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개장한 농업인 새벽시장은 '로컬푸드의 성지'로 불린다. 430여명의 회원농가가 전날 수확한 농산물을 다음날 새벽에 판매하기 때문에 신선하면서 저렴하다.

지난 1994년 처음 열린 이래 올해로 22년 된 원주의 명물이자 전국 최고의 직거래장터이다.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은 약 30만명이었다. 새벽시장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원주시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회원농가들의 수입도 제법 짭짤하다. 지난해 새벽시장 전체 매출이 80억원을 기록했으니 회원농가별로 평균 1천800만원 넘는 수익을 올렸다. 지난 2013년에는 9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나 이후 농산물 판로가 확대되며 매출액이 감소했다. 

원주시농축산물유통협회의에서 운영하는 직거래장터도 확대된 판로 중 하나다. 원주 농·축산물 및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직거래장터로 오는 26일 문을 연다. 매주 화요일 단관근린공원에서 열리며, 20여명의 회원농가들은 올해 매출액 목표를 2억원으로 잡았다.

원주원예농협이 무실동에 개설한 로컬푸드직매장은 '마니아 고객'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개점 당시에는 원주원예농협 조합원 57명이 참여했으나 매출이 늘면서 현재는 168명이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다. 

흥업면에 위치한 원주푸드종합센터는 가장 체계화된 로컬푸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원주푸드종합센터는 오는 5월부터 관내 77개 초·중학교 학교급식으로 원주푸드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달 말부터는 수도권 직매장에 원주푸드를 납품한다고 하니 기대감을 낳고 있다. 이처럼 새벽시장, 로컬푸드직매장, 원주푸드종합센터 등 외견상으로 원주는 이상적인 로컬푸드 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게 밝지 않다. 지난해 원주푸드종합센터에 농산물을 납품한 농민은 불과 50여명이었다. 농민들의 요구로 100억원 넘는 세금을 투입해 원주푸드종합센터를 만든 것 치고는 성적이 매우 초라하다.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새벽시장 회원은 430여명인데, 100억원 넘게 들인 원주푸드종합센터의 납품농가는 50여명에 불과하다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새벽시장과 원주푸드종합센터의 차이는 농산물 규모이다.

원주푸드종합센터에서는 규격화, 규모화를 요구해 농민들이 꺼리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품목별 작목반을 확대해야 한다. 농민들이 스스로 품목별 작목반을 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원주시에서 발벗고 나서야 한다.

연중 균일하게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파종시기를 달리 하는 조정역할도 원주시에서 해야 한다. 농민들은 오직 원주푸드 인증을 통과할 수 있도록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주력하게끔 원주시에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행과정 없이 농민들에게 원주푸드 납품을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다. 원주푸드종합센터에 원주농업의 명운이 걸렸다는 점을 공무원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원주투데이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