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호저면 주민과 기관·단체들이 의기투합해 '호저신문' 창간호를 선보였으며, 매월 1회 8면의 지면으로 호저면 소식을 전하고 있다(왼쪽). 지난 4일 주민들이 농사일을 마친 뒤 '나눔의 집'에 모여 원주투데이신문사 오원집 대표로부터 '신문기사 쓰기' 강의를 듣고 있다.(오른쪽)

마을 만들기 사업이 전국적인 '핫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호저면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7년 호저면으로 이전한 '성공회 원주 나눔의 집(대표: 이쁜이 신부)'은 도시지역보다 복지환경이 열악한 농촌을 중심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했다. 이전 당시 주민 욕구조사를 통해 부족한 문화생활의 충족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고, 공동체 활성화 측면에서 사업방향을 설정했다.

성공회는 '중용'을 강조하는 교단으로 어느 한 곳에 치우침 없이 다양함을 추구한다. 최근 부산에서 진행된 WCC 총회에서 개신교와 천주교의 가교 역할을 할 정도로 새로운 교회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성공회 원주교회 국충국 신부는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게 예수님의 삶과 일치하고, 나눔의 집은 이를 실천하는 성공회 기관으로 종교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호저면 마을 만들기는 성공회 교리의 뿌리에서 비롯됐다. 1999년 설립한 '나눔의 집'은 이웃을 섬기는 일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으로 사업별로 운영위원회와 운영협의회, 실무자공동체 등으로 구성돼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다. 국 신부는 "진정한 마을 만들기 공동체는 '교회'가 앞장서면 의미를 상실한다"며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선에서 지원하고, 운영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점점 고령화되는 농촌에 삶의 탄력을 회복하고자 호저면 주민들은 '나눔의 집' 정신을 이해하고 동화되기 시작했다. 이쁜이 신부는 "7년 동안 묵묵히 지역을 위해 희생하고 진정성을 발휘한 결과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 일부는 '나눔의 집' 운영위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마을 공동체 복원을 위해 아동·노인복지와 재가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실업극복을 위한 취업연계 사업 등에 참여해 서비스 대상자에서 공급자로 '나눔의 의미'를 더해 갔다. 호저면 독거노인이 참여하는 '늘봄학교'는 웃음치료와 역사공부 등을 통해 독거노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뢰'가 '신용'이 되는 공동체기금 '희망애찬'을 창립하기도 했다. '희망애찬'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소액대출 상호부조 시스템이다.

이 밖에도 호저면 주민들이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초록햇살 카페'를 만들어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주민들이 카페 운영자이자 카페를 찾는 손님이 되기도 한다.

'나눔의 집'이 진행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바로 마을신문인 '호저신문'이다. 지역주민과 기관·단체들이 의기투합해 지난 6월 창간호를 선보였고, 매월 1회 8면으로 발행되고 있다. 이 신문은 호저면에 사는 평범한 주민들이 주인공이자 주민 스스로가 취재기자이다. 호저면에 있는 농민, 시인, 퇴직교사, 진료소장, 독거노인 등 서로가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지난 4일자 신문에는 주민들이 주산리 주산들 교차로에서 벌어진 교통사고로 60대 주민이 사망한 사건 취재를 통해 원주경찰서로부터 신호등을 삼색등으로 바꾸는 한편 횡단보도 조명등 설치와 호저로 도색작업을 약속받는 성과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신문을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 신문사 대표, 사진작가를 초대해 글쓰기와, 신문기사 쓰기, 사진 촬영 등 신문제작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한 것. 주민들은 교육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주민과 소통하고 연대감을 형성한다.

또한 이 시간을 통해 호저면민이라는 동질감을 고취시키기도 한다. 신문에 게재할 마을이야기 공모대회도 개최해 참여 주민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호저면 마을만들기 사업은 공간에 대한 하드웨어적인 변화보다는 주민 삶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이쁜이 대표는 "호저면 마을만들기 사업은 내년이면 3년차로 접어든다"며 "마을신문 창간을 계기로 주민 삶의 욕구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자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