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업저수지 거북섬. 가시박이 일부 관목을 완전히 뒤덮은 상태다. 내년이면 교목까지 생장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심은 관목 수십여 주, 흔적조차 없어 
가시박 면적 매년 증가…발본색원 정책 필요

사람 발길이 닿기 힘든 섬에도 생태계 교란식물이 세력을 뻗치고 있다. 본지가 지난 6일 흥업저수지 거북섬을 살펴본 결과 가시박의 대량서식을 확인한 것. 이곳뿐만 아니라 주요 하천변을 따라 가시박이 빠르게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업저수지 거북섬은 갈참나무와 소나무 등 수십 그루가 자라던 곳이다. 그런데 2012년부터 민물가마우지의 분변으로 섬 전체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발생했다. 강산성을 띠는 민물가마우지 배설물 때문에 나무가 죽고 토양이 쓸려나갔던 것. 이에 한국농어촌공사와 원주시는 지난 2019년, 환경부로부터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을수주해 거북섬 생태복원에 나섰다. 

5억 원을 투입해 고사목은 정리하고 관목 등을 심어 생태계 복원을 추진했다. 배설물로 뒤덮인 토양은 일일이 걷어냈고 섬 주변엔 토양 유실을 방지하는 시설을 설치했다. 이 사업은 2019년 시작돼 2020년 완료됐는데 인근 주민들은 올해 가을이면 거북섬 생태계가 예전과 같은 상태로 복원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기대는 1년 만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생태계 교란식물인 가시박이 거북섬 곳곳을 점령했기 때문. 이로 인해 생태복원 사업으로 심은 관목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다. 내년이면 커다란 교목에도 가시박이 타고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원주시 관계자는 "2019년 복원사업을 진행하려던 공사 업체로부터 섬 일부에서 가시박이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생태계 복원과정에서 전체 흙을 긁어내고 우드칩까지 깔았는데 이렇게 번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 접근이 어려운 곳에까지 세력을 뻗칠 정도로 생태계 교란식물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원주시가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파악한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의 서식 규모는 55만5천537㎡.

이는 2019년 52만9천828㎡보다 2만5천709㎡ 늘어난 규모다. 원주시가 지난해 9만7천890㎡ 면적의 생태계 교란식물을 제거했음에도 그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국·도비를 지원받아 가시박 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다음 해면 또다시 자라 난감하다"며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는 생태계 교란식물의 확산세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생태계 교란식물을 제거하려면 특정 구간을 설정해 그 뿌리까지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주환경운동연합 김경준 사무국장은 "원주시가 예초기로 제초하듯이 가시박을 제거해서는 효과가 없다"며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강력한 제거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