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숙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봉평교(위쪽 사진) 밑으로 폐지 등을 수집, 적재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옛 반곡관설동주민센터 부지 인근 국도대체우회도로(아래 사진) 밑은 생태하천 복원사업 공사로 출입이 제한됐는데 행락객들이 이를 무시한 채 자리를 잡고 있다.

 

원주를 관통하는 원주천은 걷기운동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을 비롯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또 하수관거정비사업, 생태하천 복원사업 등으로 수질이 개선되고 체육시설물이나 녹지공간이 확충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주천에서 더위를 피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취사, 야영, 쓰레기 투기 등 각종 무분별한 행위가 크게 늘어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교량 밑이 심각하다. 

옛 반곡관설동주민센터 부지 인근 국도대체우회도로 밑은 도심과 가깝고 교량 밑에 넒은 그늘이 형성돼 있어 해마다 행락객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다. 이 때문에 쓰레기 발생량도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이 지점에서 생태하천 복원사업 일환으로 보를 개량하고 어도를 설치하는 공사가 추진 중이어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으며, 시공사 측은 출입금지 안내판도 설치해 과거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어기고 무단출입해 취사를 하거나 텐트를 치는 등 상식을 넘어서는 행위를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고기를 구우며 술을 마시고, 한쪽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반곡동 주민 A 씨는 "공사가 한창인데 굳이 그 옆에서 즐기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행락객들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일부 시민들이 이를 어기고 있으며, 출입을 저지할 때에는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있다"며 "앞으로 이 일대에서 보다 광범위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인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원주천 내 다른 다리 밑에서도 무분별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영서고 앞 대평교 아래,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설치한 보가 최근 피서 명당으로 떠올랐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진 보가 아닌 석재구조물을 이어 붙여 완만하게 조성한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둘러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넓다.

이로 인해 평일 한낮에도 보에 자리 잡고 음식을 해먹는 사람들이 많다. 치악산국립공원 일대 금대계곡과 가까운 판부면 금대1리 금대미교 아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여기저기 돌을 모아 불을 피운 흔적이 발견되고, 교량 위쪽 쓰레기 분리배출 장소에는 종량제봉투가 아닌 박스 채 버린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도심권 교량 일대도 마찬가지다.

반곡동 동부교, 봉산동 삼광택지 인근 치악교와 반곡교, 태장동 태학교 등 교량 밑 공터가 있는 곳이라면 여지없이 술판이 벌어지고 취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도심권 원주천변의 경우 걷기 및 자전거 전용도로가 이어져 있는데 운동이나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처럼 원주천에서 각종 위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원주천은 상수원보호구역이 아닌 만큼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원주천 내에서 취사와 쓰레기 투기 등이 이뤄져 일부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원주천을 오염시킨다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지만 이를 제한할 법적 권한이 없어 막막하다"며 "쓰레기 수거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데 수거범위가 방대해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원주천 둔치 주차장과 인접한 봉평교, 학성동과 태장1동 사이에 위치한 태학교에서는 노숙자들이 몰려들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봉평교 밑에는 노숙자가 생계를 목적으로 약 500㎏에 달하는 폐지나 플라스틱 용기 등을 쌓아 놓은 데다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노숙하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

태학교 아래는 노숙자들이 잠자리로 사용하는 돗자리는 물론 밥상까지 널려있고 한쪽 구석에는 술병과 각종 쓰레기가 쌓여있다. 또한 지나가는 시민과 시비가 붙는 등 물리적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 원주시에 따르면 봉평교와 태학교 일대에서 노숙하는 노숙자들이 최소 5명 이상 있다. 

이에 대해 원주시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주시 관계자는 "봉평교와 태학교 밑에 노숙자들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가 쌓여 있어 시민들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노숙자들을 설득해 쓰레기를 모두 치우려고 했으나 위협적인 행동과 언행으로 대응해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숙자들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을 대동하여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봉평교와 태학교 일대 노숙자들을 시설에 입소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

원주시와 원주노숙인센터 등이 지속적으로 노숙자에 대해 아웃리치 활동을 펼치고 시설 입소를 권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거리 노숙자들이 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시설의 규제를 싫어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고 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