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론면 정산리에 거주하는 소설가 이인휘(59) 씨가 쓴 소설집 '페허를 보다'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한 만해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만해문학상은 '창작과 비평'이 지난 1973년 제정한 권위 있는 상으로 올해 31회를 맞았으며, 노동자들의 삶과 아픔을 글로 담아낸 이 씨의 '폐허를 보다'가 심사단으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씨는 노동자 출신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 출신인 그는 구로공단 등에서 노동을 하며 20년 넘게 노동운동을 펼치는 등 노동자의 부당한 처우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고 노동자를 짓누르는 회사와 투쟁을 벌이는 등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 올해 1월 발표한 '페허를 보다'는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노조가 투쟁에 실패하자 쓸쓸한 죽음을 맞은 노조원, 죽은 남편이 일하던 공장을 찾아가 항의하며 굴뚝에 올라간 여성 노동자, 교묘한 술수로 일터에서 쫓겨난 뒤 자살을 택한 늙은 기술자 등 부조리한 구조 속에서 생을 파괴당한 사람들, 그들을 양산한 시대의 모습을 기록했다.

심사위원회는 "오늘날이 1980년대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억압적 정치 현실을 핍진하여 그려낸 소설집"이라며 평가했다. 

이 씨는 "오랫동안 문단에서 민중을 다루는 소설을 보기 어려웠는데 이처럼 영광스런 상이 주어져 감회가 새롭다"며 "이 상과 나의 글을 통해서 노동자들과 민중이 여전히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 씨는 지난 1990년 광산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그린 장편소설 '활화산'을 펴내며 주목을 받았고, 국가보안법 문제를 다룬 '내생의 적들(2004)',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분신한 노동자 이용석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긴 '날개 달린 물고기(2005)' 등을 펴냈다.

이 씨는 '날개 달린 물고기' 발간 직후 아내의 지병이 악화되면서 공장과 도시생활을 접고 부론면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내는 현재 몸 상태가 좋아졌지만 이 씨는 아내 병수발을 하면서 3년간 원주에서 공장을 다니며 가정을 꾸렸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 '페허를 보다'이며,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올 연말에는 새로운 장편소설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1월 24일 오후6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이 씨는 상장과 상금 3천만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