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택시장에 외부충격이 가해질 경우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 강릉본부(이하 한은)는 7월 7일 '강원도 주택시장 동향 및 가격구조 분석'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은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변화, 동계올림픽 이후 투기적 주택수요 감소 등으로 지역 주택시장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 경우 건설경기 침체, 소비심리 위축 등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이러한 진단을 내린 배경에는 원주를 비롯한 도내 부동산 시장의 취약한 펀더멘탈(기층구조)에서 기인하고 있다.

강원도는 전국에 비해 주택보급률이 높은 가운데 인구증가율은 낮고, 주택공급은 인구증가에 비해 가팔라 부동산 시장 구조가 부실하다는 것. 실제로 지역부동산 시장은 가격 거품논란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2011년 7월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 2012년 6월 원주~강릉 복선철도 착공 등으로 2011~2012년 도내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이 기간을 기점으로 2011~2015년의 지역 주택 가격상승률이 전국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도내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1~2015년 28.4% 상승해 전국 상승률 15%보다 크게 높았다"며 "정부 가계부채 대책으로 전국 부동산 시장은 위축된 반면, 강원도는 2015년 말 이후에도 여전한 가격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의 실수요자인 거주민의 인구증가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2011~2015년 도내 인구증가율은 1.3%로 전국 인구증가율 2%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것.

실제 원주시의 경우 2010년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2만1천353세대의 아파트가 신규로 공급됐지만 인구증가는 2만4천173명에 그쳤다.

원주시 1세대당 세대원이 2.4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만7천여명 분의 아파트가 주인을 못 찾고 남아돈다는 의미이다. 아파트는 과잉공급 됐는데 가격은 가파르게 올라 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시장 급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특수 이후 중·장기 주택수요 예측에 기반한 주택수급계획을 준비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 인구증가를 도모하면서 안정적인 주택수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원주는 기업도시를 중심으로 자족도시 기반을 갖추면서 도시브랜드 정립을 통한 장기적인 인구 유입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러한 진단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A부동산 대표는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공급물량 확대로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며 "원주 아파트 가격은 인구증가세에 따른 아파트 공급물량이 소진되는 올해 9월부터 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부동산 대표도 "평창동계올림픽과 수도권전철 개통 이후엔 지역에 뚜렷한 개발호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혁신도시를 제외하고는 아파트 가격이 크게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집 마련 경제적 부담 증가 

한국은행은 주택시장 활황세로 주택가격이 소득 증가분보다 상승하면서 내집 마련을 하기 위한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내 아파트 평균가격은 1억5천841만원으로 전국평균 3억640만원의 51.7% 수준이지만 2011년 말 43.2%에 비해 8.5%p 가격이 상승해 내집 마련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특히 2011~2013년 분양된 전국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749만원 하락(2억6천909만원→2억6천160만원)했지만 도내 아파트 평균가격은 1천265만원 상승(1억1천629만원→1억2천894만원)했다.

이는 강원도민이 내집 마련에 걸리는 시간이 점점 늦춰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2015년 말 기준 내집을 마련하려면 총소득에 대한 지출 없이 평균 5.9년(2015년 말 기준)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1년 대비 0.7년 연장된 수치이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규모나 증가속도도 전국 평균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지역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지난 4월 말 현재 3조5천189억원으로 2011년 말보다 38.3% 증가했다. 이는 전국 증가율 33.11%보다 훨씬 상회한 수치였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