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겨울여행은 겨울바다가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여름엔 더우니까 친구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곳이 바다이지만, 여름휴가가 끝나면 그 기억도 희미해지기 일쑤이다.
그런데 겨울바다는 그 때의 상념들이 잊혀지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보통 겨울바다를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나씩의 고민을 안고 그 괴로움을 잊으러 떠나는 듯 그런 멋이 있어서 일까? 몇해 전 겨울바다가 생각난다.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살을 애는 듯한 바람과 보기만해도 차가운 바다, 파도는 왜 그리 높게 일던지.
그냥 왜일까. 마음이 맞는 친구와 강릉 가는 기차를 탔고, 겨울이라 그런지 민박도 아주 저렴했다.
친구는 춥다고 방안에서 나오지 않아 혼자 바닷가에 앉아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봤다.
추웠다. 저 바다를 보니 그 동안 살아오면서 잘못했던 사람, 미안했던 사람, 고마웠던 사람들이 모두 용서되고 이해되는 듯했다.
그런데 웃기게도 다녀온 후에 남은 건 감기뿐. 바닷가에서 했던 다짐이고 뭐고 아파서 학교도 억지로 나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겨울만 되면 또다시 바다에 가고 싶다.
그 때의 그 다짐들 보다는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을 생각할 수 있었던, 바다를 보며 모든 일을 용서할 수 있었던 그 여유가 그리운 것 같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기차를 타고 싶다.
설사 바다는 갈 수 없을지 몰라도….

◇김지혜(명륜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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