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원주 출신 최규하 대통령의 서거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2006년 10월 자택에서 별세해 올해 10주기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다. 서거 10주년이면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떠올리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준비되는 게 마땅찮다.

재단법인 최규하대통령기념사업회는 올해 원주시립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최 대통령의 유물 전시회 및 생가터와 관련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도 추도식과 사저 방문 및 최 대통령 뉴스모음 책자를 제작한 게 전부였다. 그나마 원주시에서 매년 사업비로 2천만원씩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념사업회 시작은 거창했다. 지난 2012년 10월 출범한 기념사업회 창립총회에는 최 대통령의 재임당시 장·차관 및 지역인사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당시 열기로는 금방이라도 기념사업이 성과를 낼 것처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회원 성원이 안돼 이사회가 무산될 정도로 참담하게 진행됐다.

기념사업회가 출범하기까지도 많은 진통을 겪었다. 그래서 기념사업회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고,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셀 수 밖에 없다. 기념사업회 목적은 창립 취지문에 잘 나와있다.

창립 취지문은 '대통령이기에 앞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검소함을 몸소 실천하며 근면한 삶을 사셨던 많은 자취를 모아 진정한 인간상을 세상에 널리 펼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화제를 모았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8'에 최 대통령의 가옥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최규하 가옥은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330㎡로 최 대통령이 1972년부터 국무총리로 부임한 1976년까지, 그리고 1980년 대통령직을 사임한 이후 2006년 서거할 때까지 가족과 함께 살았다.

이곳에는 연탄보일러, 흰 고무신, 30여년 된 라디오, 50여년 된 선풍기 등 생전의 검소했던 생활상과 유품이 남아있다. 국무총리 시절이던 오일파동 때 탄광 시찰을 다녀온 이후 평생 연탄보일러만 사용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기념사업회가 출범할 수 있었던 건 최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와 공직자의 표상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기념사업이 처음 시작된 1998년 당시에는 지역에서 최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평생 올곧고 청빈한 삶을 살았던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며 기념사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보다는 긍정적인 면모가 부각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기념사업회가 지지부진하게 굴러가는 건 문제가 있다. 지금 단계에서 동력을 상실한다면 다시 재건하는데 몇배나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할 것이다. 수백억원이 드는 기념관을 짓자는 얘기가 아니다.

원주에 사는 사람들 만큼은 최 대통령의 청빈한 삶과 올바른 공직자상을 알 수 있도록 기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원주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전직 대통령을 정부에서 제대로 예우하겠는가. 기념사업회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