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건립을 추진 중인 임윤지당 얼 선양관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물에 대한 뚜렷한 활용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원주시가 건물 신축에 5억원 가량의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여성단체에 사무실을 제공하기 위한 선심성 행정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임윤지당(1721∼1793)은 봉산동 시댁에서 54년간 거주하며 학문에 힘쓴 여성 유학자로, 조선후기 최고의 여성 성리학자로 추앙받고 있다.

당시 남성의 전유물이던 성리학을 연구, 쟁점이 됐던 이기심성(理氣心性)과 사단칠정(四端七情)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탐구했으며, 여성도 교육과 수양을 통해 성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한국여성운동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에 원주시는 지난 1999년부터 유고집을 국역 발간하는 등 선양사업을 추진했으며, 지난 2005년 5월 문화관광부는 이달의 문화인물로 임윤지당을 선정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봉산동 새마을공원에 임윤지당 기념비를 건립했다.

이같은 연속선상에서 보면 얼 선양관 신축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이 없는 상태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구동 여성가족공원 내에 건립하는 얼 선양관은 관내 여성단체 임원들이 원주시에 요구해 시작됐다. 작년 1월 여성단체로부터 건의가 접수됐으며, 원주시는 단 3개월 만에 건립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인해 얼 선양관은 자연스럽에 여성단체가 위탁받아 운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시실보다 사무실 규모가 훨씬 크게 설계돼 얼 선양관을 빙자한 여성단체 사무실을 짓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당초 원주시는 사당 형태로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여성단체에서 이를 반대해 지붕만 기와를 씌운 현대식 건물로 설계한 것으로 밝혀져 얼 선양관 건립 취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원주시가 최근 준공한 조엄 선생 기념관을 사당 형태로 지은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와함께 임윤지당 유물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시실을 무엇으로 채울지도 의문시 되고 있다. 전시실 조성을 위해 원주시는 추가로 3천만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위탁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활용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