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황둔송계경로당에서 도서 기증식이 열렸다.

신림면 황둔1리 황둔송계경로당에 독서 바람이 불고 있다. 100여명의 노인회원이 그림책 도서를 보며 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 두메산골에 독서 바람을 선사한 것은 황둔1리 윤진철 이장과 서울에 위치한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다. 

윤 이장은 지난 7월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이 강릉 시골마을에 서가를 기증하고 책을 전달했다는 기사를 보고 황둔1리에도 이러한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에게 연락해 황둔송계 노인들에게도 책읽기 문화를 전파해달라고 요청했던 것. 

윤 이장은 "우리 경로당엔 100여명의 어르신이 생활하는데 겨울철엔 술이나 화투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상지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경로당 문화를 변모시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70∼80대가 대부분인 황둔송계경로당 노인들은 학창시절 제대로교육받지 못했다. 학교가 없었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젊은시절 책 한권 읽어보지 못한 노인도 많다.

▲ '할매·할베 책읽는 방' 현판식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황둔1리 사연을 듣고 지난 10월 마을 답사를 했다. 그동안은 농촌마을 학교에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책읽는 문화를 전파했지만, 황둔1리 사연을 접하고 경로당에 도서관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경로당에 작은도서관을 만들어주는 것은 전국 최초로, 이름은 할매·할배 책읽는 방으로 정했다. 지난 12일 경로당을 방문해 원목 서가와 책 200여권을 기증하고 경로당 현관에 '할매·할배 책읽는 방' 현판을 달아주었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학교마을 도서관을 만드는데 집중해 왔다"는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변현주 사무국장은 "농촌지역 어르신들이 무료하게 지내시는 것 보다 책읽는 기회를 드리는 게 좋겠다 싶어 할매·할배 책읽는 방 조성사업을 시작한 것"이라며 "앞으로 할매·할배 책읽는 방 조성사업을 전국에 지속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김수연 대표가 어르신들에게 '소중한 인생을 살기 위한 소중한 일을 하자'를 주제로 책읽기의 중요성을 전달했고, 그림책 작가 김수연 씨의 책읽어주는 시간도 가졌다. 가요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가수 서수남 씨의 특별공연이 진행돼 노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편 황둔송계경로당엔 글자를 모르는 노인이 40여명이다. 이들을 위해 원주가톨릭사회복지관이 매주 책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열 계획이며, 경로당 자체적으로도 한글교실을 열어 문맹률을 낮출 계획이다. 

윤 이장은 "가톨릭사회복지관 책읽어주는 봉사단을 초청해 한 달 정도 도움을 받을 계획"이라며 "어르신들이 손자손녀나 경로당에서 한글을 배워 책읽는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황둔1리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