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지대 비대위는 지난 18일 대학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호범 이사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파견하면서 정상화가 기대됐던 상지대가 다시 갈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학내 분규 해소를 위해 파견된 임시이사회가 출범한 지 채 한 달도 안돼 편호범 재단 이사장의 행보가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직원노조 등 대학 구성원들로 구성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교내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호범 재단 이사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에서 "관선이사회가 출범한 이래 상지대 구성원들은 상지대를 안정시키기 위해 관선이사회에 적극 협력해왔다"면서 "그러나 편 이사장은 구재단이 임명한 보직교수 전원 교체 등 구성원들의 간절한 요구는 외면한 채 오히려 사학비리 세력을 비호하며 상지대를 다시 분규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편 이사장은 취임 후 처음 학교를 방문한 지난달 27일 학내 분규의 중심에 있는 김문기 전 총장을 면담한 뒤 지난 16일 일부 구성원들 앞에서 "김문기 씨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편 이사장은 또 학교에서 열린 첫 이사회 하루 전인 지난 5일 김 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A 씨를 사무처장에 임명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역시 김문기 측 인사로 알려진 B 교수를 법인사무국장에 임명했다.

비대위는 "A 씨는 김문기 씨가 2014년 총장으로 복귀한 뒤 5급으로 특별 채용한 인물"이며 "B 교수 역시 김문기 족벌 이사회 체제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을 제공하고 교수협의회를 해체하려고 하는 등 절대 수긍할 수 없는 인사"라고 주장했다. 편 이사장이 구재단 측을 비호하지 않는다면 이런 인사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비대위는 또 편 이사장이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이 진행 중임에도 구재단측 노조를 다수노조로 인정해 단체교섭권을 위임하고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편 이사장은 지난 18일 오후 원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김문기 씨와의 만남은 김 씨가 예고없이 학교로 찾아와 만났을 뿐이고, 사무처장 인사는 대학 쪽이 공석이라며 임명을 요청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결제했다"고 해명했다.

법인사무국장 역시 "비대위에서 전임 사무국장이 김 씨의 인척이라며 계속 교체를 요구해 대학측 인사들의 의견을 듣고 중립적인 인사로 판단해 교체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편 이사장은 또 자신은 "구재단과 비대위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측은 "편 이사장은 자신이 구재단과 비대위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후 보인 행보는 자신의 해명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김명연 상지대 비대위 공동대표는 "편 이사장의 해명을 인정하더라도 사실상 학내 실상에 대한 파악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물에 대한 검증조차 없이 구재단에서 임명된 인물들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측 요구대로 인사를 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면서 "비대위에서 그동안 학교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와 근거를 제출했음에도 '자신은 그런지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편 이사장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23일 이사회를 개최하기 위해 법인사무국 직원에게 준비를 지시했지만, 직원이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자리를 이탈했다"면서 "후에 확인해보니 구재단측 인사들로부터 신병에 위협을 느낄 만큼 압박을 받고 있어 자신은 지시를 이행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편 이사장의 발언은 구재단측이 조직적으로 이사회 진행을 방해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정황으로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