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물가마우지 배설물의 요산성분 때문에 나무가 하얗게 변했다

20~30년생 소나무·참나무 고사

매지저수지 거북섬에 소나무 수십그루가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거북섬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거북섬에는 20∼30년생 소나무와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람 손을 타기 어려워 철새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4~5년 전부터 거북섬 내 민물가마우지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거북섬이 망가지고 있다.

산성을 띠는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섬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 국립생물자원관 김화정 연구원은 "민물가마우지 배설물은 요산성분이 강하기 때문에 나무는 물론 토양오염의 우려가 높고 주변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주민들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매지1리 이용탁 이장은 "매지저수지 수량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면서 거북섬이 이미 상당부분 침식된 상태"라면서 "생태계 파괴로 나무나 풀이 고사하면 침식을 견디던 지력이 약해져 장기적으로는 거북섬이 떠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다른 조류들이 거북섬에서 산란활동을 하는 것을 저해하는 문제도 야기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주시나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당국은 거북섬이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못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시 환경과 관계자는 "저수지는 원주시 관할이 아니기 때문에 원주시에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매지저수지를 관할하는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도 "그동안 주민들로부터 문제제기가 있어왔지만 우리 공사 관할이 아니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밤섬도 민물가마우지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백화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울시와 자원봉사자들이 밤섬 생태계 복원을 위해 물청소를 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나무 생장이나 주변 생태계를 고려해 연중 1회 대청소를 실시하고 있고, 담당공무원이 수시로 환경정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