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문막읍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폭발하며 초유의 사태가 전개됐다. 건립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은 의사일정 전면 중단이란 초강수를 뒀다.

시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이같은 결정은 제3회 추가경정예산과 내년 본예산을 의결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로인해 공적기능 일부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시의회는 지난 18일 본회의를 열어 제3회 추경예산을 승인했다.

제3회 추경예산이 의결되지 않으면 내년까지 이어지는 시책사업은 국·도비를 반납해야 하고, 시비도 불용 처리될 판이었다. 특히 제3회 추경에 증액을 요구했던 생계급여비가 성립되지 않으면 저소득층 5천300여 가구에 12월분 생계급여비를 지급할 수 없어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심적 부담이 컸다.

그러나 내년 본예산 처리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이다. 시의회가 내년 본예산을 의결하지 않으면 원주시는 준예산 체제로 운영된다. 준예산은 행·재정적 공백에 따른 혼란을 막고, 예산 불집행으로 인한 법적 위반상태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운용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지방보조금 6개 과목 중 법정운영비 보조금을 제외한 사업보조 4개 과목은 진행할 수 없다. 사업보조는 민간경상, 민간행사, 민간자본, 사회복지 보조금으로 전체 400억원이 넘는다.

뿐만아니라 연간계약으로 추진하는 폐기물 수집·운반 용역, 가로청소 용역, 제설작업 임차료, 가로등·보안등·공원등 유지보수 등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당장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이 초래되는 것이다. 교육경비는 물론 출연금 및 국가직접지원사업으로 운영되는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와 원주문화재단에 대한 사업비 집행도 불가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크다.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이처럼 사회기능을 마비시키는 사태로까지 몰고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후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SRF열병합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어서 갈등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것이다.

이번 논란은 시민들간 찬반이 갈려져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갈등보다 파장이 크고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다. 어떤 형태로 결론이 나든 한쪽은 상처를 입고, 반대쪽도 마찬가지 결과가 예상된다. 아쉬운 건 숱하게 이어져 온 이러한 갈등을 중재할 만한 사회적 기구가 없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토론문화는 상실된 채 자신의 주장만 옳다는 이전투구식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다름'이 아닌 '틀림'을 주장하는 일방통행식 토론이 될 게 뻔해 제대로된 토론회조차 열리지 못하는 게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원주의 현주소이다.

합리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중재할 사회적 기구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기구가 절실한 건 찬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원주사람이기 때문이다. 지역공동체 문화의 실종이 사회적 기구의 출현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