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훈회관 앞 왕벚나무는 이미 수령을 다해 고사위기에 놓여있다

원주시내 벚꽃길 명소 중 종합체육관과 보훈회관 사이 단구로 구간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구간 왕벚나무는 원주 벚나무 중 가장 크고 수령이 길어 매년 봄 장관을 연출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 벚꽃길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수령을 다해 과거의 위용을 찾기 어려운 데다 매년 하나 둘 씩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왕벚나무의 최장수령은 30년 정도이다. 그러나 단구로 왕벚나무는 이미 최장수령을 넘어섰다. 원주시는 지난 1980년 원주에서 전국소년체전을 개최하면서 조경을 위해 왕벚나무 40여그루를 심었다. 

이 왕벚나무들은 지난 2013년 모두 베어질 위기에 처했다. 원주시는 종합체육관 개관에 맞춰 교통량 증가에 대비해 단구로 확장을 계획했으며, 이 구간은 도시계획도로로써 4차로 개설이 계획돼 있었다. 게다가 왕벚나무는 수령을 다하면서 제거 대상이 됐다.

왕벚나무를 이식하면 막대한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이식을 성공하더라도 이식과정에서 나무의 생장에 영향을 미쳐 고사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 

그러나 왕벚나무는 살아남았다. 원주시가 왕벚나무를 베어내고 도로 확장을 계획함에 따라 벚꽃길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원주시에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원주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왕벚나무가 식재된 인도를 분리대 외형으로 보존하면서 종합체육관과 인도 사이에 1개 차로를 신설했다. 대신 왕벚나무가 고사할 경우 벚나무가 식재된 곳을 굴착해 도로를 확장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왕벚나무는 살아남았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살아있는 나무는 21그루, 해마다 고사하면서 밑둥만 남아 있는 것은 15그루였다.

보훈회관과 성원아파트 쪽 왕벚나무의 경우 옹벽이나 기타 시설물로 인해 생장이 저하된 탓인지 고작 4그루만 남았다. 또한 살아있는 나무 21그루 중 대다수의 상태도 나쁘다. 가지가 부러졌거나 가지치기한 흔적이 역력한 나무가 많았다. 나무껍질이 갈라지고 소나무의 송진을 연상케 할 정도의 진액을 뿜어내는 나무도 있었다. 

게다가 나무들로 인한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나뭇가지 낙하와 함께 제거된 나무의 밑둥으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명륜동 주민 A 씨는 "상당수의 나무들이 고사해 벌채작업이 이뤄졌는데 밑둥이 남아있어 길을 걷던 사람들이 걸려 넘어질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민 B 씨는 "현재 살아있는 나무들도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데 가지가 부러져 사람을 해치거나 전선을 건드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단구로 벚나무길이 존폐 기로에 놓인 가운데 원주시는 왕벚나무를 보전하면서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원주시는 올해도 왕벚나무를 살리기 위해 토양 개량, 유공관 설치, 수관 주사 등 생장에 도움이 되는 작업을 펼쳤다.

또한 보훈회관쪽 벚나무가 대부분 제거됐고 밑둥만 남은 채로 방치된 것에 대해 내년에 새로운 왕벚나무를 식재해 단구로 벚나무길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합체육관 쪽의 경우 17그루가 살아 있는 만큼 계속 모니터링해 보전할 방침이며, 대부분 고사하거나 더 이상 되살리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시점에는 관계부서와 협의해 도로 확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왕벚나무가 진액을 뿜는 것을 보니 이미 제 나이를 넘겼어도 스스로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단구로 벚나무길은 오랜 기간 지역주민들으로부터 사랑 받는 곳이었고 이 나무들의 가치는 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만큼 보전작업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