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을 상대로 갑질을 벌이는 사례가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가운데 명륜동 동성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초소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동성아파트는 단지 내 경비초소 2곳에 4명의 경비원이 근무하고 있다. 입주민대표회는 지난 2일 단지 내 경비초소 2곳 중 정문에 위치한 경비실에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했다.

이 곳은 위치상 하루종일 해가 들어 그늘막을 설치했지만 실내온도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60~70대 고령의 경비원들은 새벽5시에도 30도가 넘는 경비초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란 쉽지 않았다. 

입주민대표회 이사를 맡고 있는 이재춘 씨는 지속되는 폭염에 지난 7월 대표자회의에서 경비초소의 에어컨 설치를 건의했다. 

이 이사는 "지난 10년간 동성아파트에 거주하면서 항상 궂은일을 도맡아 하시는 경비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사회를 위해서는 입주민뿐만 아니라 경비원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 건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축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초소는 동성아파트처럼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이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때문에 서울 등 타 지역에서도 경비초소에 에어컨 달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에어컨 구입비와 전기사용료를 입주민들이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 년에 두 달 가량 가동하고 입주민이 다 같이 지불한다면 큰 부담이 아니라는 것이 동성아파트 입주민들의 입장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A씨는 "여름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업무가 힘들기보단 더운 날씨 때문에 지쳤다"며 "에어컨 설치로 근무환경을 개선해준 입주민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입주민대표회는 후문 경비실 에어컨 추가 설치와 함께 겨울철 난방환경도 개선할 예정이다. 현재 경비초소는 겨울철 연탄난로로 난방을 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올 겨울부터는 도시가스 연료로 난방시설을 바꿀 계획이다. 

홍승철 관리사무소장은 "입주민들이 먼저 경비초소에 에어컨 설치를 제안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며 "타 아파트 단지에서도 경비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노력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