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TV에서 방영된 '태양의 후예'가 중국 등 세계 30여개국에 판매되면서 다시금 한류 붐을 일으키고, 파생되는 경제효과가 1조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시작한 한류가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중동에 이르기까지 확산되고 있다. 

반면 '한강의 기적'을 주도했던 2차 산업의 대명사였던 세계 최고의 중공업 회사들이 연이어 구조 조정의 대상으로 언론에 떠들썩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민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지 못하고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한류는 우리국민에게 새로운 도약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이번 달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서 이러한 한류 현상은 여실히 증명되었다. 

핵 포기 이후 이란은 전 세계 국가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이 연착륙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 이란에서 90% 시청률을 끌어올린 '대장금' 드라마로 기인한 한류 덕분이라는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백범 김구 선생이 해방된 나라에 들어와서 '이 나라에 가장 중요한 힘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가난하고 침략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을 향해 '문화력'이라고 말했다. 

또한 백범일지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말하였다. 

김구 선생이 말한 '문화의 힘'은 경제성장의 발목에 잡혀 고통 받는 우리국민에게, 경제는 발전했으나 행복하지 않은 우리국민에게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문학계의 소식들이 오랜만에 언론 지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노벨문학상에 비견되는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과 원주시 출신인 도종환 국회의원이 발의한 '문학진흥법'에 의해 건립할 국립한국문학관의 전국 공모 유치전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의 치열한 유치전은 중앙정부가 투입하는 비용이 450억원의 대규모여서 만이 아니라 문학이 이끌어낼 무궁무진한 문화의 힘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지난주 안타깝게도 원주시가 강원도 예선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원주시는 대문호인 박경리 선생이 1999년부터 토지문화재단을 통해 국내외 문인들의 저작 활동과 연구를 수행하여 문학중심 지역으로 성장했고, 그림책도시를 기반으로 문화도시, 생명과 협동의 인문도시, 나아가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지정을 추진하고 있었다. 

또한 강원감염 및 거돈사지·법천사지·흥법사지를 중심으로 역사성과 운곡 원천석, 임윤지당, 무위당 장일순, 중천 김충열 선생의 철학사상 등 문사철(文·史·哲)의 조화를 이루어 우리나라 문화의 중심이 될 준비된 도시였다.

원주시민들이 그동안 열심히 키워왔던 문화도시로서 자긍심에 어처구니없이 흠집이 나고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시점에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무결점의 피켜스케이트 경기를 치르고도 은메달을 수상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편파 판정의 의혹과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 정작 김연아는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만족한다."라고 메달 순위에 개의치 않고 의연하게 말했다. 24살의 어린 김연아는 스포츠 스타를 넘어서 경쟁에 매몰되어 가던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 국민의 영웅이었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주역이 되었다. 

원주시민은 문화도시 원주, 인문도시 원주, 창의도시 원주를 꿈꾸고 만들어가기 위하여 그동안 뚜벅뚜벅 쉼 없이 걸어왔다. 

우리도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 "최선을 다했다. 행복하다." 

류희경 중천철학재단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