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풍으로 지붕이 통째로 날아간 부론면 노부부 주택.

부론면 정산3리에 위치한 노부부의 집이 강풍으로 인해 날아가자 대한적십자사봉사회 부론봉사회와 부론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회장: 황서현)를 비롯해 인근 마을주민들이 나서서 지붕을 무상으로 수리해 감동을 주고 있다.

갑작스레 강풍과 폭우가 몰아쳤던 지난 16일 오후3시쯤 이모(67) 씨 주택 지붕이 거센 바람에 의해 날아갔다. 지은 지 50년이 된 이 집은 흙벽돌 구조이며, 5년 전 지붕을 샌드위치판넬로 개량하긴 했으나 집 자체가 워낙 낡았고 지붕을 견고하게 조립하지 못한 탓에 강풍에 떨어져나가 버렸다. 

그러나 이 씨 부부는 경제사정이 열악해 지붕을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씨는 고질적인 허리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해 본업인 양봉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의 아내는 심장수술을 받은 이력과 지병 등으로 몸상태가 나빠 경제활동 자체가 불가능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노부부는 하루에 한 끼 정도만 해결하는 날이 있을 정도로 가난했으며,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려해도 자식이 있어 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부의 자식들도 지붕이 날아간 사실을 확인했지만 수백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사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이처럼 노부부가 지붕 수리 문제로 고심하고 있던 찰나 부론적십자봉사회와 부론면새마을회가 부부의 딱한 사정을 접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됐다.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은 노부부가 공사비를 부담하기 어렵다고 판단, 이대로 방치하면 오랫동안 불편을 겪고 건강문제도 대두될 것으로 보고 두 단체가 합심해 집수리 봉사를 하게 됐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지붕 수리 공사를 진행했다. 부론면새마을회는 지붕 수리 비용으로 150만원을 쾌척했다. 비록 두 단체 사정도 녹록치 않아 새 지붕을 얹을 수는 없었지만 떨어져나간 지붕 구조물 중 쓸 만한 것은 재사용하고 훼손된 부분은 새것으로 교체했다.

또 외부인력을 투입하는 대신 단체 회원들과 더불어 마을주민까지 20여명이 공사에 참여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을 덜었다. 주택에 비가 샐 것을 우려해 천막을 씌워줬고 굴삭기 등 중장비까지 동원했다. 뿐만 아니라 부론면사무소는 속옷, 세면도구, 먹거리 등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이상덕 정산3리 이장은 "노부부가 곤경에 처한 상황을 보면서도 마땅히 도움을 드릴만한 방법을 찾지 못해 막막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뜻이 모아져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며 "한창 농사로 바쁜 시기에 집을 수리하러 와준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기옥 부론적십자회장은 "지척에 살고 계신 부부가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것을 좌시할 수 없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부론면민과 단체가 화합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