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기후변화대응교육센터에서 진행된 제51회 원주포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상당수가 합리적인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원주포럼은 원주지역 청소년들의 노동실태를 점검하고, 청소년 노동 환경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포럼은 '원주 청소년 노동실태 조사보고'를 주제로 원주투데이신문사, 원주시노사민정협의회,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공동주최해 지난달 22일 행구동 수변공원 내 기후변화대응교육센터에서 열렸다.

청소년 노동실태 조사는 원주시청소년수련관, 원주청소년문화의집, 중앙청소년문화의집, 원주고용센터, 원주여성민우회가 참여하고 있는 원주시청소년노동인권위원회와 (사)강원시민사회연구원이 실시했다. 

포럼은 박수영 (사)강원시민사회연구원 이사가 사회 및 좌장을 맡은 가운데 변동현 노무법인 참터 노무사가 주제발표를 했으며, 이현주 원주시청소년수련관 관장, 이대용 원주공업고등학교 학생회장, 허진욱 원주시의회 의원, 지숙현 원주여성민우회 대표가 지정토론을 했다.

주제발표 주요내용과 지정토론 및 방청석 토론내용을 정리해 게재한다.

임금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 다수

원주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임금이나 휴가 등 여러 측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는 일반 고등학교(301명),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대안학교, 검정고시 및 취업준비자, 학교 밖 청소년 등 원주지역 17세부터 19세까지 청소년 3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 여부에 대한 질문 가운데 임금지급에 있어 응답자 362명 중 207명(57%)이 최저시급 이상을 받는다고 답변했다. 56명(15%)은 최저 시급 미만을 받으며, 99명(27%)은 최저시급 이상을 받았는지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모른다고 답했다.

또 362명 중 1주 15시간 이상 노동으로 주휴수당을 지급 받아야하는 대상이 184명(51%)이었으나 그 가운데 주휴수당을 받은 경우는 33명(1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19명(65%)은 지급받지 못했고, 32명(17%)은 받았는지 여부를 알지 못했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초과근로 한 경우 연장수당을 가산 지급받은 청소년은 177명 중 7명(4%)에 그쳤으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초과근로 시 연장수당을 아예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125명 중 30명(24%)에 달했다.

야간근로수당 역시 응답자 27명 중 법정가산임금으로 야간수당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1명(4%), 나머지는 지급받지 못했거나(11%) 법정가산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다(85%)고 밝혔다. 연차유급휴가 사용 여부에 대한 질문에도 약 20%가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데 그쳤다.

임금 외에도 '노동을 시작하는 시기'는 15세 미만인 자와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중학교에 재학 중인 18세 미만인 자는 근로자로 사용하지 못함에도 응답자 364명 중 147명(40%)이 중학생 때 노동을 시작했고, 2명(1%)은 초등학생 때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업종에 있어서는 음식점 서빙이 41.2%로 가장 많았고, 전단지 돌리기가 18.3%, 24시간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이 각각 8.6%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유해업종인 단란주점, 비디오방, 노래방 등에 고용된 현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 작성'은 약 53%가 작성한 것으로 응답했으며, 47%는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자 증명서 비치'는 약 46%가 부모님 동의서를 제출했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한 경우는 28%에 불과했다.

노동인권 정보·지식 수준 낮아

 노동관계법령 위반 여부를 묻는 질문 가운데 4대 보험 가입 여부에 대해 질문하자 응답자 361명 중 214명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고용된 사업장의 4대 보험 성립신고 여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보험 자격 취득 여부를 노동자 본인이 알지 못하는 원인에는 임금명세서를 지급받지 못했거나 취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로계약서를 2장 작성해 사업주와 한 장 씩 나눠 갖는 것에 대해 42%는 '모른다'고 했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다 다쳤을 경우 산재보험으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39%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마찬가지로 청소년 근로자에게 하루 7시간, 1주일 40시간 이상 일을 시킬 경우 청소년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모른다'는 응답이 52%에 달했고, 휴일 및 연장근무 또는 야간근무 시 50% 가산 지급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주휴수당에 대해서는 각각 56%와 73%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또한 부당한 처우를 당할 경우 청소년을 도와주는 신고전화(1644-3119 또는 1388)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응답자가 55%에 달했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경우 대응 방법에 대해 '참고 계속 일했다'는 응답(118명 중 48명)이 가장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처럼 청소년 대부분이 노동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노동관계법령을 비롯한 노동인권에 대한 정보와 지식수준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부분이 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아르바이트로 인해 어른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는 질문에는 무려 8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급여와 근로시간에 대한 만족도 역시 '만족한다'는 답변이 각각 75%와 81%를 차지했으며, 근로환경, 근로강도, 일의 내용 등에 대해서도 대체로 만족한다는 의견이었다.

결국 청소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아르바이트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노동인권에 관련된 교육이 시급하다는 결론이 모아졌다.

실제로 청소년 노동 인권과 관련된 정보제공이나 교육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369명 중 309명(84%)이 없다고 했으며, 현재 알고 있는 아르바이트 권리 정보 습득 경로는 친구들(54%)이 가장 많았으며, 인터넷(22%), 인쇄·홍보물(9%) 순이었고, 학교를 통한 습득은 2%에 그쳤다.

변동현 노무법인 참터 노무사는 "현재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현장은 임금, 휴가, 휴일 등 보장에 있어 법적 기준을 미달한다"며 "그럼에도 청소년들이 욕구가 있어 아르바이트를 이어가고 또 정보가 매우 부족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원주시청소년수련관 관장

오늘 토론회는 앞으로 지역사회가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원주시청소년노동인권위원회 이름으로 공동의 주제를 논의해서 아이들을 위해 홍보했으면 한다.

동영상이나 홍보물을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청소년 수련시설 중심으로 홍보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이 알면 사업주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접근하기 좋은 곳에 우리의 이야기를 게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포시청소년인권조례가 현실적으로 돼 있다. 조례제정 논의 합의해서 조례안 발의하는 과정에 참여하길 바란다.

이대용 원주공업고등학교 학생회장

청소년들은 노동법에 대한 정보를 실제로 잘 알지 못하고, 어디에 가서 상담을 받거나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상담 전화도 좋지만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시설이 체계적으로 만들어지고 또 알려졌으면 좋겠다.

 

지숙현 원주여성민우회 회장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아 반성하는 마음이 든다.

음식점에서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 부족하고 서툰 면이 있어도 우리가 보듬어주고 이해해주는 실천이 필요할 것 같다.

지역에서 각종 행사가 있을 때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나 홍보를 진행하는 것도 좋겠다.

허진욱 시의원

소수를 제외 하고는 의식주를 위한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고 구매욕에 의해 필요한 몫의 돈이 쥐어질 때 까지는 모든 것을 참고 인내 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노동인권을 보장 받는 것보다 돈이 앞서 있다는 오늘의 현실을 보며 책임 있는 세대가 나서야겠다고 느낀다.

관련 원주시 조례를 현실에 맞도록 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참고 일하는 것을 보며 불법을 스스로 인정해 주는 잘못된 사회 통념 앞에 기성세대의 잘못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노동현장에서 어른들의 몫으로만 느끼고 있던 노동력을 제공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고 느꼈다.

서연남 강원시민사회연구원 연구원

우리나라는 노동자는 가난하다는 인식이 많다.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 때 노동자와 경영자 역할을 번갈아 맡아 토론과 논쟁을 한다. 우리나라 일반고 사회과 교과 17종을 분석해 보니 전체 4천612페이지 중 노동관련 내용은 83쪽으로 2%에 불과했다.

사회과 가운데 노동기본법을 상대적으로 많이 다룬 교과서는 사회와 법과 정치인데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경우 노동관련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다. 대전은 노동인권교육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해 중·고교생에게 노동인권교육을 하기로 했고, 광주시도 전국 최초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조례를 제정했다.

안산시는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원주에서도 조례를 통해 노동교육을 명시화 했으면 한다. 사업성으로 교육을 실시할 경우 단체장이나 사업이 없어지면 교육을 못하지만 조례를 제정하면 지속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

이차복 서울대 국토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원주를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통계가 별로 없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게 된다.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이 중요하지만 고용주도 같이 설문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설문을 병행해 교차분석 해 봤으면 좋겠다.

아르바이트 하게 된 동기로 구매욕과 소비욕이 가장 높다는 것이 뜻밖이다. 또한 사업주 입장에서는 청소년이 제공하는 노동력이 훌륭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세대의 반영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뿐 아니라 기성세대가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당연하므로 일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오원집 원주투데이 대표

인권조례가 있는데 유명무실하다. 내실 있는 인권조례로 보강하고 의무적으로 가져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 부분이 같이 결합돼서 시행령으로 청소년 관련 내용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계약직 노동자의 권리도 동일하게 봐야한다. 계약직근로자 입법 청원도 필요하다. 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노동 관련 안내문을 보여주고 서명을 받도록 하는 장치 등이 있어야 한다. 또 청소년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교육해야 한다.

학교에 홍보물을 눈에 띄게 제작해 게시판에 붙여 놓으면 좋겠다. 그리고 청소년 지도자가 청소년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개발된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역에서 교육을 할 수 있길 바라며 고용주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박문호 원주시청소년수련관 팀장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의 정보를 많이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신문에 보면 구인구직란이 있는데 커다랗게 최저임금 계산법 등을 홍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움직임이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정보를 주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효영 물꼬 사무국장
거리학교라는 개념으로 '개구리 밥차'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노동인권을 교육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