은 원주시 고위 간부가 아직도 주소지를 원주로 이전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원주시가 인구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상황에서 고위 간부의 무단전입이 사실이라면 경을 칠 일이었다.
채 의원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으나 옆자리에 있던 박한희 의원이 귓속말로 채 의원에게 뭔가를 물어 본 후 자리에서 일어나 답변석에 있던 원주시 공무원에게 간부공무원 전모씨의 주민등록등본을 떼 올 것을 요구했다.
등본이 도착하자 박 의원은 등본을 치켜들며 전씨의 무단전입을 질타했다. 전씨는 지난 2002년 8월 타 지역에서 원주로 전입했으나 2년 넘게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아 원주시의 인구 늘리기 정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씨는 이 날 즉각 주소지를 원주로 이전했다.
시비거리는 또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논란으로, 비공식 요청에 대해 원주시가 당사자 동의없이 등본을 유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행정사무감사 자료 요청은 의장이 공문서로 시장에게 자료를 요구하는 형식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건너뛴 것이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행정사무감사 중에는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상황3
8일 오전11시20분 농업기술센터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된 산업건설위원회 감사장에는 전체 11명의 의원 중 절반도 안되는 5명(김기훈 위원장, 황보경·류화규·이경식·이동팔 의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종완·민영섭·신종락·한준수·조경일·권영익 의원은 자리를 뜬 상태였다. 잠깐 자리를 비운 의원도 있었지만 하루종일 나타나지 않은 의원도 있었다.
행정복지위원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되는 내내 의석이 꽉 찬 경우는 보기 힘들었다.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가입해 있는 단체의 행사 등의 이유를 대며 의원들은 자리를 떴다.
행정사무감사는 시민을 대표해 원주시가 1년 농사를 제대로 지었는지 평가하는 중요한 자리로, 의회 전체 회기 중 꽃으로 불린다. 지역구에서 참석을 요청했더라도 시민 대표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떠올렸더라면 의연히 거절하고 행정사무감사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전전긍긍하던 공무원들은 의회에서 별 지적도 없이 설렁설렁 넘어가는 바람에 큰 어려움 없이 감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상용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