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형 진
(전 원주문화원장)

남한강과 섬강에 깃든 문화유적

김창일 선생을 배향했던 취병서원

취병사영건뒤 서문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와 같이 우둔한 사람까지도 이렇게 감복케 하시니 세상의 여러 군자들이 미수선생의 글을 한번 읽어 본다면 마음으로부터 기뻐하고 정성껏 복등하여 도덕학문의 실마리를 얻어 흥기(興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즉 불행한 것은 나 혼자였지만 행복한 사람도 여러 군자가 될것이다.


같이 감복하는 마음으로 여러군자들이 읽고 배운다면 얼마나 사문(斯文)의 보탬이 되겠는가?

미수 허 선생과 비록 연세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친히 선생님의 덕행과 절의를 보셨고 그래서 직접 붓을 들어 장문(狀文)을 써서 후세에 알리시니 큰 선생님의 학문연원이 같고 기절(氣節)이 같고 오늘에 이르러서는 서원이 서서 선비들의 제향까지 받으시니 이것이 어찌 세상에 도(道)를 전하고 펴는데 가벼운 일이겠는가?

선생님은 어렸을 때 어미 잃은 새가 슬피 우는 것을 보시고 동정하며 놓아 주신 일, 임진왜란때 굶주린 사람들이 선생님의 말을 잡아 먹은 것을 문죄하지 않으신 일 등은 선생님의 천성이 어지다는 증거요.

처음에는 과거에 뜻이 없었는데도 큰형의 권유를 받아들여 마음을 가다듬고 일찍부터 척암(剔庵) 문하에 들어가 학문에 매진 하시니 이것은 선생님의 입지(立志)시며 또 행촌(幸村) 선생을 사사(事師)하여 정주 성리학(楨朱 性浬學)에 심취 그 공부의 효험이 처자와 꿈결에 까지도 이르렀다.

그러한 학문공부의 진면목은 정한강(鄭寒岡) 장여헌(張旅軒) 정우복(鄭愚伏) 이창석(李倉石)같은 어진이 들과 철차탁마하는데 보탬이 되셨다. 선생님의 신독공부(愼獨工夫)와 벗을 택하는 방책은 어떠하셨는가?

선생님의 진실한 공부방법은 문자나 장구(章句)에 얽매이지 않고 문장행간에 담겨 있는 대의(大義)를 체득 하는데 침잠하셨다.

선생님의 기절은 산악(山嶽) 태산(泰山) 교악(喬嶽)처럼 높으시어 그 어떤 세속의 위협과 유혹으로도 끌어 내릴 수가 없었으니 기축옥사로 인하여 착한 선비들이 곤욕을 치를 때 의연히 일어나시어 옥중에서 운명하는 최수우 선생을 찾아다가 마지막 결문(訣文)으로 바를정자(正字)를 써 받으시기도 했다.

또 광해군이 대비를 폐하려는 윤상지변(倫商之變)을 막으려다 귀양가는 백사 이항복을 면려하고 친구 이길이 형살(刑殺)되자 화난이 미치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그 시신을 염하였다.

동계 정온이 인목대비를 구하려다 제주도로 귀양가자 그 대의를 높이고 폐비의 부당함을 상소 하였다.

이는 모두 죽음을 무릅쓴 도덕적 용기에서 나온 선생님의 절의 정신이시다.

반정후 제주군수로 가셨을 때 권세를 등에 업은 상관이 수작을 걸자 이를 꺾고 벼슬을 접고 낙향하셨으니 비록 하관에 마무셨지만 그 기개는 어느 억압에도 굴복함이 없으셨다.

원주 관천(寬川)으로 돌아오신 뒤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원주 사대부들의 근왕(勤王)을 주도하시어 팔순의 높은 나이임에도 추대를 받아들여 장이 되셨다.

위국지환(蔿國之患)은 나이와 더불어 더욱 깊고 높으셨다. 하늘에 뿌리한 효성은 아버지의 종기를 빨고 3년 시묘에 죽만 잡수시어 건강을 해치기도 하셨다.

혹 벼슬에 나가기도 하고 물러 나기도 하셨으나 일곱 고을을 사셨으면서도 오직 선정만 있을뿐 네벽이 텅빈 가난뿐이시어 벼슬을 그만두고 입성(入城: 서울로 올라옴)할 때면 의례 정승반열에 있는 친구들이 식량을 걷어 보내는 것이 장안에 아름다운 이야기로 퍼지기도 하였다.
원주투데이