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해 'in seoul'을 고민하던 대학교 4학년 조국인(28) AB Culture 대표는 고향 원주로 왔다. 원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용인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학교를 마치면 'in wonju'를 하고 싶어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사람들은 달랐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전통적인 사고가 남아있는 현실 속에서 낙오자를 보는 듯한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라는 부모님의 지지는 조 대표가 원주에서 올곧게 설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됐다.

프랑스학과를 공부한 조 대표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에서 원어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공연 준비를 하고 연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기획을 접했고 재밌었다.

그래서 졸업 후 원주에 왔지만 문화에 대한 정보가 없어 6개월간은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원주문화재단에서 실시하는 청년 문화플랫폼 프로젝트 'G지대'에 참여하면서 원주 청년들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청년 창의포럼 '설래발' 주도…원도심 문화 소개 소식지 제작

낯선 친구들과 매일 밤 만나 끊임없이 고민을 나누고 강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끈끈한 정을 쌓았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청년 스스로 청년 문제를 진단하고 정책 제안을 하는 '청년창의 포럼 설래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모임을 이끌고 있다.

청년 활동을 하며 가장 행복했던 추억이 있다. G지대를 할 때 100명을 모집해 1회용 카메라로 원도심의 사진을 찍는 '2400개의 시선'을 진행했을 때다. 행사 3일 전까지 5명밖에 신청 안 해 밤잠 못자며 걱정했는데 막상 행사가 시작되자 지나가던 시민들의 신청이 줄을 이었고 80명이 참여했다.

"4살, 5살 여자 아이 둘이 행사장에 찾아와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까르륵 웃으며 즐기는 모습을 보니 참 행복했다"는 조 대표. 그의 기획의도가 어린 아이처럼 사진을 찍으며 마냥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원도심에 관심이 생겼고 원도심 문화 지도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하다 지난 1월 뜻 맞는 댄서 이인우(24) 씨와 웹툰을 준비 중인 이수윤(27) 씨와 AB Culture를 시작했다.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고리가 되고 생산자와 생산자 사이를 이어주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다.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중앙시장은 많은 사람이 찾고 있고 숨겨진 새로운 매력이 많은 곳이다"고 말하는 조 대표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많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9월 22일 세계 차 없는 날을 맞아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원도심 투어 '토끼와 거북이'를 준비하며 중앙동의 새로운 매력, 기회를 발견하는 중이다. 모범적이고 조용할 것 같은 첫인상과 달리 남자 친구 네 명과 카페에서 8시간 동안 수다 떨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장난도 잘 치는 성격 덕분에 청년 마을과 원도심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참 즐겁다. 

조 대표는 "원도심 문화를 소개하는 소식지를 만들며 곳곳을 가보니 예쁘고 멋진 공간이 정말 많다"며 "원도심 컬러링북도 만들고 시민 누구나 원도심 투어 코스를 만들어 공유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지역에서 청년 모임이 닻을 내리게 되면서 고민도 깊어졌다. 새로운 참여기회 제공과 다양한 의견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름을 도움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고 작은 이야기도 귀 기울여 고민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정히하고 재충전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메모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리해 놓는다.

내년쯤에는 4년간 함께 해 온 여자 친구 김다희(27)씨와 결혼을 할 계획이다. 결혼을 앞두고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고민이 없느냐고 묻자 조금 적게 받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단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직업이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의 길을 가겠다"는 조 대표는 "10년 뒤에는 한 건물에서 공연, 영화, 음악 등을 체험해 보고 문화 취향을 컨설팅 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