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뽕잎밥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명륜1동 뽕순이밥 식당을 어머니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승훈 씨(30). 그는 몸이 불편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별로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쯤 됐을 때 자신에 대해 크게 한번 눈을 뜨게 됐다. 주변 친구들과 사람들이 보는 특별한 시선을 그대로 느끼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스스로 청원학교를 선택했다. 담임선생님이 일반학교를 들어가도 학업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지만 이미 큰 상처를 받은 후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 씨는 장애인이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따라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고, 어쩌면 주변에서 그를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갖고 보는 것이 무색할 만큼 자신의 인생을 잘 개척해 나가고 있다.

중학생인 된 후에는 합기도를 배웠다. 용인대 용무도 학과를 진학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불편한 몸으로 남들에 비해 과정은 느리지만 몇 배의 노력으로 결과는 같았다. 하지만 청원학교 출신으로 내신 성적을 낼 수 없어 정상적인 대학 진학은 힘들었다. 좌절을 맛봤지만 개의치 않았다. 고등과정까지 마친 뒤 직업전문학교에 진학해 컴퓨터를 전공했다. 평소 기계 만지는 일을 좋아했던 이 씨는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공부하면서 딴 컴퓨터 자격증만 3개다.

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커피에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 평소에 커피를 좋아해 여러 종류의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맛이 종류별로 천차만별이라는 걸 알게 됐고, 전문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에 커피원두 감별사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됐다.

일명 큐 그레이더 자격증. 국내에서는 최근 바리스타 자격증이 번지고 있지만, 큐그레이더 자격증은 바리스타 자격을 포함하는 커피감별 및 로스팅 자격증이다. 생소한 만큼 이 자격증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이 국내에는 많지 않다. 그만큼 취득하기까지도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해에는 알 그레이더 자격증까지 갖췄다. 큐그레이더는 아라비카 원두를 전문으로 감별하고 로스팅하는 자격증이고, 알그레이더는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를 전문으로 다루는 자격증이다.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이곳저곳 커피 전문점 및 기관들에서 시행하는 커피관련 교육을 다니기도 했다.

불편함 몸이지만 평범한 사람들 이상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며 개척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 전문점을 차려 자신만의 꿈을 펼칠 계획도 세워 놓았다.

이 씨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신체장애가 삶의 장애가 아님을 확인하고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주목받는 게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기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너무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